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생 간 소통의 창구를 뚫다- 대학평의원회 설립운동

개강 직후 9월 초부터, 학교 곳곳에서 열리는 서명 운동이 눈에 띈다. 이 서명운동은 다름이 아닌 대학 평의원회 설립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다. 그러나 대학 평의원회와 이를 설립하기 위해 추진되는 운동에 대해 알고 있는 학우들은 많지 않다.

대학평의원회란?

대학 평의원회는 학교 측 임원, 교우 그리고 학생 대표가 의원의 자격으로 참가하여 대학교육에 관한 중대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학칙의 제, 개정, 예산, 결산 사항 등이 평의원회에서 심의되고, 재단 이사를 선임하는 권한 역시 평의원회에 있다.

또한, 우리 학교의 경우 논란이 되었던 학과제 전환이나 학과 통폐합 등의 학우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들이 평의원회에서 논의된다. 즉, 평의원회를 통해 학생들은 학사 행정을 견제할 수 있고 학교와 보다 활발히 소통할 수 있으며, 사학재단을 감시할 수 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대학 평의원회의 설립이 필수적이지만, 우리학교는 성균관대와 연세대와 더불어 평의원회가 아직도 설립되지 않은 주요 대학 3개 학교 중 하나이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은 “학내 대학 평의원회가 효용성있게 운영되고 있다” 며 “단과대 내 의견을 개진하거나 학칙 개정과 같은 중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이를 심의할 수 있는 기구가 있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우리학교의 대학 평의원회 설립운동, 그 발자국은?

총학생회에서는 1학기부터 대학 평의원회 설립을 위한 운동을 시작해왔다. 지난 1학기에는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학교들과 대 교육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한, 여름방학에는 국회의원 김상민 의원 주최의 정책 간담회에서 대학 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대학에 대한 제재방안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2학기에 들어 총학생회는 학우들이 참여하는 평의원회 설립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 27일, 고연전 개막식에서 황순영 총학생회장은 고려대학교 총장에게 대학 평의원회 설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2일에는 총학생회가 평의원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학우 약 2300여명의 서명을 학교에 전달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서 총장의 일정을 검토한 뒤, 일주일 내에 답변을 줄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기획팀 배태웅 주임은 “답변을 줄 수 있는 정확한 날짜는 말하기 어렵다” 며 “그러나 더 나은 평의원회를 만들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다 파악을 했으니 시간을 좀 더 달라” 고 말을 아꼈다.

대학 평의원회의 세 번째 꼭짓점- 교육부

대학 평의원회 문제는 단순히 학교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 간의 문제는 아니다. 2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총학생회는 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대학들을 제재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교육부 역시 대학 평의원회 문제의 주요 꼭짓점 중 하나이다.

2006년, 개정 사립대학법에서는 사립대학의 최고 심의 기관으로 평의원회 설립을 의무적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몇몇 대학들은 평의원회를 설립하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지난 7년간 단순히 시정만 요구할 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7월에야 교육부는 평의원회 미설립 학교에 대해 이사회 신규임원의 취임 승인을 보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홍익대, 이화여대 영산대 등이 급히 대학 평의원회를 구색맞추기 식으로 설립했다. 지난 9월 평의원회를 급히 구성한 이화여대는 교수대표 평의원 4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교무위원인 학장이 3명이나 포함되었다. 이에 교수협의회에서는 ‘평의원회 본래 운영취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평의원회 설립운동- 학우들의 반응은?

기자회견이 열린 2일까지, 총 약 2300여명의 학우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이는 결코 적은 수라고 할 수 없지만, 주위에는 평의원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학우들도 상당히 많다. 한 학우는 “평의원회 설립 서명운동이 행해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평의원회가 무엇인지, 왜 이러한 서명운동이 진행되는지는 모른다” 며 “평의원회의 미설립은 분명히 학생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중요한 일 같은데, 이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고 적극적인 홍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고연전 기간,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같은 부스에서 고연전 농구 추첨권을 배부함으로써 서명운동이 홍보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총학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두 개의 행사가 같은 부스에서 진행된 것 뿐”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이러한 속 보이는 홍보는 서명운동의 순수함을 떨어뜨리는 행태’ 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평의원회 설립 그 이후의 문제- 실효성, 운영구조와 관련하여

평의원회의 설립을 가정하더라도, 실효성과 운영구조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다. 평의원회를 구성하는 대표자 선출에 관련하여 교수, 직원, 학생 각각의 내부 조직간 주도권을 잡기위한 갈등을 쉽게 예측 할 수 있다. 특히 평의원회 진출을 위한 선거와 관련해 교육의 장인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평의회 설립 건의뿐만 아니라 설립 시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평의원회 운영의 실효성과 관련하여 총학생회 측은 비록 평의회에 대한 구체적인 규율들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학교 측과의 협의를 통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규율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총학생회 교육복지국장 이나영씨는 “학생사회에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역할의 초석으로써의 평의원회를 만들고 싶다” 며 “효용성 있는 평의회를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시 바라보고 있음” 을 강조했다.

학생과 학교를 잇는 대학 평의원회. 이는 단순히 설립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띄는 건강한 창구가 되어야 한다. 지금, 그 건강한 창구의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많은 학우들의 관심이다.

이신우 기자 (shinoo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