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연전 5전 전승의 포문을 힘차게 열었던 고려대학교 야구부는 올해도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과연 올해도 ‘즐거운 고연전 날에 연대생 우는 소리’를 잠실 가득 울려 퍼지게 할 수 있을지, 올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알아본다.

아쉬움 가득 남긴 올해 성적, 타선이 흔들렸다

고려대 야구부는 2012년 대통령기에서 우승한 이후로 대학정규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춘계리그 초반에는 세한대와 동의대를 상대로 2연승을 챙기며 맹렬한 기세를 펼쳤지만 본선진출 후 건국대에게 1-3으로 패하면서 12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연맹회장기에서는 분투했지만 4강을 눈앞에 두고 짐을 챙겨야만했고, 협회장배와 대통령기 모두 1차전에서 강팀 원광대를 만나 탈락했다.

올해 고려대 야구부의 평균타율은 0.256으로 작년 평균타율인 0.259보다 하락했다. 반면 연세대 야구부는 평균타율이 0.257에서 0.289로 상승하며 대학 평균 타율인 0.277보다 웃돌았다. 또한 출루율이 고려대 0.367, 연세대 0.414, 장타율이 고려대 0.341, 연세대 0.421로 모두 연세대가 조금씩 앞서는 상황이다.

흔들리는 타선의 원인으로 우경하(무역76) 감독은 “좋은 타격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부진했음”을 꼽았다. 작년 64타수 24안타를 기록하며 4할 타율으로 선전하던 이준형(체교 12)이 올해 37타수 10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27로 부진했고, 강력한 파워로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던 김규남(체교 14) 또한 부상으로 인해 타율이 0.111에 그치면서 팀에 힘을 보태주지 못했다. 우 감독은 “모두 한 마음, 한 목표를 향해 갔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초반에 뭔가 해야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숨이 좀 찼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대표하는 고려대 야구부 타선의 면모는 여전했다. 도루 수가 총 12 경기에서 고려대가 37개, 연세대가 27개로 고려대가 훨씬 앞서있다. 주자가 출루하기만 한다면 선취점 찬스는 고려대가 가져갈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또한 주장 이준형이 고려대 야구부의 강점으로 ”애들이 일단 방망이를 돌리고 본다.“고 말할 정도로 타자들이 공격적이고 배짱 두둑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선구안만 더한다면 부진했던 타선을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이 한 말이지만, 오늘날 대부분 스포츠에 두루 인용되는 명언이다. 어떤 스포츠든 막강한 수비력은 승기를 쥐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려대 수비진은 이미 승리를 부를 준비를 마쳤다.

‘에이스’ 김주한(체교 12, 투수)을 필두로 한 고려대 투수진은 3.66의 낮은 평균 자책점과 0.241의 평균 피안타율, 0.222의 평균 탈삼진율을 보이며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연세대 투수진은 평균 자책점 3.64로 우리보다 근소하게 앞서있지만, 평균 피안타율 0.261, 평균 탈삼진율 0.264로 고려대보다 한참 뒤쳐져있다. 또한 올 시즌 연세대는 폭투를 19번이나 허용하면서 투수진이 불안정함을 보였다. 반면 고려대는 폭투 4번에 그쳤다. 연세대 투수 김찬균(연세대 12, 투수)이 올해 35.2이닝 동안 2할에 가까운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4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등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9이닝당 볼넷 허용률이 4.37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고연전에서 경기 초반 투수 박성민의 계속되는 볼넷 실책으로 고려대가 선취득점을 가져갔던 것을 고려해보면, 이번에도 연대 투수가 우리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수비 실책 성적에서는 연세대 내야가 안정되어 있지 않음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연세대는 13번의 실책 중 포수-유격수-2루수로 이어지는 내야에서 무려 11번의 실책이 있었다. 반면 고려대는 같은 범위에서 오직 3번의 실책만 내어주는 데에 그쳤다. 우 감독이 “내야진이 연대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려대도 우려되는 바는 있다. 포수들의 이어지는 부상으로 인해 이준형이 외야수에서 포수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차례로 보직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준형의 고교시절 보직이 포수였다는 점과 지난 대통령기 원광대전을 비롯한 경기에서 투수로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젤.주! (올해 정기전에서 제일 주목해야하는 고려대 선수!)

