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우리학교 104주년 개교기념식이 있던 날 오전, 천신일(본교 교우회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려는 총학생회와 이를 막으려는 학교 측 사이에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다. 다음날 총학생회는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과 함께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고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당시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였던 학교 관계자들 중 학생처 총학생회 담당 직원 오다일씨를 직접적인 폭행 가해자로 지목했다. 총학생회는 학내 민주주의가 땅에 떨어졌다며 분개했고, 학교 측은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 사건에 대해 총학생회와 학교 측은 전혀 상반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바라본 이번 사건과 학교가 바라보는 바가 각각 어떻게 다른지 양 측 대표자들을 만나 묻고 여기에 여과 없이 밝힌다.

-사건 경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4일 행사 전날 오전 나는 총학생회장과 전화통화로 개교기념일 행사는 많은 교우와 교직원, 그리고 가족 분들이 참석하여 표창 및 포상도 받는 자리고, 중앙광장에서는 어린이날 행사로 놀이기구 등이 설치돼 즐거운 하루가 되는 날이니 만큼 기자회견 장소를 선정할 시 시간과 공간 등을 고려해 주기를 요청했으며 총학생회장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또한 오후 4시 경 업무상 학생지원부에 방문한 부총학생회장에게 기자회견 장소와 이후 계획에 대해 물어보니 오전 10시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하며 이후 계획은 전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당시는 행사장소와 무관하여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기자회견 이후 계획이 나오면 알려달라는 요청을 했다.

나는 이 기자회견이 전날 중앙운영위원회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 및 의결 되지 않았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일방적으로만 통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총학생회에서 내세우는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학생회 운영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날 밤 기자회견 장소가 중앙광장으로 변경됐고 침묵시위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총학생회장에게 기자회견은 민주광장에서 진행하고 침묵시위는 중앙광장에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침묵시위가 민주광장에서 진행되면 시위 의미가 상실돼 총학생회와의 마찰을 피할 수가 없을 거라는 점까지 고려해서였다.

그리고 5일 행사당일 09시 15분경 부총학생회장에게 두 번의 전화 통화로 기자회견은 민주광장에서 침묵시위는 중앙광장에서 진행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으며 부총학생회장이 논의해보고 연락을 준다고 해 기다렸으나 연락이 없어 09시45분 경 학생회관 앞에서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눠보고자 기다렸다.

이후 학생회관에서 피켓을 들고 나오는 부총학생회장에게 다가가 요청한 내용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했으나 부총학생회장이 나를 피하며 중앙광장으로 이동하려해서 손목을 잡고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을 재차 요청했으나 중앙광장에 학생들을 만나러 가야한다며 나의 손을 뿌리쳤다.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하기 위해 부총학생회장의 상의를 붙잡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 와중에 부총학생회장 옆 있던 학생이 부총학생회장과 함께 손을 놓으라며 나를 제지했고 학생회관 근처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교직원 분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부총학생회장의 손을 놓고 잠깐 옆에 가서 대화를 나누자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런 와중에 정책국장 유지영 학생은 나의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진을 촬영하면서 학생처 교직원이 부총학생회장의 멱살을 잡고 정당한 기자회견을 방해한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부총학생회장도 민주광장에서 하든 중앙광장에서 하든 자신들이 알아서 한다며 소리쳤다.

그때 총학생회장이 학생회관에서 나와 내가 “잠깐 대화 좀 나누자”고 했으나 내 말을 묵살하고 뒤에 서있는 다른 교직원 분들에게 “당신들 누구냐”며 소리를 지르고 몸에 손대지 말라며 몸으로 교직원 분들을 밀치며 걸어 나갔다.

총학생회장과 대화를 나누고자 총학생회장의 팔을 잡았지만 강하게 내 팔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내 몸이 앞으로 밀려나 총학생회장과 몸이 얽혀 넘어지게 됐다.

그 후 총학생회장은 자신의 몸에 손대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흥분한 상태로 본관 앞 행사장 무대로 향했고 나를 비롯한 교직원 분들은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다.

총학생회에서 게시한 대자보에는 KBS 기자가 온 후에 교직원 분들이 길을 열었다고 하나 총학생회장과 내가 넘어진 후 총학생회장은 빠른 걸음으로 본관 앞으로 향했고 착잡한 마음에 천천히 일어난 나는 KBS 기자는 못 보고 총학생회장 뒤를 급히 쫓아가고 있었으며 다른 교직원 분들은 내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중앙광장 에서부터는 한 교직원 분에게 “여기 계시라”고 한 후 나 혼자 총학생회장을 따라 갔다.

본관 앞에 설치된 행사 무대 앞에 도착한 총학생회장은 정당한 기자회견을 막는다며 총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 총학생회장에게 여기는 행사장이니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 나누자고 했지만 내 의사는 또다시 묵살됐다. 이때 갑자기 교우 분들이 나오셔서 총학생회장을 제지했고 다른 학생들도 달려와 교우 분들과 학생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후 논쟁이 벌어졌고 한 고령의 교우분이 무슨 일이냐며 수습하기 위해 애를 쓰고 계셨는데, 총학생회 정책국장 유지영 학생이 내 이름을 외치며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소리를 쳤고, 그 교우분도 이름을 부르며 나를 찾았다.

