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학생 연행을 통해 바라본 집시법 논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본교생 8명이 이란제제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에 연행되었다. 경찰은 학생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학생들을 연행했다. 그러나 학생회 측은 합법적 시위를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행법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처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The Hoans에서는 집시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난 8월 15일 서울 세종로에서 정부의 이란제재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던 50명의 대학생 중 박상환 정경대 학생회장과 애기능동아리연합회장 등 본교 학생 8명이 강제 연행되었다. 도로를 점거하고 미신고 불법 집회를 벌였으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미리 집회 신고를 하려 했었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정부 주최의 8․15 기념행사 때문에 이미 그 부근은 집회 신고가 되어있어 이중 신고를 금지하는 현행법상 집회 신고가 불가능했다. 그날 시위가 없더라도 학생들이 벌이려는 시위의 성격상 시위 신고 허가를 받을 가능성도 매우 낮았다. 결국 이들은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시위를 벌였고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강제 연행되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학생들이 연행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집시법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찬성 측에서는 집회가 국민의 실생활에 많은 방해를 주는 만큼 최소한의 제제가 필요하다 주장하였고, 반대 측에서는 집시법이 사전신고제를 통해 헌법에 규정된 시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폐지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2009년 집시법에 대한 법률위헌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사전 신고 의무를 규정한 집시법의 옥외 집회 신고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판결문의 요지는 현행 집시법은 일정한 신고절차만 밟으면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어 헌법 제 21조의 사전허가금지에 반하지 않으며, 집회에 대한 사전 신고가 행정관청의 주최자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게 하여 공공질서를 보호할 수 있게 하여 입법목적과 수단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신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집시법에 따라 집회의 이중 신고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이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S기업의 경우 S기업에 반대하는 시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1년 365일 내내 S기업의 본관 주변과 거의 대부분의 계열사 주변에 허위 집회 신고를 내고 있다. H기업의 경우에는 노숙 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을 막기 위해 하루에 240만 원을 들여 용역을 고용하여 집회 신고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로도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는 내용의 뜬금없는 집회를 벌이곤 한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집회를 하고자 하는 단체의 집회 신고는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현행 집시법 상에서는 관할 경찰청장에게 집회 및 시위의 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여러 집회나 시위가 갖가지 이유로 신고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자의적인 기준’을 가지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행정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1일 연행됐던 조나은 문과대 학생회장의 경우,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였으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기자회견이 아닌 미신고 집회로서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강제 연행의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6월 참여연대 앞에서 있었던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의 경우, 보수단체가 정치적 발언을 하며 플래카드와 피켓을 이용하여 구호를 외치고 심지어 군가까지 불렀는데도 경찰은 이들을 연행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들어 집시법이 겉으로는 신고제이지만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상환 정경대 학생회장은 “집회나 시위는 약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회적 이슈화하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자리인데 그걸 내용에 따라 국가가 허가한다는 게 부조리하다. 더구나 신고제로 운영되면서도 뉴라이트 등 특정단체의 신고를 우선 처리해주는 행정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시위는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현행 집시법의 많은 폐단들이 근본적으로 보장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 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러 주류 언론에서는 불법 시위와 집회는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법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의 의견을 그리고 학생들의 건전한 비판이 또 다시 묵살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 것인지, 법치주의에 따라 당연한 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김주희 기자 dovejh24@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