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체육시설 예약, 투명성 제고해야

본교 녹지캠퍼스의 대운동장(이하 '녹지')은 최고의 시설로 다른 대학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고대의 자랑이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수준의 시설에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하고 투명하지 못한 구장 운영은 많은 학우들의 불만과 오해를 낳고 있다. 녹지 운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녹지 예약 문제이다. 녹지 예약은 해당 시설을 사용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모여 온라인상으로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녹지를 총괄 관리하는 곳은 학교본부의 총무부로서, 모든 과정은 고려대 총무부의 승인 하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절대적인 영향을 가진 총무부에서 사용시간을 미리 등록하고 공지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체육시설 사용 안배가 공정하게 되려면 예약상황을 전면 공개해야하지만 총무부측에서 학생들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학교 측 편의에 맞는 시간을 미리 등록하는 것이다. 학우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예약신청을 하게 되고 학교 측과 시간이 겹치게 되면 '당연히' 반려된다. 이러한 학교본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모습은 학우들의 불신을 살 수 밖에 없다.

또한 예약 시간의 경우도 뚜렷한 예약 승인 기준이 없다. 학교 측이 밝히고 있는 기준은 이전까지 사용한 누적 시간과 예약 입력 순서이다. 그러나 이 기준 역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원칙상 1회 예약에 최대 6시간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청한 대로 사용시간이 배정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에 한 모임에서 여러 모임을 등록해 다양한 시간에 예약을 시도하거나 유령모임을 만들어 예약하는 편법도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편법의 원인은 학교 측에서 배정시간이 짧아진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적시간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누적시간이 적은 단체에 우선적으로 배정한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뚜껑을 열고 보면 누적시간이 없는 단체가 반려되고 많게는 12시간까지 누적시간이 기록된 단체가 승인되고 있다.

녹지캠퍼스의 체육시설은 타 대학 총학생회가 벤치마킹삼아 자신들의 학교에 '고려대처럼 해달라'고 요구 할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행정체계는 여전히 학우들의 오해와 불신을 키우고 있다. 체육시설이 그 본래 취지인 모든 학우들의 기분 좋은 학교생활을 위한 후생복리 증진을 달성하려면 학교 측의 좀 더 성의 있는 자세와 공정한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

한일병합 100주년, 수능 개편안 그리고 국사교육

지난 8월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 총리가 ‘전향적인’ 담화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떠들썩한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사죄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보수 우익 세력은 여전히 현 정권의 유화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늘 역사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자국의 입장에 따라 동일한 역사를 각자의 입맛에 맞게 재단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과거의 앙금을 털고,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통해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안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수능 시험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사회 탐구 영역의 비중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학생의 공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 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고등학교에서의 국사 교육은 더욱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사회탐구 영역에 대한 과목 선택제가 확대되면서 이미 국사는 학생들의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난 해 2010학년도 수능에서 국사과목을 치른 인원은 사회탐구과목 총 수험자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즉 이미 수험생 열 명 중 아홉 명은 국사 공부를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소홀히 공부하게 된다면 소위 동아시아 ‘역사전쟁’은 한국의 필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물론 국사 교육에 대한 강화가 맹목적 국수주의의 발로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 역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우리 선조가 걸어온 반만년의 여정을 공부하고 자긍심을 갖는 일이야 말로 한반도의 미래전략을 짜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우리가 모르고 외면하는 역사는 필연적으로 남에게 빼앗기고 약탈당하는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학교 현장에서 무너져가고 있는 국사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