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19시 본교 학생회관 생활도서관에서 이태원 참사 200일을 맞아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고려대·동덕여대·성신여대 간담회’가 개최됐다. 본 간담회는 고려대·동덕여대·성신여대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기획단과 고려대학교 제42대 정치외교학과/정외1반 학생회 [정월;政月]이 공동주최하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국회의원 용혜인이 주관해 개최됐다. 유가족 대표로 故 이주영 님 아버지 이정민 씨와 故 최보람 님 고모 최경아 씨가 참석했고, 기획단원 오정태(정외 23) 씨와 이민영(성신여대 정외 20) 씨가 사회를 맡았다.



다음은 간담회 질의응답 주요 내용이다.



Q1: 이태원 참사 당일부터 현재까지 유가족이 겪었던 상황은 어떠했는지.

유가족 최경아 씨: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 아연실색이었다. 울고 지치고 그렇게만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정부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5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뉴스에는 왜곡된 부분이 너무나 많다. 지인들은 ‘뭐가 그렇게 바쁘냐, 다 해결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아직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입으로 전해야 한다. 좋은 매스컴을 두고도 입으로 전해야 한다는 게 힘들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이태원 참사는 모두 거짓인데 유가족인 척하고 나와 있는 사람은 뭐냐’는 댓글이 있었다. 너무 놀랐다. 참사에 대한 폄하와 잘못된 시선이 많아서 참 속상하다.

이번 참사에 대해 정부가 ‘놀러 가서 죽은 아이들’이라는 프레임을 정부가 씌웠다. 이태원은 관광특구로 나라가 정해놓은 곳, 즉 놀러 가는 곳이다. 그 프레임을 푸는 게 쉽지 않다.



Q2: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어땠는지, 정부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유가족 이정민 씨: 참사 후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당시 대통령과 관료들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유가족을 위로했다면 굉장히 많은 치유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영정과 위패도 없는 분향소를 차려 놓고 일주일 동안 국가 애도기간을 정해 자신들의 마음대로 애도를 마쳤다. 그러한 정부의 행동은 자신들을 위해서 한 것이었다. 의무적으로 한 것이다. 그게 화가 났다.

애도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애도는 유가족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당시 유가족들이 많이 힘들었다. 이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등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외면하고 만나주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참사를 ‘의도적인 살인’이라 표현한다. 충분한 구조 시간이 있었고 구조를 위해 움직였더라면 단 한 명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려 50분을 방치해서 모두를 죽게 했다.



Q3: 이태원 특별법이 유가족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유가족 이정민 씨: 지금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특별법을 통과시키고자 한다. 한 사건이 일어나도 기억되지 못하면 재발 방지를 할 수 없다. 진상규명을 통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람의 잘못 하나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슬픔을 일으키는지 알려주고자 하는 게 특별법의 가장 큰 목적이다.



Q4: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같이 연대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유가족 최경아 씨: 세월호 유가족들이 우리에게 찾아와서 사과했다. 참사를 당한 유가족이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는 게 너무나 이상하지 않냐. 사과는 정부가 해야 한다. 이렇듯 너무도 잘못된 행태가 일어나고 있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공통된 건 정부의 잘못으로 인한 참사라는 것이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유가족 간의 연대는 치유다. 같은 유가족만 아픔에 공감할 수 있기에 연대하는 것이다.



Q5: 참사를 보고 들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가족 최경아 씨: 우리나라는 바뀌어야 한다. 기존 세력들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 나라가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바꿀 수 있는 건 청년이다. 청년의 목소리로 민주화가 됐고, 바뀌어 왔다. 그러니 이런 대형참사를 기억하셨으면 한다. 그래야 여러분의 미래도 밝고, 여러분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을 때 그 아이도 안전할 수 있다.

유가족 이정민 씨: 이 일을 겪으며 왜곡된 현상을 많이 경험했다. 청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일부는 ‘이태원에 가서는 안 됐다’고 왜곡한다. 그 점에 너무 화가 났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이태원을 죽인 것이다.

이태원은 관광 특구다. 많이 놀러오라고 만든 곳이다. 그곳에 놀러 갔다고 욕을 한다.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행태다. 청년 스스로가 그런 곳을 찾아야 하고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이 만들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싸워야 한다. 잘못된 인식을 가진 기성세대와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과거 민주화를 이끌어 낸 주역은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이 앞장서고 투쟁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여러분이 그렇게 해야 나라가 안전해진다. 이를 꼭 당부하고 싶다.



Q6: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그리고 연대에 있어 가장 힘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지.

유가족 이정민 씨: 기억은 소중하다.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고민했으면 한다. 시위할 때, 한 사람이라도 다가와 힘내라고 말해주는 게 매우 큰 힘이 된다. 다른 게 아니라 함께 한다는 느낌이 크게 다가온다. 연대의 힘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Q7.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가족 이정민 씨: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여러분이 모를 이태원 참사의 진실 말이다. 이태원 참사 전부터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젊은 층 사이에서의 마약 범죄를 단속하려 했다. 그래서 이날 이태원에도 마약 수사관이 증원된 채 대거 포진돼 있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는 각 지역의 CCTV가 있어 각 지역의 상황을 보고 받았을 것인데, 구조할 생각은 안 하고 이를 방치했다. 연락만 취했어도 초기 진압이 가능했을 텐데 마약 수사를 위해 위에서 대기하라고 지시가 내려온 것 같다. 이런 알려지지 않은 진상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했는지 당황스럽다. 정부에서는 이를 덮어버리려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




정상우·조유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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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7:5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