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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지극히 주관적으로 '맛집'이거나 '추천할 곳' 아닌 곳 많음. 그냥 혼자서 자주 가고 했던 곳들 위주. 사라졌는지 남았는지도 모르는 곳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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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부터 헌내기(정든내기 ㅎ)를 거치며 다른 게시판은 잘 활용하지 않아도 자주 들어갔던 곳이 고파스의 '소비자포럼'이었다.
맛집 추천부터 새로 연 식당의 리뷰, 그리고 가끔 신랄한 비판과 키배까지.
그래도 쓸데없는 학내 논쟁, 정치 논쟁들보다 먹고 살기 위한 인생에 먹는 것들 위주로 싸우는 게 참 좋아 고파스에서는 여기를 자주 이용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후 SOFO라는 플랫폼으로 분리되고, 정보 리뷰 게시판이 되면서는 자주 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잊혀지던 소포게, 코흘리개는 휴학을 거쳐 졸업까지 마치고 나니 안암에 그리운 곳이 참 많다. 그래서 이에 어울리는 곳은 그래도 소포게이니 만큼 그 후신에서 썰풀이를 해보고자 한다. 너무 유명하고 호평 위주인 곳(BINA, 홍도야 등등)은 제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들 위주로 선정한 식당들의 이야기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곳은 정리게가 아니라 소포게이다.
1. 참살이에서 오거리 가는 길목, 작은 로터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고깃집들
안암에서 고기를 가장 잘하는 곳은 어디일까? 요즘은 모르겠지만 당시의 강자는 제주고깃집, 제기동 숯불생고기, 소고기라면 가끔 카우보이? 등이었다. 그리고 들창코니, 고품콩이니 하는 곳이 성장할 때 즈음에 나는 소포게를 떠났다.
그렇다면 안암에서 고기를 가장 많이 먹은 곳은 어디인가? 아마 대부분 학우들이 이 주변의 고깃집을 떠올리지 않을까?
공간이 넓어서 행사 단위로는 자주 갔던 소몰이 (이후 동네푸줏간)
이름에 고대가 들어가서 그냥 무난히 자주 갔던 고고집
우삼겹으로 배 채우고 싶으면 갔던 산적
그리고 조금 기분 내서 맛나게 먹고 밥 볶으려면 깡통집
이 네 곳이 내 학부생활 돼지고기 섭취의 반절은 차지하는 듯 하다. 그새 막 바뀌고 상호도 바꿨다가 해도 제일 자주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자주 간 곳은 산적. 우삼겹+삼겹을 먹고 김치말이국수, 공기밥을 친구와 나눠먹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깡통이 반티어는 위였다는 게 주요 여론이긴 한데, 사실 지나고 보면 볶음밥 정도 빼고는 고기 질이 그렇게 차이났나는 의문이다. 아 물론 소몰이보다는 티나게 나았던 것 같다. 여기는 대체 왜 자주 갔을까..
지금은 기분 내고 싶으면 비싼 프리미엄 삼겹살집, 배만 채우려면 무한리필을 가고는 하는데 가끔 이 시절이 그립다.
친구들이랑 돈 걷어서 세트나 한마리 위주로 시켜서 먹던 돼지고기...
2. 순간반짝 임팩트 '순하리'보다 나았던 안암의 '과일술' 술집들
새내기 시절 맛대가리 없는 소주로 위간장을 세탁하고, 2학년을 막걸리와 안암 주변 값싼 칵테일들을 마시며 술을 알아가고, 이제 술을 굳이 찾아 마시지는 않아도 되던 3학년 무렵 등장한 '순하리'
나와 동기들은 의외로 별로 찾지 않았으나 주변 새내기들이나 다른 학생들이 워낙 미친듯이 이를 찾던 기억이 난다. 이후 뇌절의 뇌절을 거쳐서 블루베리 맛, 복숭아 맛, 자몽 맛 등등이 나왔었는데... 요즘에는 팔기는 하는가 모르겠다.
다만 당시를 생각해보면 나름의 메리트는 '가격'이었던 듯 싶다. 과일 소주를 언제 어디에서나 그리 큰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채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기는 하다. 물론 가끔 한강이나, 중광에서 먹었지 주 주종은 아니었지만..
