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시행 카운트다운… 논란은 지속

올 4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이달 20일을 기점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시행령 발효를 몇 주 남겨두지 않은 현재까지도 이번 개정안은 '셧다운제'와 관련하여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셧다운제가 무엇이고 그 안에는 어떤 논쟁거리가 있는지 The HOANS에서 취재해봤다.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는 지난 9월 23일 셧다운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시행령을 일부 공개했다. 셧다운제란 자정부터 새벽 6시 사이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이다. 자정부터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신데렐라 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셧다운제는 ‘게임 과몰입’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제출됐다.

셧다운제 입법화, 길었던 논의

셧다운제가 이와 같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입법화하려는 노력은 최근에만 진행된 것이 아니다. 셧다운제를 최초로 도입하고자 한 시기는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YMCA등 일부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셧다운제의 입법화를 시도했다. 2005년과 2006년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셧다운제를 발의했으나 정부와 게임 업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08년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다시 청소년보호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하면서 셧다운제는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당시의 개정안 역시도 게임 업계의 대규모 반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편 작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피로도 시스템’을 제안한 직후 4월에 여성부가 셧다운제를 재발의하며 다시 이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셧다운제 발의의 주도권을 놓고 여성부와 문광부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여성부가 법안을 발의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어 5월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법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이후 9월 여성부가 다시 셧다운제를 내놨지만 부처 간의 이견으로 국무회의에서 해당 내용이 의결되지 않아 이 논쟁은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올 4월 셧다운제는 이렇게 길고 긴 입법화 과정을 마무리 짓게 됐다.

엇갈리는 찬반, 논란 이어져

이처럼 긴 논쟁 끝에 셧다운제는 결국 통과됐지만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12.4% 정도가 게임중독이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게임중독 인구의 50% 정도이다.

또한 이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수면권,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이 늦게까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면 수면 부족 등 신체적 부작용과 초조, 짜증, 불안감,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부작용을 경험하고 극단적으로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이 심야에 게임을 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청소년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복지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헌법 제 34조에도 어긋나므로 셧다운제를 통해 청소년들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한국 입법학회가 올 3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46%의 학생들이 셧다운제가 시행돼도 ‘어떻게 해서든지 게임을 하겠다’나 ‘다른 게임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로 미뤄 볼 때 셧다운제가 시행돼도 청소년들은 이 제도가 만 16세 미만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이용해 부모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게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셧다운제를 실시한 태국의 경우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사례만 늘어나 2년 만에 셧다운제를 폐지한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제도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을 ‘문화 결정권’을 가진 자율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셧다운제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법원 판결 국내에 영향 미칠까

한편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 주(州)에서 발의한 ‘캘리포니아폭력성게임법(California's Violent Video-Game Law)’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법안은 폭력적인 게임을 청소년에게 팔거나 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대해 대법원은 비디오 게임을 책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적 매체로서 표현의 자유를 갖는 창작물로 규정하고, 이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미국 헌법 제 1조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곧 시행될 셧다운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다.

이 판결에 자극을 받아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화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11월 초 셧다운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은 청소년과 학부모를 청구인단으로 내세울 예정이며 그 주요 내용은 ▲청소년의 게임할 권리 침해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침해 ▲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이 될 전망이다. 지난 미 대법원의 판결이 국내 위헌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셧다운제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주희․박승빈․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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