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했던 회의
일괄제명 근거 적절한가
논의 절차·진행 미숙

2016 하반기 고려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임시회의(의장=박세훈, 임시전학대회)가 7월 17일 4.18기념관에서 총 5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임시전학대회에선 △고대생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가해자 징계 △사건 후속 대책 논의 두 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오후 6시 40분경 정족수 부족으로 두 번째 안건은 논의하지 못 한 채 산회 됐다. 첫 번째 안건은 가해자 전원 제명 징계로 결정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절차와 내용이 미흡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대의원들은 안암총학생회(회장=박세훈, 안암총학)가 임시전학대회 전 해당 사건과 안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운영위원회(의장=박세훈, 중운위) 속기록과 임시전학대회 회의자료가 전학대회 개최일 이전에 제공되지 않아 대의원들이 회의 안건을 사전에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

징계 타당성과 수위 등을 논의했던 두 차례의 중운위 속기록은 임시전학대회 하루 전날 공개됐다. 6월에 열린 제24차, 제25차 중운위 속기록이 한 달 가까이 공개되지 않자 권순민(문과대 사회13) 씨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안암총학의 속기록 관리를 문제 삼았다. 이에 안암총학은 사과문과 함께 속기록을 안암총학 홈페이지에 올렸다. 대부분 대의원들은 중운위 속기록을 읽지 못한 채 임시전학대회에 참석해야만했다. 임시전학대회 개회 후 한 시간여 이뤄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대의원은 해당 안건과 관련된 세 차례의 중운위 속기록 자료를 요청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부 중운위원들이 중운위에서 이미 의논된 사안을 언급해서다. 결국 회의 도중 60장이 넘는 속기록 파일이 대의원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공유됐다. 권순민 씨는 “임시전학대회와 직접 연관된 중운위 속기록 누락은 대의원들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시전학대회 회의자료는 회의 당일 배포돼 대의원들의 불만이 컸다. 대의원들은 상반기 전학대회부터 회의자료를 미리 배포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대의원 한 명이 회의 자료와 속기록 파악을 위해 15분 간 휴회를 요청했다. 이후에도 중운위에서 언급된 사안과 해당 사건의 기본정보 파악이 거듭되면서 논의가 지연됐다. 박민정 애기능동아리연합회장은 “안암총학이 대의원들에게 사전 자료를 충분히 숙지하도록 미리 제공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중운위 속기록 경우, 핵심내용을 간추려 대의원들에게 제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답답했던 논의, 조급했던 표결
일부 대의원은 안건 논의가 가장 근본적인 사항부터 단계를 밟아야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차등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해당 사건이 징계할 만한 사안인지, 총학생회가 징계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세훈 의장은 가해자 전원에 대한 제명 징계 여부를 논의 후 표결할 것이라며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중반, 문연진 언어학과 학생회장이 ‘총학생회가 가해 학생을 징계하는 것이 옳은가’를 지적하자 그때부터 징계 여부에 대한 대의원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긴 논의 후 김현민 정경대 부학생회장이 징계 여부를 의결하자고 제안했으나 박세훈 의장은 표결할 안건이 아니라며 기각했다.

문연진 언어학과 학생회장은 “논의 초기에 가해자 징계를 기정사실로 하며 차등징계 여부를 먼저 논의한 것이 아쉽다”며, “징계수위 논의에 앞서 징계 여부와 정당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했다”고 말했다.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이 의장으로서 회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승욱 바이오의공학부 학생회장은 “의장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교통정리를 못 해 논의가 더뎌졌다”고 말했다.

논의가 지체되면서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임시전학대회는 정족수가 부족해 산회될 위기에 놓였다. 박세훈 의장과 대의원들은 빠르게 논의를 마치고 첫 번째 안건이라도 표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안건 ‘가해자 전원에 대한 일괄 제명징계’에 대한 찬반 토론이 15분간 진행됐고,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오후 6시 20분경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고, 첫 번째 안건 ‘가해자 전원에 대한 일괄 제명징계’는 출석 대의원 55명 중 찬성 50표, 반대 1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임시전학대회 이후 몇몇 대의원은 정족수 문제로 산회 위기에 처하자 조급하게 찬반 토론과 안건표결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우찬 건축학과 학생회장은 “방학 중에 개최된 임시전학대회라 정족수에 민감한 것은 이해하지만, 제명과 신상정보공개에 대해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가 없을 만큼 대다수 대의원이 가해자 전원 일괄제명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입장도 있다. 신창섭 사범대 학생회장은 “찬반 토론에 앞서 진행된 안건 논의과정에서 가해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는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괄징계 근거와 지각한 대의원 표결의 적절성
가해자 차등징계 여부 표결에 앞서 대의원이 판단을 내리기에 근거가 될 자료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시전학대회 참여했던 대의원은 단톡방 원문을 보지 못했다. 피대위에서는 외부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해 해당 사건 단톡방 일부 내용도 제공하지 않았다. 대의원들은 차등징계 여부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차등징계를 요청한 가해자의 발언 수위를 알고 싶다고 요청했다. 피대위와 직접 연락하는 박희석 정경대 학생회장은 대의원의 판단에 참고하라며 해당 가해자가 단톡방에서 했던 발언 일부를 참관인을 제외하고 대의원에게만 공개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차등징계를 요청하면서 그 근거로 단톡방 참여 빈도수를 제시해 판단 근거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임시전학대회에 참여한 한 대의원은 가해자 소명서 전부를 언급할 수 없지만, 해당 가해자가 단톡방에서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며 참여 빈도수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복금태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은 “해당 가해자의 발언 수위가 센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발언 하나로 일괄징계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며 “가해자가 참여 빈도수를 근거로 차등징계를 소명한 만큼 징계 수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료를 대의원들이 충분히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시전학대회 전체를 참여하지 않은 대의원의 표결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오후 5시 55분 이후 본격적인 안건 투표에 앞서 정족수 부족으로 다른 대의원을 기다렸고 한 대의원이 뒤늦게 출석했다. 그는 임시전학대회를 처음부터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투표에 참여했다. 오은영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징계’라는 중요한 표결을 앞두고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회의 전체를 참여하지 않은 대의원을 급하게 참석시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 | 김태우 기자  god@kunews.ac.kr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4 22: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