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문화 읽기 - (5) 아빠사자

  이번 ‘키워드로 문화 읽기’에서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아빠사자 택시타기’에 대해 알아본다. 영업용 택시라면 '아', '바', '사', '자' 네 글자만을 번호판에 달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착안하여 만든 ‘아빠사자’라는 말은 ‘안전한 아바사자 택시만 타자’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이 올린 정보가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이 네티즌은 트위터에 택시 번호판에 '아','바','사','자'를 제외한 번호는 택시가 아니라며 택시를 탈 때 번호판을 꼭 확인하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네티즌의 질문에 그는 택시 번호판에 붙는 지역번호는 다 다르지만 그 뒤의 한글은 전국 통용으로 개인택시, 법인 택시 상관없이 다 영업용이라면 '아', '바', '사', '자' 네 글자로밖에 등록이 안된다고 답했다. 작성자는 그 외의 차들은 불법개조 했다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세상이 흉흉하니 미리 조심하자는 뜻이라며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불안한 세상에 유용한 정보라며 이 글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택시가 아닌 차량이 택시인 척 할 수도 있었다니 무섭다며 ‘아’,‘바’,‘사’,‘자’라는 글자를 쉽게 ‘아빠사자’로 만들어 외우면 좋겠다는 의견들도 덧붙여졌다. 이 정보는 실제 구청 교통행정과와 경찰 측에 의해 사실로 밝혀져 네티즌들 사이에서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

불안한 사회가 ‘아빠사자’를 찾게 한다

  ‘아빠사자’와 같은 정보의 확산은 일반적으로 당시의 사회상과 당대 대중들이 품고 있는 공포와 맞닿아 있다. ‘아빠사자 택시타기’가 네티즌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불안한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들어 연일 보도되는 성폭행 사건부터 ‘묻지마 살인’까지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밤에 길거리를 다니는 것이 겁날 정도로 많은 흉악범죄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조두순 사건’과 같은 아동 성범죄 사건들은 아이들이 밖에 편히 돌아다닐 수 없게 하고 있다. 또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사회는 더 흉흉해졌다. 시민들이 안전한 택시를 타려는 이유도 택시임을 가장하여 납치, 성폭행 등의 범죄를 일삼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사회 범죄의 내용은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 여성과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존재로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흉악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은 약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만큼 사회가 잔인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시민들이 마음대로 밖에 다닐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은 점점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고 있다. 밤길에도 누군가 뒤에 따라오는 것이 불안해 괜한 사람을 의심하기도 한다. 심지어 길을 잃은 아이에게 부모를 찾아주려는 행동이나 노인들을 도우려는 시도도 그들이 흉악범의 앞잡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꺼리게 된다. 늘어나는 범죄에 의해 사회 전반의 불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범죄사건에서 경찰이 대응에 한계를 보이는 것을 목격한 시민들이 이제 ‘아빠사자 택시타기’와 같은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고 있다. 수업을 마친 아이를 부모가 직접 데리러 가는 것도 흉흉한 사회 현실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불안한 사회 현실 속에서 시민들은 점점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민들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저녁까지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고 택시를 탈 때 ‘아빠사자’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됐다. 불안한 마음에 ‘아빠사자’까지 찾아야 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치안 안정에 더 힘쓰는 정부 당국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가연 기자 greenrkdu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