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은 외국인 특별전형, 학업능력 담보 못해
대학교육에서 국제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15년 8만 9천명에서 2017년까지 10만8천명으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고, 대표적인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중앙일보도 대학평가에서 학위 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과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성을 국제화지표의 항목으로 제시했다. 이 영향으로 본교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고대신문이 증가하는 외국인특별전형에 문제는 없는지, 입학 후 외국인 학생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봤다.
입학 시 한국어 성적 대신 외국어로 대체 가능본교 외국인특별전형은 한국어를 못해도 지원 가능해 외국인 학생에게 본교의 입학 문턱은 낮다. 외국인특별전형 지원 자격은 어학능력자격 5개 항목 중 하나만 제출하면 된다. 5개 항목으로는 △고려대 한국어문화교육센터 한국어정규과정 수료자료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 △기타 본인의 한국어 능력을 증빙할 수 있는 성적 △TOEFL, TEPS, IELTS 중 한 가지 이상의 영어 성적 △위 4가지 항목에 상응하는 언어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 또는 한국어/영어 원어민인 경우이다. 따라서 영어성적이 있다면 한국어를 못해도 된다. 이에 대해 국제지원센터 문송이 씨는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선발한 뒤 후속 관리 한다는 취지”라며 “한국어능력이 부족해도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의 잠재성을 보고 선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대한 입학자격요건에 본교에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특별전형(3월, 9월 모두 포함) 입학생은 2012년 220명, 2013년 259명, 2014년 39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특별전형은 부모와 본인 모두 외국인이며 국내·외 정규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혹은 외국에서 우리나라 초·중·고교에 상응하는 정규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한 외국인(본인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국외에 거주했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외국민 전형과 차이가 있다.
의무가 아닌 한국어교육본교는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의무화 돼 있지 않다. 입학 시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성적을 제출하지 않았던 학생은 졸업 전까지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의 성적만 제출하면 된다. 학기 중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거나 능력 증진을 위해 필수로 이수해야 할 한국어 교육 과정이 없다. 국제지원센터 문송이 씨는 “한국어 교육이 의무화 돼 있진 않지만 방학 때 국제어학원에서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지원을 하고 있다”며 “생활지원 도우미가 현재 있는 것처럼 학점 관련 도우미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영어 능력만 갖춘 외국인 학생은 한국어가 서툴러도 본교에서 수업을 듣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영어권 학생은 굳이 한국어 강의가 아니더라도, 영어 강의만 수강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국어 강의는 ‘사고와 표현’ 및 국어 강의로만 개설돼 있는 전공필수 과목이 전부다. 본교의 영어강좌 비율은 전체 개설 강좌 중 20%로 국내 대학에서 1위다.
한편 학내 구성원들은 본교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을 무분별하게 유치하는 것에 다소 회의적이다. 외국인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수강한 경험이 있는 신소현(문과대 한문14) 씨는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과 팀플을 할 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민희(정경대 통계12) 씨는 “한국어와 영어 중 하나라도 배워서 소통할 의지가 있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학교생활에서 본인이 더 힘들 것”이라며 “한국어 교육을 의무화 해 입학을 허용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한국어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입학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어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한 문과대 교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6급을 받고 들어와도 부족한데 본교는 외국인 학생 입학에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정헌(경제연구소) 연구 교수는 “기본적인 한국어능력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 학생들이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원활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는 면접도 안 봐본교 외국인 학생들은 면접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입학이 가능하다. 2014년에 면접 고사가 폐지돼 서류 심사만으로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한국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의 입학 관문이 지나치게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지(문과대 심리14) 씨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외국학생들을 보면 ‘어떻게 학교에 입학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같은 동기로서 그 친구들을 보면 적응을 못할까봐 걱정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 스스로가 본교의 낮은 입학자격을 지적하기도 한다. 