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우리학교 104주년 개교기념식이 있던 날 오전, 천신일(본교 교우회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려는 총학생회와 이를 막으려는 학교 측 사이에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다. 다음날 총학생회는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과 함께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고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당시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였던 학교 관계자들 중 학생처 총학생회 담당 직원 오다일씨를 직접적인 폭행 가해자로 지목했다. 총학생회는 학내 민주주의가 땅에 떨어졌다며 분개했고, 학교 측은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 사건에 대해 총학생회와 학교 측은 전혀 상반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바라본 이번 사건과 학교가 바라보는 바가 각각 어떻게 다른지 양 측 대표자들을 만나 묻고 여기에 여과 없이 밝힌다.

-사건 경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5일 천신일 교우회장비리의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비리의혹이 밝혀진다면 교우회장직에서 사퇴해야 된다는 내용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오전 10시에 진행하려고 했고. 그래서 준비를 해서 오전 10시에 진행을 하려고 9시 40~50분쯤에 나가려고 하는데, 그 전부터 학생처 및 건장한 남성 교직원분들이 열 댓 분이 학생회관 앞에 계시더라. 2층 엘리베이터부터 앞에까지 막고 있어서 학생회관을 봉쇄하고 있었다. 개교 104년 역사상 교직원이 학생회관을 막아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사상초유의 일이다.

부총학생회장과 정책국장, 애기능 집행위원회 상임국장 친구가 같이 먼저 나갔는데 나가보니깐 부총학생회장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더라. “못나간다” 하면서 막아서고 있길래,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하고 나가려하고 있는데, 그 상황 속에서 부총학생회장이 오다일 직원 선생님에게 멱살을 잡히고, 나도 마찬가지로 나가려하고 있는데 계속 막아 나서길래 앞으로 가고 있는데, 나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같이 우르르 밀쳐가지고 넘어지는 일도 있었다. 매우 세게 잡아서 그 과정 속에서 여기가 멍들었다.

굉장히 분노스런 일이 벌어진 거다. 어떻게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이 나가겠다는데 막아서는지. 그 길로 분명히 이 사건에 대해서 총장님의 해명과 사과를 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개교기념일 행사장으로 내가 먼저 갔다. 가서 “총장님 뵙겠다”고, “어떻게 학생처 교직원들이 총학생회장을 막아 나설 수 있냐”고 외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교직원들이랑 교우 분들이 같이 따라 오시더니 이리저리 밀쳐서 넘어져서 손에 피가 난 학생도 있었다. 피켓 들고 왔던 학생들 경우는 피켓도 부서지고. 그 과정 속에서 학생처장님도 만나게 됐는데, 그 일에서 대해서 어떠한 사과나 해명도 없으셨다.

그 상태로 내려와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후에 개교기념행사가 있는 식장 뒤쪽에서 피켓만 들고 마스크 쓰고 천신일 교우회장님 향해서 침묵시위를 하려고 올라가는데, 그 학생처 열 댓 분의 직원들이 다시 막아섰다.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못 간다” 하고……. “총학생회장이 개교기념일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못 참석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 하면, “무조건 못 간다.”는 식으로 계속 몸으로 막고, 가려고 하는 학생들을 밀치는 등의 과정들이 있었다. 거기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리고 또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대해서 막지 말라는 내용의 ‘간이집회’를 하다가, 개교기념일 행사가 끝나고 정리해서 돌아왔다.

그 일이 있은 후로부터 우리는 당연히 최소한의 해명이라도, 최소한의 사과라도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학교는 어떠한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가만히 있었고, 바로 그 다음날 규탄대회에 들어갔다. 듣기로, 학생처장님이 기자회견에 대해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대책회의를 해서 학생회관을 봉쇄하겠다는 발상을 한 거다. 당연히 학생지원부라면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보장해주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어야 하는데, 학생들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마저도 막아 나서고 부총학생회장에게 물리적인 폭력으로 대응하는 학생지원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규탄대회에서는 이를 주도한 학생처장님의 사퇴와, 그리고 학교의 책임자이신 고려대학교 총장님의 책임 있는 사과와, 물리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한 오다일 총학생 담당 직원의 파면을 요구했다. 규탄대회에는 백 여명정도 참여했고, 학생처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갔을 때, 총학생회 담당 직원(오다일씨) 같은 경우는 조퇴를 했는지 휴가를 받았는지 자리에 없더라. 아침에는 지나가다가 본 것 같은데…….

-오다일 선생님이 총학생회 담당인 만큼 친분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오다일 선생님과) 얘기도 많이 했었다. 근데 이번 일로 실망을 넘어서, 너무나 모욕적인 일을 당해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서 총학생회장에 당선됨과 동시에 나는 더이상 정태호 개인이 아니라 2만학우를 대표하는 학생대표자로서 활동해야한다고 사고하고 있었다. 학내에서의 최소한의 민주주의원칙마저도 무너진 현실과, 교직원들에 의해서 학생대표자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2009년 5월 5일 오전에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이지 어이가 없고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나도 화도 나서 눈물이 났다.

