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를 맞아 The HOANS가 새로운 연재물을 선보입니다. 매달 한 분씩 정경대학의 교수님을 선정하여 책을 추천받아 인터뷰한 내용을 독자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첫 시작은 정치외교학과의 강성학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플라톤의 ‘국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국가’는 플라톤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인 그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부제인 ‘올바름에 대하여’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플라톤은 이 책을 통해 올바름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인간 삶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논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올바름에 대한 플라톤의 논의는 결론적으로 국가와 지도자의 역할을 나아가게 된다. 특히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철인 왕과 수호자들이 다스리는 이상 사회는 플라톤이 이 책 ‘국가’를 통해 꿈꾸던 세상의 모습이었다.

강성학 교수가 플라톤의 ‘국가’를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학부과정 때였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책을 이해하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였다. 특히 미국에서 박사 학위 과정 중에 정치사상 수업을 들으면서는 단지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관련 해설, 논문 등까지 모두 찾아 공부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플라톤과의 만남은 이후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등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 플라톤의 ‘국가’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전 읽기의 중요성

고전은 왜 중요할까?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의 주인공들, 그 위대한 철학자들인 공자, 플라톤, 마키아벨리 모두 정치적으로 성공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치, 정치체제 이야기는 사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성공을 도와주는 교훈이야기다. 그렇기에 혹자는 정치에 실패한 자들의 이상적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될 수 있냐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옳지 못한 이야기다. 사람은 본보기가 없으면 올바른 길을 걸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 자극, 본보기가 되는 사람들이 철학자들이고 그들의 생각이 담겨있는 책들이 요즘 말하는 고전이다.

젊을 때, 특히 대학생 시절에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때다. 삶의 방향을 결정해보고 계획해보는 순간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현대에 중시되는 과학과 그 과학적 사고방식은 단지 삶의 수단에 관한 것이다. 인생의 보다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삶의 수단이 그 본질을 말해줄 수 없다. 과학이 삶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문법론가가 시를 해석하는 것과 같을 뿐이다. 그래서 이때 철학과 고전이 필요하다. 요즘의 추세를 보면 이제 인생의 황혼기의 들어간 현대인들이 고전을 많이 찾고 있다. 삶의 의미, 가치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고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기에 철학책을 열심히 읽고 인생을 깨달은 들 무슨 소용인가? 인생 전반을 계획하고 그려볼 시기인 젊은 시절에 철학을 공부하고 고전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왜 플라톤인가

고전 중에서도 플라톤의 국가론을 추천한 이유는 명백하다. 서양 철학과 문명, 문화에서 플라톤의 위치는 엄청나다. 특히 동양의 공자와 같은 위치라고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의 학문을 정리하고 집대성한 자가 플라톤이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만의 학문을 키우니 위대한 철학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를 공부하는 것은 서양 철학과 문화, 문명을 이해하기에 너무나 좋은 방법이다. 20세기 대표적인 철학자인 화이트 헤드가 ‘유럽의 철학적 전통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로 이루어 있다’라고 말했듯 서양철학은 이미 플라톤이 제기했었던 문제를 다시 한 번 더 다루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서양에서 플라톤의 위치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요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책이 유행한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적인 갈증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제기를 최초로 한 사람이 바로 플라톤이다. 내가 추천하는 국가론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도 군주의 종류나 국가의 체제 유형과 같은 단순한 이론적 설명이 아니라 책에서 부제가 설명해주는 부분, 즉 정의롭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인간은 인생전반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행복이라는 것이 돈을 많이 벌어 얻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얻어지는 것인가. 이때 플라톤은 국가에서 행복은 개인, 공동체가 정의로울 때 얻어진다고 이야기 한다.

행복과 올바름에 대하여

인간 인생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행복 추구. 그 행복을 주관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한 현대의 사람들은 왜 나의 행복에 관하여 남의 말을 들어야 하는 지에 대한 반발심, 자만심, 자존심 등이 센 편이다. 스스로 자신의 행복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에 대해 알지 못한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또 무엇이 자신에게 행복이 되는지 깨닫지 못한 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톤의 국가는 행복과 올바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는 인간의 인생, 행복, 정의 등과 같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육은 국가론을 비롯한 다른 고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교육은 철학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고 따라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제도 교육에 의존할 수는 없다. 개인적, 사적으로 철학에 대한 공부를 해야만 한다. 고전을 읽으면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사실 고전에 나온 것, 특히 이 국가론에 나온 정부체제나 지도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플라톤이 꿈꿨던 나라에 대한 것이다. 말 그대로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것인데 플라톤 스스로도 국가론에 나오는 내용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가론에서 그려지는 나라의 모습을 현재 사회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그 책에 나오는 것을 단순히 암기하고 무리하게 현재 사회에 대입시켜보기 보다는 왜 이 사람이 이런 세상을 꿈꾸고 어떻게 꿈꿨는지에 관한 생각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지식과 정보를 구분해야한다. 생각하는 것이 공부고 그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이 국가론을 추천한다. 이러한 생각과 공부는 인생에서 옳은 길을 안내하고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고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최정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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