정문앞 재개발에 따른 주거권 문제는 기숙사로 해결? 열쇠는 제척지구에

  고려대학교 정문은 학교의 역사가 살아있는 공간이자 현재 많은 학우들의 주거공간이다. 학생들과 학교 측의 협력으로 일방적인 정문 앞 재개발은 저지시켰으나 최근 재개발 추진위에서 새로운 계획안을 수립하여 학교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호에서 이 문제를 다룬 이후 The HOANS는 재개발 계획도 중 가장 최근에 작성된 자료를 입수하여 분석했다.

  고려대학교 정문 앞 재개발(정식명칭 :제기 5구역 정비사업)은 2003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보통 재개발 사업이 2~3년 내 확정되어 사업이 진행되지만, 정문 앞 재개발 사업은 고려대학교와 정문 앞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재개발추진위원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장장 7년에 걸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초기 재개발 안은 고려대 앞 정문에 거주하는 학생의 주거권, 본교의 조망권과 대학가의 특수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고려대학교 본부와 학생회 측은 추진위 측의 일방적 재개발 안을 저지하기 위하여 교수위원회 서명운동, 거리 투쟁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서울시 도시 ․ 건축공동위원회(이하 '건축위')에서는 제기 5구역 정비구역 1차, 2차 심의에서 모두 보류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서울시 측에서는 정문 앞 재개발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원만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여 건축위에 각 이해관계자들을 참가시킨 소위원회를 열고 여기서 의견조정을 하여 재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토록 했다.

  이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문 앞 재개발 문제가 해결된 줄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추진위 측에서 학교 본부의 요구사항을 대폭 반영한 계획안을 마련하여 협의 중이다. 만약 이번 소위원회에서 계획안이 통과된다면 보통 3~4년이면 재개발 건이 마무리되는 것에 비해 무려 7년 동안 표류되어있는 정문 앞 재개발 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축위에서도 별 다른 문제없이 신속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소위원회 상정안이 정문 앞 재개발 확정안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The Hoans에서 입수한 제7차 소위원회 상정안. 기숙사B동이 제척지구 포함지역.

  그러나 이번 상정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문 앞에 거주하고 있는 본교 학생의 주거권을 100%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정안에서 계획되어있는 기숙사동은 2개에 불과하다. 상정안에 따르면 기숙사 동에는 총 200실이 들어간다. 한 층에 면적이 1400m²이고 적어도 40실이 들어가야 해 산술적으로 1실에 1명 정도밖에 생활하지 못한다. 결국 기숙사의 수용인원은 400명(200X2동)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정문 앞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이 900명임(학생회 자료참조)을 고려해볼 때 이는 너무나 적은 숫자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기숙사가 한 개만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문 앞 제척지구(고려대역 6번출구에 ‘ㄱ’자 형태 지구) 재개발 포함 여부가 매우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6일 제척지구 주민들을 상대로 동대문 구청에서 설명회를 열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항의의 의미로 설명회 도중 퇴장하여 파행으로 끝났다. 이처럼 제척지구 주민들의 반대의사가 명확한 만큼 제척지구가 재개발에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만약 제척지구가 빠질 경우 물리적으로 기숙사 2개동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200명에 불과하므로 현재 정문 앞에 살고 있는 900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학교 근처는 주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 주거비가 매우 비싼 편이다. 재개발 안이 확정되더라도 보상과정과 철거기간, 공사기간 까지 합치면 정문 앞 재개발에 거의 5년이 걸린다. 이로 인해 주거 공급부족은 더욱 심화되고 그로인한 주거비 상승은 모두 학생들에게 귀착된다. 재개발이 완료된 후에 현행 계획안처럼 200실 혹은 400실의 기숙사가 제공되더라도 재개발전의 상황보다 악화된 것이다. 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숙사 동과 층수의 확대와 같은 새로운 계획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문 앞 재개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홍준표 기자 god0976@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