나는 교우분 앞으로 나섰고, 사과하라고 하여 어르신이자 고려대학교 대선배 앞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며 논쟁을 벌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도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일단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총학생회장과 함께 계시던 학생처장께서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본인이 지시한 것이라며 빨리 수습하고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학생처장의 지시라는 것은 기자회견 장소를 민주광장으로 옮겨 진행할 수 있도록 설득하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3~40여명 학생들은 모두 행사장을 빠져나와 인촌동상 앞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 날 모든 일들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와 나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게 “오늘 미안했고, 고생했다.”는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상이 총학생회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5일 오전에 벌어진 일들이다.

-지난 6일 총학생회가 ‘폭행 행사’라며 학생처장 사퇴와 관계자 파면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학생처와 본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답변할 것인가?

잘못한 것도 없고, 따라서 대응할 필요 없다고 본다.

-6일 당일 총학이 학생처를 항의 방문했을 때 왜 자리에 없었나?

5일 집에 돌아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고파스에 접속했고 아내와 함께 총학생회에서 올린 사진과 글을 보게 됐다.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을 본 아내는 놀랬고 생판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어쩜 저럴 수 있느냐며 오히려 나보다 더 분개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 30분 경 아내가 총학생회실로 찾아가 따지겠다고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나는 그런 아내를 달래서 집으로 돌려보내느라 조퇴를 하게 됐다.

솔직히 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우는 아내를 보며 정말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래도 아내를 달래며, 학생들이 한 일이니 나는 평소처럼 학생들을 대하고 조용히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처 항의 방문을 와서 소란을 피웠다는 전화를 접하고 또 한 번 행사 당일 벌어졌던 일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때 오다일 씨는 잠시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오늘 인문학포럼을 진행할 교양관 강의실 대관에 실패한 총학이 이것을 학생처의 보복성 대응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수업관계상 대관이 불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주 대관 문제를 관할하는 교양교육실 실장님에게 협조요청을 했었다. 그 분이 휴가를 다녀와서 어제(6일)서야 최종적으로 수업 때문에 강의실 여유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보복이었다고 하면 다른 장소도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 행사는 법대 신관에서 진행됐다. 또한 오늘 총학에서 어떤 행사로 무대 설치를 한다고 해서 허가해줬고, 일요일에도 강의실이 필요하다고 해 대관을 허가했다. 다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학생처에서 “학생처 무시해놓고 협조해달라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그것 때문에 대관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단지 총학생회에서 자기네들 논리로 한 개인에 대한 사진과 글을 써서 사람을 매장하다시피 해놓고 또다시 필요에 의해 어떤 것을 요청한다는 자체가 안하무인이 아니냐는 학생처 직원의 개인적인 말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냥 사람의 도리를 얘기한 것.

-천신일을 옹호하기 위해 기자회견 저지했나?

천신일 교우회장 옹호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가슴을 열어서 보여주고 싶다. 교우회장이 어찌되었건 우리는 학교 행사가 더 중요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이런 점은 잘못했다 인정하는 점이 있나?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 분이 판단하시라.

-총학이 대자보에 오다일씨 본인의 사진을 게시하고 실명을 거론했는데. 명예훼손으로 대응할 생각은 없나?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 상대로 학교가 감정싸움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서로의 잘잘못을 떠나서 자중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교우회에서 대응할 거란 얘기가 있는데

나는 아직까지 교우회에서 대응을 할 거라는 어떠한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마지막 말씀 한마디 부탁드린다.

그동안 몇 차례의 교내 문제 및 사회적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나 학교가 제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개교기념일 행사와 어린이날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장소를 옮겨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고 행사장에서의 기자회견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며, 왜 그러한 요청을 표현의 자유를 막고 총학생회 활동을 탄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총학생회에서 교우회장이 문제가 있다면 교우회장에게 직접 항의서한을 보내거나, 교우회관 및 자택, 회사 등으로 항의 방문하여 기자회견 하는 것은 계획해 봤는지……. 왜 굳이 학교에서 교수․직원․교우와 가족 분들이 즐겁게 어우러지는 행사일에 기자회견을 진행했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학생회에서 작성한 대자보와 같이 내가 부총학생회장의 멱살을 잡았으며 총학생회장을 밀쳐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가? 대자보 사진만으로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해야 할 학생운동의 중심인 총학생회가 지양해야 할 기성 정치단체들의 속성을 앞장서서 그대로 답습하여 자신들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몇 장의 사진을 선별 포장하여 사실과 전혀 다른 조작된 글을 온라인과 교내 곳곳에 게시하여 한 개인의 인격과 인권을 짓밟는 것이 진정으로 총학생회가 추구하는 학생회 활동의 위상이며 정의인지와 이러한 여론 조작과 선전선동으로 진정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특히 총학생회에서 게시문 등에 주장하는 것 중 “이것이 학생지원부의 진정한 역할이냐?”는 내용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 지금까지 하늘에 부끄럼 없이 학생들 위해 애써온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우리는 결코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실랑이였다. 일방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나 역시 와이셔츠와 양복이 해질 정도였다.

학생처가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부서임은 변함이 없다. 비록 얼굴이 알려지고 천하의 파렴치한으로 몰리고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진실을 알아주고 찾아와 위로해주고 돌아갔다. 이런 학생들도 있기에 나는 앞으로도 학생처에서 우리 학생들을 위한 일을 진심을 담아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