그래서 그 다음날 학생처를 가서 항의방문을 진행했는데 처장은 교무회의가 있다면서 없었고, 오다일 선생님도 자리에 없었다. 학생처에 가서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듣고자 했는데, 그 당시에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던 이장욱 선생님과 자치활동담당하시는 선생님에게 그 날의 사실관계에 대해서 인정하느냐고 묻자, “모르는 일이다, 물리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이런 식으로 대응했다. 오히려, “학생들 와서 뭐하는 짓이냐” 이러니 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그 당시에 있었고 그 사건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나는 모른다, 책임이 없다, 소란 끼치지 마라”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지……. 항의서한을 받을 부장도 없었고, 총학생회 담당 직원도 없었고, 그 자리에 있던 교직원들은 아무런 답조차도 하지 않았다. 결국 허탈하게 항의서한을 그냥 두고 왔다. 이후 본관으로 가서 총장님 만나 뵈려고 했는데 총장님은 또 안 계시더라. 그래서 비서실장에게 이번 일에 대해서 관련 요구안에 대해서 전달을 꼭 해 드리길 부탁하고, 월요일까지 총장님의 책임 있는 사과와 답변 달라 요구를 하고 돌아왔다.

-행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나?

학교 측에서 행사를 방해한다고 말하는 게, 우리가 무슨 행사를 방해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천신일 교우회장님이 나올 때 뒤에서 조용히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하려고 한 것뿐인데…….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도 행사를 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었고 침묵시위 하려 한 것도 뒤에서 가만히 피켓만 들고 있겠다고 한 거였다. 불구속 기소 당하고 출국금지까지 당한 사람이 비리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우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당연히 문제라고, 거기 있는 교우들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조차도 막다니. 행사를 방해할 생각도 없었는데 학교는 그에 대해서 과잉 방어를 한 거다. 고려대학교 재단이 학생들의 대표자마저도 짓밟으면서까지 얼마나 천신일 교우회장을 비호하기 위해 노력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 당국의 교육철학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자유 정의 진리’라는 교훈자체가 무너진 하루였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지금 위협받고 있는데 고대의 민주주의 또한 무너졌다고 생각을 한다.

-학교 측에 대해서 우리가 이런 점은 잘못했다 인정하는 점이 있나?

그 하루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처 항의방문 당시 학생들의 태도에 대해서 다소 무례했다고 보는 학우들도 있었다.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한데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사실관계에 대한 인정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대화를 할 수가 있겠는가. 이것은 협의를 하고 논의를 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때렸고, 물리력으로 막았고, 폭행을 했음에도 거기에 대해서 인정조차 하지 않는데, 폭행을 했다고 인정해달라고 구걸할 수도 없는 거고, 그에 대해서 협의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대화의' 방식' 문제를 넘어서서 당연히 사과의 한마디라도 있었어야지 대화를 할 수 있는데…….

-앞으로 학교 측에서 사과가 있다면 학생처장 사퇴 문제나 관계자 파면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타협할 여지는 있는지?

(학교 측이) 요구안에 대해서 당연히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을 한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학생대표자에게 폭력을 써라 지시하는 분이 학생처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 안 된다. 마찬가지로 총학생회를 담당하는 오다일 선생님 또한 선생님이라면 당연히 학생대표자를 그 누구보다도 존중해주고, 표현의 자유와 그 권리를 제일 앞장서서 보장해줘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했다. 부총학생회장의 멱살을 잡고, 나를 넘어뜨리고 했단 게 말이 되는가. 그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총장님의 책임 있는 사과까지, 분명히 이 세 가지(학생처장 사퇴, 학교 측의 사과, 관계자 파면)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라면, 총학생회는 민족고대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학교와 협의를 하면서 일들을 벌여나가겠는가.

이번 일도 그렇다. 총학생회 주최로 오늘(8일)부터 시작한 인문학포럼에 원래는 교양관을 대관해주기로 얘기했었다가, “너희들이 이때까지 학생처를 이렇게 무시했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느냐” 라고 하면서 강의실 개방을 불허해서, 민주광장에서 부스 설치하고 진행하려 했던 사업이 법대신관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그런 보복성 행위 등을 통해서 봤을 때, 전면적인 요구안을 받아들이고 혁신과 쇄신을 거치지 않고서는 앞으로 학교와의 대화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이런 일들이 지금까지도 여러 번 있었다. 등록금 인하와 교육환경을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협의를 하고 있는데, 논의가 굉장히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번 총장님과의 면담에 있어서는, 서명을 비서실에 분명히 전달해 드리고 분명히 총장님 보여드리라고 얘길 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장님이 받아본 사실이 없다고 얘기를 했었다. 학생들의 다양한 권리에 대한 전반적인 요구들마저도 학생처도 총장님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하고, 그 이후에 면담도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년간에 걸쳐 축적되어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학교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학교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등록금 내고 그냥 수업만 듣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대상으로 보는지, 그에 대해서 참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고. 자치활동을 보장하는 측면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에 대해 협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굉장히 많고…….

-학생처와의사이가 틀어지면 총학생회 사업 해나가는데 지장이 있을 텐데

당연히 지장이 있을 것이다. 총학생회는 학우들이들이 학교가 시키는 대로 등록금이나 내고 “이거 하지 말라”하면 안하는 그런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을 통해 학교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알았다. 우리가 교육환경개선안이나 등록금에 대해서 요구할 때 학교를 상대로 구걸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일에 차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논의를 해나가야 하는데 전혀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 모습들을 통해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 싸움을 이겨내야지만 앞으로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학생들이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 더 노력해 나갈 것이다.

-만약 학교 측이나 교우회에서 그날 일에 대해 책임을 물어온다고 하면?

그렇다면 그것은 전쟁을 선포하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사과는 커녕 징계를 논의한다거나 대응을 해온다고 하면 “앞으로 학생들과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우선 추후의 답변을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총학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계획인가?

일단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펼쳐나가야 될 것 같고, 학우들에게 부당한 현실에 대해서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