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줄이야?” 정오 무렵. 숟가락과 젓가락이 연상되는 ‘911온반’이라는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911온반(溫飯)’. 집밥을 그리워하는 학생들에게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제대로 대접하고자 하는 것이 가게 이름에서부터 느껴진다. 이 집의 메뉴는 직화 제육볶음 정식과 직화 불고기 정식 2개뿐이다. 고기와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 계란프라이에다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볶음김치와 무 장아찌, 마른 김, 밥까지 차리면 한 상 가득하다. 게와 바지락, 민물새우가 함께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내는 된장찌개는 삼삼해 든든한 한 끼에 잘 어우러진다. 볶음김치는 숙성시킨 신 김치를 매일 새로 볶아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취나물이 들어가 향긋함을 더하는 무 장아찌는 뒷맛을 깔끔하게 해준다.
                

이 집의 제육볶음과 불고기는 ‘플람베’ 기법을 사용해 고기에서 불 맛이 난다. 높은 온도에서 고기를 볶아내면서 적당한 도수의 주류를 첨가해 단시간에 알코올을 날리는데, 음식에 은은한 불 맛을 배어들게 해 훨씬 감칠맛이 느껴진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주방에서 젊은 동갑내기 사장 박상익(남·32) 씨와 임창빈(남·32) 씨가 불 맛을 내기 위해 하루종일 불 앞에 서 있다. 높이 솟구치는 센 불에 돼지고기를 빠르게 볶아내어 돼지고기 잡내를 잡아내면, 다시 한 번 토치를 이용해 불 향이 나게 한다.

뻑뻑한 돼지 뒷다리살로 부드러운 고기 맛을 내기 위해선 긴 시간을 거쳐야한다. 일주일간 비법양념을 숙성시키고, 그 양념에 다시 돼지고기를 48시간 동안 재워둔다. 양념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간장이다. 간장만큼은 비싸더라도 오래 묵힌 좋은 것을 쓴다. 숙성을 통해 간간하게 양념이 잘 밴 돼지고기는 간장 덕에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낸다. 불고기는 달콤하면서도 담백하고, 제육볶음은 베트남고추가 들어가 뒷맛이 매워 맛의 조화가 좋다. 밑반찬을 활용한다면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도 있다. 김에 밥을 얹고, 볶음김치와 고기를 올려 입에 넣으면 한입 가득 맛의 향연이 인다. 풍미에 홀려 밥 두 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반찬과 밥도 양껏 가져다 먹을 수 있지만, 먹어도 줄지 않는 푸짐한 고기에 배는 금방 불러온다.

이 곳은 하루에 150인분만을 준비해 손님에게 내놓는다. 단 두 가지 메뉴만으로 점심장사와 저녁장사를 나눠서 한다. 손님에게 완성도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푸짐한 한 상을 대접하는 이유가 있을까. “학생들 많이 배고플 나이잖아요. 저희도 그랬고요. 최대한 배부르게 먹고 가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기분이 좋아요.” 그들이 식당을 경영하며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에 장난치지 않는다’가 저희의 사명이에요.”

욕심부리지 않는 두 젊은 사장의 마음이 느껴져서일까. 진심이 담긴 ‘갓 지은 따뜻한 밥’ 한 끼 잘 대접받고, 마음속까지 따뜻한 배부름이 밀려온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0: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