일본인 학생인 신유이(문과대 중문14) 씨는 “면접전형의 폐지는 본교 입학을 희망하는 외국인 지원자의 한국어구사능력을 평가 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외국인 학생들의 입학이 점점 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 온 니콜라스(Niklas, 정경대 정외14) 씨는 “외국인 사고와 표현 수업 때 한국어 능력은 물론이고 외국어 능력도 부족한 학생들이 힘들게 수업을 듣는 모습을 봤다”며 “언어 능력 수준을 실질적으로 평가 할 수 있도록 면접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면접고사가 없어진 이유에 국제지원센터 문송이 씨는 “해외에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국내로 면접을 보러오기엔 불편한 점이 있다”며 “짧은 시간 동안 치르는 면접이 오히려 형식적일 수 있고 서류 전형만으로 학생의 학업능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 면접 과정을 생략하게 됐다”고 말했다.하지만 경희대는 한국어 능력 증명 성적 제출이 필수조건이며, 면접고사도 실시하고 있다. 어학요건 항목은 △한국어 능력시험(TOPIK) 3급 이상 성적 소지자 △경희대 국제교육원 또는 언어교육원 4급 이상 수료자 △경희대 한국어 3급 수준시험 통과자로 영어트랙 지원자(경영학과 및 국제학과)만 예외로 두고 한국어 능력을 증명할 서류를 제출해야만 한다. 또한 경희대는 지원자 평가 항목 중 면접이 50%를 차지하며, 국내로 면접을 보러오기 어려운 해외체류자들에게는 화상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자가 많은 중국의 경우, 북경에 화상면접장을 설치해 면접을 진행한다. 경희대 외국인센터에서 외국인 입시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한국어 말하기 능력 뿐 아니라 해당 학생이 지원한 학과와 관련된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며 “면접에서 한국어 회화가 어색하면 탈락시킨다”고 말했다.
왜 외국인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나교육부 평가 및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대학의 국제화 부문은 중요한 대학평가 기준이다. 이에 타 대학뿐만 아니라 본교에서도 외국인 학생 수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학은 「고등교육법시행령」 제29조에 따라 부모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 북한이탈주민, 외국에서 초·중·고 전교육과정 이수자는 정원 제한 없이 모집할 수 있어 대학 재량으로 입학생 수를 확대할 수 있다.
2015년 교육부는 외국인 학생을 2015년 8만9천명에서 2017년까지 10만 명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대학평가 중 하나인 중앙일보 대학평가 기준 중 하나로는 국제화지표 부문이 있으며, 이는 총점 300점 중 50점을 차지한다. 국제화지표의 세부항목에는 △외국인 교수 비율(전임이상) △학위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 △영어강좌 비율 △외국인 학생의 다양성 등 6개 지표가 있다.
특히 본교가 외국인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제화지표 가운데서도 ‘학위 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 항목과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성’ 항목과 관련이 있다. ‘학위 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은 전체 재학생 중 외국인 학부·대학원 재학생 비율을 말하고, ‘외국인 학생의 다양성’은 외국인 재학생이 얼마나 다양한 국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실제로 2014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본교는 종합평가 4위를 차지했지만, 국제화 부분은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표 중 ‘학위 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은 13위로 비교적 낮았다. 이에 대해 국제지원센터 문송이 씨는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본교가 앞서고 있는 편은 아니다”라며 “국제화지표를 통해 봤을 때 외국인 학생의 수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높고 현실성 있는 자격조건 필요해본교의 학내 구성원들은 외국인 학생 관련 제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연계 캠퍼스에 위치한 단과대 학사지원부 직원은 한국어능력과 영어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학생들의 입학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솔직히 한국 학생들에게 피해”라며 “서류만 내면 다 뽑아준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한국어 실력이 안 되는 학생들까지도 무작정 많이 뽑을 수밖에 없는 건 국제화 지표 때문”이라며 “국제화지표 때문에 학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고 있는 행태”라고 말했다. 문과대 어문계열의 한 교수는 외국인 학생들의 입학 조건을 지적하며 “당장 가시적인 대학평가에 급급해 하지 않고 오래도록 고려대학교 이름을 지키고 싶으면 외국인 학생 입학에 훨씬 더 높고 현실성 있는 자격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승회(생명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영어나 한국어가 부족한 외국인 학생들의 해당 언어 습득을 위해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강수환, 심정윤, 이영나 기자
news@kukey.com 사진 |
서동재 기자
awe@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6 10:3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