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총학생회칙이 8년 만에 전부개정되었다. 이는 지난 12일에 열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총학생회칙 전부 개정안이 통과된 성과다. 총학생회칙은 총학생회를 구성하고 있는 하위 단위들의 회칙에 대한 상위법으로 하위단위들을 간접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총학생회칙은 사실상 우리학교 내의 모든 학생회 단위들을 규율하는 최상위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그만큼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총학생회칙은 2006년 9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안으로써 그 당시와 현재 학생회 체계의 괴리로 인해 현 상황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계기로 회칙개정특별위원회가 설립되어 개정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번 총학생회칙 전부 개정안의 모토는 단지 회칙의 미비함을 보완하는 것이 아닌 학우들의 의사와 참여가 반영되는 민주적인 회칙이다. 이에 따라 휴학생, 교환학생들의 권리확대가 기대된다. 또한 총학생회 의결기구와 집행기구, 특별기구 운영의 개방성과 명확성을 집중적으로 개선했다.

신강산 회칙개정특별위원은 “휴학생들이 등록절차를 통해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정회원 등록제 조항이라던지 ‘회원의 권리와 의무‘ 조항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 서술에 치중되어 있는 기존의 회칙과 달리 실제 회원의 기본권리에 대해 더 언급을 하기위해 노력했다.” 며 실제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적용 항목을 설명했다.

우리학교와 비슷한 시기인 이번 10월에 회칙을 개정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전국 대학 중 최초로 학생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회칙을 개정했다. 가장 큰 특징은 정책 주체가 총학에서 학생 중심으로 변화한 것인데, 우리학교 회칙 개정 축조심의에서 일반 학우들도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적극적으로 일반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회칙 개정안 쟁점 사항 중 학생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이 되어왔던 개정안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겠다. ▼총학생회장단 선거 성립 요건 ▼총학 투표시 기권란 신설 ▼중앙운영위원 결석 시 부회장에게 의결권 부여, 이 세 가지 조항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총학생회장단 선거 성립 요건, 투표율 제한 있어야 VS 투표율 제한 필요없어

전학대회에서 많은 논쟁을 낳았던 총학생회장단의 선거 성립 요건은 졸업예정자 (이하 졸예자)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두고 투표율이 50% 이상이 넘어야 투표가 성립됐던 현행안에서 투표율 제한 폐지안으로 개정되었다. 역대 우리학교 총학선거 투표율을 보면,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의 거의 모든 선거는 50%의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 관례적으로 투표율이 50%를 충족시킬 때까지 투표 기간을 연장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2004년 38대 총학 선거는 사흘 까지 연장했으나 44.1%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해 그 다음 주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표기간 연장은 회칙에 위반된 것으로 2006년에는 재선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기도 했다.

이후 2007년에는 투표율 저조에 대한 대책으로 처음 모바일 투표를 도입했고 현실성을 반영하여 유학, 취업 등의 이유로 투표에 비교적 덜 참여하는 졸예자를 투표율에서 배재하는 예외 조항이 만들어져 41대 총학생회는 투표율 50%를 넘고 최종 당선되었다. 이런 과정으로 현행안이 수립된 것이다.

하지만 졸예자 예외 조항은 지금까지 늘 논란이 되어왔다. 예외 조항이 생기고 나서 투표율 50%를 넘길 확률은 그만큼 확대되었지만 졸예자를 제외한 명목 투표율과 모든 학생을 포함한 실제 투표율의 격차가 점점 확대되었다는 점이 문제로 제시되었다. 일부 대의원은 현행에서 졸예자를 제외하고 투표율을 넘기는 것은 편법이며 실질투표율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한 졸예자를 결정하는 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고 4학년인 학생 중 절반 이하가 실제적인 졸예자가 아니라는 점 등의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학대회에서는 교환학생이나 휴학, 군인 등 졸예자 말고도 실제 투표를 하지 않는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집단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조현세 (물리 08) 학우는 “실제로 4학년이라고 해서 졸업을 하는 학우는 드물다.”며 “선거가 시간을 오래 뺏기는 일도 아닌데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졸업예정자를 투표율에서 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고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논의를 통해 전학대회에서 최종적으로 투표율 제한 폐지가 결정됐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투표율의 저하가 점점 심각해져 학생 대표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의 적극적인 투표 독려 노력은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 전에 언급했던 경희대학교의 경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참가선언 받기 활동을 진행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의무 투표제, 결선 투표제 등으로 비교적 당선자의 대표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이 중 의무투표제는 투표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어 촉진하는 방안이고, 결선투표제는 절대다수투표제와 같은 의미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안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프랑스와 스웨덴 정부처럼 투표용지를 거리에서 배부하여 사람들의 투표를 직접적으로 권장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임목영 정책컨설턴터는 “일단 투표율이 저조하면 기본적으로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데 일부지지자들만의 의사로 선출될 수 있고 민주적 정당성의 대표성이 아무래도 약하기 때문이다” 며 “하지만 연장투표를 통해 투표율이 50 퍼센트가 넘었다고 해서 이것이 학생회의 대표성을 절대적으로 담보해준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학생회의 대표성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고 밝혔다.

기권란 신설의 의의는 무엇? 그리고 ‘지지선본없음’의 의미

기권의 의미는 유권자가 투표 권리를 버리고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표현이다. 그러나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 중에는 투표 권리를 행사하고 싶지만 출마한 선본 중 지지하는 선본이 없거나 현 총학생회 체제에 대한 반대로 투표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학생들의 입장을 더 잘 수렴하기 위해서 ‘기권’ 대신 ‘지지선본없음’의 신설란을 만들기로 개정했다. ‘모두 반대’의 경우는 ‘지지선본없음’과 극명한 차이는 없지만 더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 채택되지 않았다.

‘지지선본없음’ 조항을 추가한다면 선본을 모두 반대하는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할 가능성이 증대돼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보완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학생사회에 관심이 없는 학우들은 단순히 ‘지지선본없음’에 투표를 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선본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리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한 ‘과연 기권표를 찍으러 투표장에 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최혜연 (사회 11) 학우는 “신설란이 이미 만들어졌고 그렇다면 만들어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기권란의 긍정적 의미와 함께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학우들에게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는 개정안을 투표에 실제로 적용하기 전이므로 이번 총학생회선거 때 개정안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운영위원 결석 시 부회장에게 의결권 부여하는 방안, 부회장 없는 단위는?

학생회장이라면 각 단과대가 선출한 대표자로서 해당 단과대의 의견을 표출하고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회장이 출석이 힘든 상황에서 부회장 의결권은 하나의 보완이 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부회장은 회장의 대행이자 부재시 역할을 대신할 수 있고 동일하게 단과대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이기 때문에 의결권 부여에 대한 자질이 회칙에도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학생회장이 적절하지 못한 사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의결권을 부회장에게 넘겨주는 등 이 개정안이 악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에 대해 사유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악용의 여지를 줄여나갈 수는 있지만 의결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 경우 회의 개회를 쉽게 할 수 있어 나태한 중앙운영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단과대별 회칙에 따라 부회장이 없는 단위는 역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모든 단과대가 자율에 따라 부회장 선출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하는데 부회장 의결권이 생긴다면 각 단과대에서 부회장을 선출해야 할 압박을 간접적으로라도 느낄 수 있다. 이 점에서 부회장 의결권 또한 차후에 적용해보고 수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8년 만에 개정된 총학생회칙은 현 상황과 체제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회칙이 모든 학생회 단체와 의결기구 또 넓게는 우리학교 학우들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갖고 학생사회에 온전히 적용될 수 있도록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나아가 학우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심지윤 기자(jiyoon6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