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즘 시대를 경쟁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른바 '스펙 망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경쟁이 심화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직장을 얻는것도 일종의 경쟁이기에 남을 이기기 위해 더 높은 스펙을 쌓는 것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경쟁일변도로 변해가면서 사람간의 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범대학 교육학과 신창호 교수님는 이러한 세태속에서 인간을 회복하기 위해서 ‘배려’를 강조한다. The HOANS는 신창호 교수님(사범대학 교육학과)을 찾아뵙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배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배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문자적으로 배려의 의미를 따져보면 배려는 짝 배(配)와 생각 려(慮)로 구성된 낱말이다. 짝 배자는 술독 옆에 사람이 꿇어 앉아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인데 술독 안에 들어 있는 술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술 한잔 속에는 수만 가지 성분들이 한 데 녹아 들어가 있다. 그러한 술 옆에 사람이 꿇어 앉아 있다는 것은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자연적인 문화와 이치를 인류사회에서 배우고자 하는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짝이라는 것은 나와 분리될 수 없는 상대방을 뜻한다. 우리 모두는 함께 유기체적으로 결합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요청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관계를 생각함으로써 배려라는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Q. 짝을 생각한다는 추상적인 배려를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배려를 구체적으로 이해해 보자면 세상을 살아갈 때에 조금 더 사람다워지는 것을 뜻한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짐승들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고등동물이다. 다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서로 조금씩은 희생하고 양보하면서 같이 사는 존재이다. 사람이 사람다워지지 못하고 경쟁의 원리에만 매몰될 때 배려의 정신이 퇴색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배려는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상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이라는 곳은 물론 전문지식을 배우고 우수한 인재들과 경쟁하면서 고차원적 수준의 정신능력을 쌓고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학교는 누구나 알아주는 좋은 대학이며 우리 학교에 입학한 인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좋은 재목들이다. 우리 학생들은 훗날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각계각층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일차적으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학력수준에 관계없이 우리는 먼저 기본적으로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즉 사람답다는 것은 교양이 있고 인성이 올곧은 것을 뜻한다.

Q. 그렇다면 학우들이 대학 생활을 하면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앞에도 말했듯이 대학에서 전문지식을 배우고 고등수준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전공지식이 사람이 살아갈 때 필요한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측면보다 앞선다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전문지식을 갖추면서도 교양을 쌓아야 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세계에만 매몰되는 것은 세상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다. 인류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 중에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 사람은 없다. 대부분 먼저 인간이 되는 일에 매진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따르게 했으며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보였다. 세상은 기본적인 상식이 바탕으로 돌아가며 고차원적인 전문지식만으로 현실을 살아갈 수는 없다.

     대학생활을 거치면서 인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름대로의 철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지필시험에서 100점 맞고 다른 학우를 누른 결과로 A+를 모으면서 대학 4년을 보내는 것은 대학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모습이 아니다. 스스로 시간을 내어 도서관에 가면서 지식을 쌓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친구들과 다양하게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Q. 그동안 중고등학교의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많은 이들이 경쟁구도에 익숙해져 있는 데 배려를 실천하려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

    1등을 하지마라! (웃음) 우리학교까지 온 학생들은 다들 중 ․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인재였을 것이다. 현재 학생들을 보면 고려대학교라는 집단에서도 기어코 1등자리를 차지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보인다.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 경쟁을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젊은이로서 야망을 가지고 1등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모든 영역에서 1등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최고가 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고 매몰되다 보면 다른 영역들을 모두 망가뜨릴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방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다양한 재능들과 흥미를 가지고 공동체사회를 이루면서 살아간다. 모두가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남들 제쳐가며 달리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적극적으로 좇아가는 자세를 가질 때 현재의 무분별한 경쟁구도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같은 고등 교육기관에서는 좀 더 다양한 가치를 배워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고 최고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자신의 근본적인 존재목적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정상에 올라서서는 부딪히는 게 아니라 협동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도움 받을 줄 아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한다. 기본적으로 경쟁의 논리보다는 상생의 논리를 깨우쳐야 한다. 내가 1등을 한답시고 주위 사람들을 모두 무너뜨려 버리면 1등의 진정한 의미가 없다. 자신이 훗날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 주위에 사람이 많은 것을 발견한다면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Q. 현대사회에서 배려가 요청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현대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이다. 너무나도 많은 전문지식들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간다.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고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각각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배려의 가치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각각의 정체성을 모두 존중해줄 필요가 있고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질서를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개개인의 정체성을 밝혀주면서도 그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가치가 배려이다. 지나친 경쟁주의는 현대 시대에 새로운 권위주의를 싹틔우고 있다. 우리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 서로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Q. 마지막으로 The HOANS의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학생들이 배려라고 생각하면 우세한 자가 열세한 자를 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배려라는 것은 쌍방향 소통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는 우리 모두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공생의 정신을 갖고 협심할 수 있을 때 공동체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우리 학교 학생들은 눈부시게 젊다. 젊은이들은 나 한 몸의 부귀영화를 위하는 가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하는 미래를 건설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지 말고 극기정신을 가져야 한다. 훗날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피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을 만큼 수련과정을 미리 겪어 놓아야 한다. 대학 시절은 앞으로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시간이다. 앞으로 무성한 잎을 달 나무를 크고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비옥한 땅에 자리를 잡고 더욱 더 깊이 뿌리 내려야 한다. 우리 고려대학교 학생들 하나하나가 모두 큰 나무가 되어 우리 사회를 푸르게 물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혜민 기자 lhm8978@korea.ac.kr

이선영 기자 ane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