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한국 기혼여성의 경제활동과 가족 관계에 관한 연구: 부부의 성역할 태도를 중심으로
본교 사회학과 문지선  

<논문 요약>
이 논문은 부부 관계적 차원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성역할 태도에 주목하여, 기혼여성의 경제활동과 가족관계 및 배우자관계 만족도에 대해 분석하였다. 성역할 태도는 성역할 규범에 대한 개인적이고 미시적 차원의 태도와 반응으로서, 기능주의적으로 접근하면 성역할 고정관념을 답습하여 성역할분리를 강화하는 주장이 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여성의 선택이 제약되고 선호가 무시되어온 현실을 간과한 이러한 관점들을 비판하며, 여성의 내면적인 감정과 진정한 욕구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입장이 반영된 ‘성역할 태도’ 문항을 이용하여 경제활동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고, 가족관계 및 배우자관계는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성역할 태도는 학력, 소득계층 등의 요인을 통제해도 여성의 삶에 독자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패널분석 결과, 여성이 진보적인 성역할 태도로 변할수록 정규직 가능성이 증가하여, 성역할 규범에 저항하고 주체적으로 사고할 정도로 경제활동 욕구가 강한 진보적인 여성이 주체적인 태도와 결정에 책임지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성역할 규범에 대한 여성 개인의 목소리가 있더라도 배우자에 의해 이 영향이 제약되는 부분이 있어서, 여성이 남성 우위의 부부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경제활동에 있어 여성 본인보다 남편의 성역할 태도가 더 영향력이 크거나 여성이 남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배우자관계 만족도가 달라지는 결과를 통해, 가정 내에 남편 우위의 지배 질서와 성역할 규범이 존재한다는 점을 짚어낼 수 있었다. 아울러 매개효과 분석을 통해 여성이 자신의 성역할 태도와 일치하는 경제활동 상태에 있더라도 오히려 배우자관계 만족도가 낮은 현실을 비판하고, 여성의 역할 갈등과 부부 간의 기대 차이 그리고 남편의 가사 분담 등이 관여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여성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상호작용효과 분석에서 경제활동에 따라 성역할 태도와 가족관계 만족도 및 배우자관계 만족도 간 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밝히면서, 여성이 본인의 성역할 태도와 행위 즉 경제활동이 일치할 때 결혼만족도가 높다는 기존 연구와 달리, 남편의 성역할 태도와 경제활동이 일치할 때 배우자관계 만족도가 높은 부분이 있음을 비판하였다. 연구문제2의 성역할 태도와 만족도 변수의 관계에서도 여성은 자신의 성역할 태도와 경제활동이 일치할 때 가족관계와 배우자관계의 만족도가 높지만, 남편과 성역할 태도가 일치할 때도 배우자관계 만족도가 높아 부부의 성역할 태도 일치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여성이 자신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을 때 가족관계 만족도와 배우자관계 만족도가 높은 부분, 그리고 성역할 태도와 경제활동 상태가 일치하더라도 남편과 성역할 태도가 일치하는 게 더 중요하거나 더 나아가 남편의 성역할 태도와 상응하는 경제활동을 할 때 만족도가 더 높은 부분 이 두 가지 상반된 요인이 경제활동과 관련하여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논문은 적어도 가정 내에 성역할 규범이 여전히 존재함을 밝히고, 배우자관계부터 좀 더 젠더 평등적이어야 함을 고찰한 데 의의가 있다.

<저자 인터뷰>

1. 사회학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인간이 왜 일을 하는지, 노동이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왜 가난과 빈곤이 발생하고 빈부격차가 있는지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회학은 한의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행동이 다른 이유, 인간과 사회의 관계, 사회 구조, 불평등 등에 대해 늘 궁금했기 때문에, 제 2의 선택지 중 사회학과를 가는 것에서는 큰 갈등이 없었습니다. 사람의 관심사는 늘 변하기 마련이지만, 지금 보면 저는 늘 인간사에 관심이 많았고 사회학을 공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예전에는 비정규 노동과 계급, 사회 구조와 제도, 국가의 역할 등 거시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결혼 후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만의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낄 때,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 맺기, 여성에게 기대되는 가정 내 역할,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배우자의 지원 등이 여성 노동시장의 현실로 반영되는 것이라는 점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부부관계를 중심으로 가정에서 형성되는 여성의 삶이 거시적인 여성 노동 현상으로 연결된다는 점, 예컨대 여성의 시간제 노동과 그로 인한 성별 임금격차에 가정의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지요. 여성의 사회 참여에 가족과 배우자의 요인이 밀접하게 관여하고 또 이로 인해 여성의 만족도도 달라진다는 생각에 이 논문을 구상하였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둘러싼 이러한 미시적인 요인들 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이론적 차원에서 논문의 틀을 찾을 때나 글을 계속 수정할 때, 제가 그동안 여성 노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실상은 젠더 문제보다 계급 문제, 성별 특성이 무화된 일반 사회 문제에 천착해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논문이 과연 얼마나 여성의 현실을 잘 담아내고 있는지, 혹은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계속 돌아봐야 했습니다. 또 정확한 분석을 위해 통계 기법과 관련하여 많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얼마나 기존 연구를 잘 집대성 하였는가’, ‘얼마나 독창적인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 이 세 가지 기준을 계속 염두에 두며 논문을 썼습니다. 논문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설정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곤하고 초조하더라도 나의 길에서 하나의 문을 연다는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힘든 순간에도 위안이 될 것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23: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