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때마다 올라오는 우리학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 디카츄라는 이름을 자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주에는 우리학교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억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디카츄, 경영학과 05학번 추영훈 씨를 만났다.

Q. 학우들에게 본인을 소개한다면?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꿈꾸는 경영학과 05학번 추영훈이다. 디카츄라는 닉네임으로 디카츄의 사진창고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Q. 디카츄라는 닉네임이 특이하다. 디카츄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교 2학년 때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를 다녀온 어느 날, 똑딱이 카메라를 가지고 과반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동기 중 한 명이 뜬금없이 디카를 들고 다니는 추라며 디카츄라고 불러줬다. 그 어감이 참 귀엽고 좋아서 그 때 이후로 디카츄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켓몬스터의 귀여운 피카츄를 연상하는데 실상은 몸집이 큰 남자여서 나를 모르고 귀여운 이미지를 연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든다.(웃음)

Q.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입학했을 당시인 2005년에 싸이월드가 유행하고 있었고 미니홈피에 사람들과 소통할 만한 게시물을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구에서 올라온 학생이라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서 ‘취미활동을 시작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또 그 때 마침 학교가 개교한지 백주년인 해여서 학교에 백주년 기념행사가 많았다. 그런 행사들을 찍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사진 찍는 것이 취미가 됐다. 본격적으로 사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학교 축제 입실렌티를 참여했을 때였다. 동기에게서 캐논 보급형 카메라를 빌리게 됐고 그걸로 행사촬영을 했는데 재미가 있어서 없는 돈을 모아 보급형 디지털카메라를 사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Q.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관이라는 것도 형성됐을 것 같다. 본인의 사진관은 무엇인가?

사실 거창하게 사진관이라고 정의를 한 적은 없지만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자체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 컸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SNS가 많이 유행하지 않은 상태여서 같이 있던 사람들과 있던 장면을 촬영하고 사진을 보면서 같이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20대 내내 소통이라는 것이 나의 화두였는데 그 소통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고 어떤 사람과 즐거운 경험을 하고 그 때를 촬영해서 그 상황을 최대한 아름답고 즐거운 모습으로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사람과 함께 사진을 보며 ‘이런 때가 있었구나’하면서 함께 공감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사진을 함께 보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이 나의 사진관이라면 사진관이다.(웃음)

Q.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게는 애정과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학교를 거의 10년 가까이 촬영하면서 애정을 가지게 됐다. 또 꾸준히 촬영하다보니 시행착오를 통해서 오랜 시간이 흘러 나만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Q. 10년 가까이 사진활동을 계속하게 해준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적으로 깨닫게 된 건 사진을 찍고 나서 갈무리를 해놓았다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사진을 다시 볼 때 느꼈다. 별거 아닌 사진들도 2, 3년 후에 다시 보니 촌스럽기는 하지만 추억이 돼서 모두들 오글거려하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았다.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나중에는 개인의 역사가 되기도 하고 기억 속에는 없지만 사진을 통해 그 순간을 발견했을 때 기쁘고 즐거운 추억이 되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때마다 우리학교의 곳곳을 찍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한 애교심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게 안암은 마음의 고향이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이 본질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 캠퍼스도 대한민국에 내가 가본 캠퍼스 중에 가장 아름답고, 우리학교 행사에선 젊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학교는 내가 20대를 보냈던 곳이고 현재 20대를 보내고 있는 후배들의 시간과 순간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학교나 행사의 모습을 찍는다. 순간의 모습들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Q. 본인이 학교에 다닐 때도 이렇게 애교심이 높았나?

고려대의 문화와 정신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맹목적으로 사랑하지는 않는다. 사진을 통해 아름다운 모습을 올리지만 스스로도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도록 사진을 너무 포장하지는 않았는지 경계한다. 우리학교나 그 문화에 대해서 자부심은 가지고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알고 자부심을 가지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자료를 만들고 올릴 때 신경을 쓰는 편이다.

Q. 우리학교를 많이 찍으셨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 꼽는다면?

예쁜 사진으로는 봄날의 창의관 뒤 벚꽃길이 참 예쁘지만 꼭 한 장만 꼽으라면 4.18 기념비 사진을 꼽고 싶다. 4.18 당시 선배들의 모습을 형상화 해놓은 사진이다. 지금 재학생들이 4.18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4.18 기념비 앞에서 어깨동무를 한 선배들의 굳게 다문 입, 의지에 찬 눈빛이 고대의 정신, 4.18정신, 자유·정의·진리라는 단어들을 함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4월마다 다시 볼 정도로 애착이 있는 사진이다.

Q. 여태까지 사진생활 중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본인의 마음에 드는 사진은 무엇인가?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

2012년 정기전에서 응원단장이 학우들을 앞에 두고 응원하는 사진이 마음에 든다. 주경기장에서 응원단장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고 그 맞은편에서는 빨간색 옷을 입은 학우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초기에는 응원단 사진을 앞에서 많이 찍었는데 그러면 뒤에는 의미 없는 배경이 찍히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응원이라는 문화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학우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앞에 선 응원단장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맞은편의 학우들도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응원에 대해 학벌구조나 집단의식에서 발현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본질적으로 대학 스포츠 안에서 우리학교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응원문화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사진을 말로 표현하려니 말이 길어졌지만 딱 보는 순간 이 모든 느낌이 오는 사진이다.(웃음)

Q.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를 주로 많이 찍는 만큼 앞으로 사진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고민이 있다. 졸업을 했고 학교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지니 학교 자체에 대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주는 사진을 찍고자하는 작가로서의 디카츄의 사진 분야는 ‘학교, 젊음, 캠퍼스’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졸업생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약이 있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졸업생과 재학생이 모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전에는 우리학교의 예쁜 풍경 위주로 찍었지만 올 초에 정대 후문에 밥 약속을 기다리는 장소를 찍은 적이 있다. 저녁에 학교를 지나다가 그 장소를 찍고 제목을 ‘밥 약속’으로 올리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줬다. 주변 지인 중 졸업생들은 비야 사진을 올리면 그렇게 많은 공감을 하더라(웃음).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서 찍고 싶다. 이게 디카츄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로서의 목표이다. 나머지는 아마추어 작가로서는 사진에서 나의 관점, 영역을 구축하고 싶다. 디카츄 자체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결혼을 빨리 해서 올해 말에 아기가 태어나는데 아기와 함께 사진놀이를 하는 아빠 찍사가 꿈이다.

Q.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싸이월드에서 사진을 공유하다가 싸이월드라는 매체가 하락세를 타면서 소통이 옅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찍고 공유하는 컨텐츠들이 주된 소통의 대상이 학우들이다. 학우들이 봐주고 공감할 때 생명력을 얻는다. 앞으로도 소소하지만 소통할 수 있는 선배로서 소통의 장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소소한 작가로서 남고 싶다.

늘 사진으로 학우들과 소통해왔던 디카츄, 추영훈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우리가 보던 아름다운 우리학교의 사진들은 애정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는 추영훈 씨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추영훈 선배님의 소망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디카츄의 사진을 보며 함께 웃고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치연 기자(cykim111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