· ‘정기전의 사나이’ 투수 김주한 (체교 12, 투수)

정기전 평균 실책점 ‘0’에 달하는 괴물 투수. 최고구속 143km에 서클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연세대 타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주역이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총 35.2이닝을 던지며 2할 5푼의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또한 34개의 탈삼진을 잡아냄과 동시에 볼넷은 단 6개만 허용하며 뛰어난 제구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SK와이번스에 2순위로 발탁되기도 했다. 2012년 고연전 당시 1학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배짱과 실력으로 9이닝 전부를 소화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김주한 선수. 4년간의 경험과 함께 쌓인 실력을 갖춘 지금, 그는 고려대 야구부를 정기전 야구 2연승이라는 쾌거로 이끌 주역임에 틀림없다.

· ‘추천! 고려대 비더레’ 타자 김원욱 (체교 14)

정기전에도 ‘비더레’가 있다면? 자신 있게 김원욱 선수를 추천하겠다. 사실 그는 놀랍게도 지난 시즌 타석에 단 두 번만 섰을 정도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선수였다. 그런데 올 시즌 36타수 14안타를 기록해 (타율 0.389) 팀 내 타율 1위로 올라서며 단숨에 중심타선으로 자리 잡았다. OPS또한 0.963으로 1할에 가까운 기록을 세우며 팀 내 2위를 차지했다. 그의 발전을 두고 우경하 감독은 “고려대에 와서 많이 늘은 선수”라며 “항상 노력을 많이 하고 타고난 체격조건이 좋아 3, 4학년 때는 더 빛을 발할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번 정기전에서 꼭 홈런을 쳐보고 싶다던 김원욱 선수. 아마 그에게 배팅한다면 백발백중 상금은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비더레: 야구 모바일 게임 ‘Be The Legend'의 약어. KBO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당일 경기에서 안타를 칠 것 같은 선수를 예상하고 배팅하는 게임이다.

정.젤.경! (올해 정기전에서 제일 경계해야하는 연세대 선수!)

· OPS 1.409의 거포 김호은 (연세대 12)

우경하 감독과 김주한 선수 모두 경계 1순위로 꼽은 선수다. 김주한 선수와 이번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으로 함께 발탁돼 방도 함께 쓴 친한 사이지만, 그가 4번타자로 타석에 설 때는 천하의 김주한도 긴장하게 된다고. 올 시즌 12경기 44타수에 20안타를 치면서 타율 0.455를 기록했고, 동시에 출루율 0.5, 장타율 0.909로 OPS 1할 4푼을 넘기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김호은의 창과 김주한의 방패. 둘 중 누가 승리를 거머쥘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정기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고연전 승리를 향한 우직한 각오

· 감독 우경하 (무역 76)

고연전을 위해 어떤 준비 해왔나

정규리그에서 패한 경기를 분석해보면, 평소에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곳에서 실책을 한 경우가 많았다. 2013 정기전 때에도 실책 때문에 졌었기 때문에 수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외에도 기동력, 조정력 부분을 많이 연습했다. 남은 기간 동안 꾸준하게, 원칙대로 해나갈 예정이다.

우리 야구부의 강점은?

정기전 경기는 막상 서면 분위기에 압도되기 때문에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연대보다 정기전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구능력이나 송구능력 등 수비가 연대보다 많이 안정되어 있다.

각오 한 마디

질 수 없는 경기이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한다. 우리가 잘하면 승리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6:2 정도로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

· 주장 이준형 (체교 12)

이번 정기전이 주장으로서는 처음이고, 선수로서는 마지막인데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정기전을 앞두고 최대한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들한테 잔소리도 점점 줄여나가고 있다. 2학년 때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이기자는 생각을 했었고, 3학년 때는 졸업하시는 선배들 유종의 미를 다져서 잘 보내자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올해는 ‘너희 때 정기전은 이겼나’는 질문에 저희 때는 이겼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연대 야구부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다면?

연대 야구부의 강점은 없고, 약점은 개개인의 색깔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것 같다.

각오 한 마디

7:3으로 이길 것 같다. 4년 동안 훈련하면서 이번 여름이 제일 더웠던 것 같은데, 그 더위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게 이겨버리겠다.

박승현 기자 (psh35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