다만 내가 이 '순하리'등 열풍에 미적지근했던 것은 나름 주머니를 챙길 수 있게 된 즈음인지라 희석식 리큐르를 먹느니 평소 가던 술집들의 과일술을 먹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선주막의 딸바막걸리,
유자유의 유자주(순하리가 나오고 나서 이걸 먹느니 유자유를 가겠다고 했었다),
휘모리의 사과소주
(뭐 춘자도 온갖걸 섞어 판 것 같기는 한데 내 기준 춘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복주이다)
조선주막이 사라졌을 때 아쉬움에 울었고,
유자유가 분점을 냈을 때에는 놀랐고,
휘모리는... 모르겠다. 아직 있기는 할까?
이외에도 수많은 안암 술집을 다녔지만, 이제는 안암이 아닌 어딘가에서 혹시라도 과일소주를 본다면, 또는 과실주를 본다면 먼저 떠올리는 술집들이다. 사장님들이 잘 계셨으면 좋겠다.
3. 글로벌 안암, 안암에서 첫경험했던 '세계요리'
상권이라면 안암, 굳이 더 나아가도 제기동, 가끔 가던 신촌 정도에 머물던 시절이 있었다.
참새들 짹짹거리는 신촌은 뭐가 그리 삐까뻔쩍했던지, 부정하고 싶어도 '안암촌'이란 별칭이 참으로 어울리던 우리 학교였지만, 나는 안암에서 맛본 몇 음식은 서울권 유명맛집보다 못할 게 없다고 느꼈었다.
동대문에 가면 이름이 사마'르'칸트, 사마'리'칸트, XX사마르칸트 등 글자 하나씩만 다르고 형제들이 다해먹는다는 중앙아시아 요리, 안암에도 분점을 낸건지 수준급의 샤슬릭과 발치카 맥주를 즐길 수 있었고,
가끔 맛이 변했느니 어디가 낫느니 하는 소리를 들어도 전국 대학상권 중 가장 많은 인도커리 식당을 보유했고 그 맛 또한 훌륭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2014년 즈음까지는 베나레스를 자주 가다가, 이후 오샬을 자주 갔는데, 비나가 원탑인 건 맞지만 정후에서는 이 둘이 접근성이 나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오샬의 조금은 자극적인 맛이 좋기도 했고
2층 미각에서 먹던 가지요리와 북경양꼬치의 돼튀볶은 어떤가? 졸업할 즈음에는 마라 집이 너무도 많아졌지만 안암 중식의 근본은 저 둘과 일미옥 토계면이라고 생각한다. 용초수는 사실 호남볶음밥?말고는 그리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안암은 촌이라지만 중식, 인도요리, 중앙아시아요리에 대해서는 전국급의 명소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걸 다시 생각해보니 유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저 나라들 위주였다는 소리이니 역시 촌이 맞나 싶기도 하다..ㅇㅅㅇ
4. 오 치느님 마이 치느님
안암에서 치킨? 질리게 먹었다.
그래서 어디? 기숙사앞 썬치, 꽈행사에만 갔지만 마늘 통닭은 맛있던 삼통(삼통이 안암에만 지점이 세개였던가.. 앞삼통 뒷삼통 중삼통), 무난한 강자였던 옹골진, 축구보기 좋은 치킨버스, 아줌마가 오기 전 원조 동아치, 연차 쌓이고 개업해서 아쉬웠던 튄닥꾼닥까지.
행사마다, 그리고 둘 이상 배고프면 참 많이 먹었던 안암치킨들.
교촌이나 BBQ가 3만원을 향해 나아가는 현 세태를 고려하면 참으로 혜자로웠던 치킨집들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삼통에서 필름이 끊기지 않았다면 걔랑 잘 되었을까..
물론 10년 즈음 전 이야기니 하등 의미 없다 하핳
5. 끝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는 더 더 더 많은 식당들을 논하고 싶었다.
안암에 참 많았던 술집들, 전통의 강자이자 순간 흔들고 떠나버린 집들,
얼마 없는 안암 양식집들,
소포게에서 키배가 벌어져서 재밌던 식당 등
너무 많은 곳이 떠오르는데, 이걸 다 쓰기에는 시간도 없고 4까지 쓰며 추억에 대한 향수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버리기도 했다.
다시금 생각한다. 안암에서 학부생활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면?
좆같은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이 좆같은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아니면 그저 그리움일 뿐일까.
이번 여름에는 안암에 한번 들려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만 줄인다.
-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8: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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