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좀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아니라ㅋㅋ 상호가 ‘누가 이비인후과’입니다.
이하의 잡설을 건너뛰고 싶으신 분은 아래쪽에 병원정보에 관한 요약문이 있으니 스크롤 내려주세요.


논문 심사를 며칠 앞둔 어느 날, 그것이 도적같이 이르렀습니다.
왼쪽 뺨을 중심으로 안구부터 어금니까지 얼굴 반쪽이 아파오기 시작한 겁니다. 한밤중에 얼굴 전체가 치통 비슷한 통증으로 아파오는데 원인은 오리무중이요 진통제도 듣질 않으니 환장하겠데요. 다만 예전에 비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일단 고대병원 응급실 이비인후과에 가 보았습니다. 뭐 응급실에서 정밀한 진단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명색이 대학병원이라 그런지 닷새(!) 후에 아무개 교수님 앞으로 예약을 잡아주더라고요. 의사 양반, 아파서 일각이 여삼추인 환자에게 이게 무슨 소리요!

응급실 야간진료비만 날리고 자취방에 돌아와 얼음을 물고 고파스부터 검색했습니다. 이비인후과 관련 글을 훑으니 대략 3개소 정도로 병원 후보가 좁혀지더군요. 전 그 가운데 ‘누가 이비인후과’를 택했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 어렴풋이 ‘장비가 좋다’는 후기를 본 것 같아서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아침을 맞고 영업시작 시각에 맞춰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겉모양은 그냥 동네병원 느낌인데, 고파스 댓글 말마따나 장비가 정말 좋더라고요. 특히 내시경 같은 광학기기는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성능이 좋아 보였습니다. 제 비강 곳곳을 누비는 내시경이 모니터에 뿌려주는 총천연색의 화면과 약간은 후줄근한 느낌의 병원 인테리어가 오버랩되며, 원장선생님이 돈 벌어서 장비에 전부 쏟아 부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원장선생님도 자신의 의료설비에 대해 꽤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고요.

다행스럽게도, 엄한 병원에 잘못 찾아간 건 아니었습니다. 얼굴 전체를 뒤덮은 통증은 비강마다 가득가득 고름으로 들어찬 축농증이 원인이며 외과수술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이런 진단을 가볍게 내리신 건 아닙니다. 여러 장비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CT촬영 결과까지 참고한 후에 확진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축농증수술을 받게 되었는데...모든 국소마취수술이 그러하듯 상당한 멘탈이 필요합니다. 여타의 수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두개골과 가까운 곳이다 보니 수술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가 골전도 사운드로 들린다는 것이죠. 어차피 마취를 하기 때문에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다만 이놈의 소리 때문에 환장합니다. 앞으로 고어물은 못 볼 것 같아요. 저처럼 안 되려면 비염 초기에 확실히 치료하고 관리해서 병을 키우지 마세요.

수술이 진행되는 중에 제가 자꾸 불안해하며 환자 주제에(!) 수술을 자꾸 중단시키는(!!) 황당한 사태가 벌여졌습니다. 원장선생님 曰, 본인에게는 굉장히 쉬운 수술이다, 중학생도 아무렇지 않게 수술 받는다,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키려고 하셨지만 저의 유리알 멘탈에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수술 시간이 2배로 지연되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잘 끝났습니다. 환자가 매우 비협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장선생님의 풍부한 집도 경험과 좋은 장비 덕에 잘 마무리된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 이제 간증 시간입니다. 수술 직전까지 진통제로 억눌러도 스믈스믈 기어나오던 안면 통증이 수술한 바로 당일부터 없어졌습니다. 반 년 간 지속되던 피와 콧물이 섞여 나오던 증상도 멈췄고요. 물론 수술 후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이전의 통증과는 질적으로 달랐고 그나마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 사라지더군요. 지금은 수술 후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충격적인 건 평소에 심상하게 생각했던 두통까지 없어졌다는 겁니다.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어쨌든 감사한 일입니다.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일인데 하물며 글 보고 글 쓰는 것이 일인 저 같은 사람에겐 더 말할 것이 없지요. 현대 외과술의 기적(?)에 할렐루야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신성모독이 될 듯하여 그만 둡니다. (게다가 병원명으로 보아 원장선생님이 틀림없는 신앙인...)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완치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원장선생님을 비롯한 의료진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병원 홍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후기를 씁니다.

※내원하려는 학우님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원장선생님의 성격이 상냥함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친절함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기분 상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질문하면 핵심만 짚어 간결하게 답변하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라면 묻지 않아도 자세히 말해주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병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의사 흉내를 내는 환자는 그냥 싫어하십니다. (이건 어느 의사든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 요   약 ◆
ENT계열 질환으로 고생하는 학우분, 하월곡동 누가 이비인후과를 추천합니다.
원장 선생님이 화타에요, 화타.

상호: 누가이비인후과
위치: 고려대 정문, 종암동 국민은행 버스정류장에서 종암동 경찰서 방면으로 1017 탑승
        →월곡두산위브 아파트 하차(버스로 10-15분)→횡단보도 건너 약 50미터 직진.
전화번호: 02)941-7250
영업시간: 평일-09:00~18:30, 토요일-09:00~16:00
장점: 풍부한 수술 집도 경험, 대학병원급 의료장비, 정확한 진단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6:4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