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엠티와 야유회 같은 야외행사다. 새내기새로배움터도 일종의 엠티로 볼 수 있고 매년 3, 4월 과반에서 총엠티, 뻔엠티(같은 학번끼리 가는 것)를 간다. 과반 외에도 학회,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이라면 합숙, LT(집행부 엠티) 등의 이름으로 정기적인 야외행사를 치른다. 엠티가 몰려있는 3월말, 4월초쯤에는 인기 있는 엠티장소는 예약이 가득 차있다.

대학소비 문화, 쓰레기 배출 심각해

    엠티를 자주 가는 것, 주점과 축제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쓰레기의 양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성리에서 민박을 운영하시는 권 모씨는 “30~50명 정도의 인원이 엠티를 한번 다녀가면 3천원어치 종량제봉투를 가득 채울 만큼 쓰레기가 배출된다”고 말했다. 현재 종량제봉투의 가격과 용량을 고려하면 약 100리터를 배출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하루 평균 1리터 정도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것을 감안하면 100리터는 100명이 하루에 배출할 양을 30~50명이 하루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대학 문화의 주체인 대학생들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이 모(경제 10)씨는 “하룻밤이 지나고 쓰레기만 남겨져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며 반환경적인 엠티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일회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엠티문화의 원인에 대해선 “학생들이 돈만 내면 쓰레기를 처리해준단 생각에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만드는 것 같다”며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의 영향에 대해 조금 더 숙고해야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루 1,035t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일회용품의 품목별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종이컵 302.5개, 접시 21.9개, 종이그릇 65.8개, 나무젓가락 80개다. 합산하면 한 해에 약 21만 톤, 개수로는 약 233억 개의 일회용품이 생산돼 버려진 것이다. 엠티나 주점에서 사용된 대학생들의 일회용품 사용이 여기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축제에 자주 사용되는 비닐봉투는 2009년 기준 1억 9000여 개, 응원용품은 약 500만 개가 국내에서 생산돼 각각 1인당 3.9개, 0.1개가 소비됐다. 이와 같은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해 연간 4,000억 원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으며 쓰레기 처리비만도 1,000억 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행사용 옷도 환경오염 심각

    행사 때마다 맞추는 옷들 또한 문제에서 빗겨갈 수 없다. 일 년에 정대에서 볼 수 있는 행사 옷들로 3월 교육투쟁 옷, 4월 각 과반 과티, 6월 농활티, 11월 선거철 선본 옷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각 학회나 동아리마다 옷을 맞추고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옷을 맞추기도 해 여러 단체에 속한 사람의 경우 일 년에 서너 벌의 행사 옷을 구매한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러한 옷들을 계속 사용하지 않고 몇 해 짧으면 몇 개월만 지나면 입지 않는데 있다. 실제로 그 기간에는 자주 꺼내서 입지만 지나고 나면 처지곤란이 된다. 장 모(행정 06)씨는 “과티나 여러 행사에서 받는 옷들을 다 버렸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 시기에 입고 사용했으니 그 값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고 했다. 대학 문화 행사용 옷들이 일회적인 사용에 그치고 쓰레기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티를 제작하는 업체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단체로 티를 가장 많이 맞추는 이번 달(3~4월)에는 3만장정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옷의 수명이 비교적 긴 것을 가만하면 결국 이런 옷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집에서 방치되고 있거나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헌옷 수거함도 나오면서 의류도 쓰레기로 바로 배출되지 않고 재활용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일회적인 행사를 위한 옷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재활용이 되는지 의문이다.

환경단체, 일회용품 사용 문제

    환경단체들을 이러한 대학문화에서 일회용품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오성희씨는 “일회용품의 사용은 아무리 재활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반하고 재생산하는데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일회용비닐용품 사용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CO2를 배출 한다”며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침을 지적했다.

    일회용품 사용이 쓰레기를 양산하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소수 대학생들에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들어 쓰레기를 양산하는 대학문화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들이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다. ‘에코 캠퍼스(Eco Campus)’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가의 대학에선 90년대 중후반부터 에코 캠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대학에서는 몇몇 대학들에서만 문제 제기가 되고 있을 뿐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성의 움직임 일각에서 보여

    지난 2010년 환경단체 (사)에코붓다는 성균관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에서 쓰레기 없는 엠티 모델 개발에 관한 주제로 사업을 벌였다. 이사업의 환경부를 맞고 있는 이진솔씨는 “엠티 시즌이 지나면 대성리 엠티촌에 쓰레기밖에 남지 않는다”며 대학생 엠티로 인한 쓰레기 배출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 대학생들의 과제이며 대학생들이 생활 속 엠티에서부터 고쳐나가기 위해 에코캠퍼스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축제에서는 축제 기간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을 벌인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에코ㆍ환경’으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축제 기간 휴대용 커피잔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휴대용 커피잔 판매 수익은 전액 몽골나무심기운동에 기부된다. 그저 즐기기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환경보호 등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착한 축제가 되는 것이다.

    대성리에 있는 솔거펜션에선 ‘빈그릇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펜션에 머무는 도중에 빈그릇 캠프에 참여하기 원하는 단체엔 숙박비를 20% 할인혜택을 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안하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스스로 청소하기라는 세 가지 항목을 실천하도록 고무시킨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대표자가 점검표를 받아 스스로 실천여부를 점검한다.

    솔거펜션의 사장 이선우씨는 “대성리는 내 고향인데 쓰레기로 오염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며 빈그릇 캠프를 구상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실천항목을 잘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숙박비는 할인해준다며 “강제성을 부여해서 당장 쓰레기를 줄이기보단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빈그릇 캠프 실행 이후 전체 쓰레기의 30%정도가 줄었고 특히 일회용품의 사용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한다.

    쓰레기 없는 엠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을 볼 때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쓰고 장을 보기 전 인원에 맞게 미리 식단과 계획을 짜 그에 알맞은 양의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또한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일회용 식기류를 구매하는 대신 개인 컵, 식기 정도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엠티를 가서도 사오거나 만든 음식을 되도록이면 남기지 말고 다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와 그 심각성에 대한 반성과 인식전환이다.

    이러한 환경친화적 엠티 만들기 운동에 대해 이진형(행정 10)씨는 “쓰레기 배출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개인 식기 때문에 전전긍정하는 것보다는 일회용품이 편하고 효율적이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권숙인(정외 10)씨는 “생활 속에서 실천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의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