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글을 쓴 stuta가 고초를 당하고 있네요.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물질이 나왔다고 한 사람이 저구요. 아주머니와 언쟁을 한 사람도 접니다.
다소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가입해서 글 씁니다.
그날은 lievez님께서 말씀하신 월요일이 맞습니다.
교수님들과 축구를 하고 연구실 사람들끼리 간단히 회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축구하느라 힘들기도 했고 풀코트로 뛰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여러가지 이야기 꺼리가 있었습니다.
다들 그렇듯이 열심히 운동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은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술을 한잔하면서 다소 흥도났었고 조금 업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밖에 나가서 담배피고 들어와보니 연구실 애들이 닭에서 철수세미가 나왔다며 보여줬습니다.
다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위생과 관리 차원에서 말은 해둬야겠다 싶어서 직원분을 불렀습니다.
직원분께 보여드리니 바로 가져가셨고 주방쪽에 철수세미나왔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몇분 후 다시 돌아오셔서 죄송하다면서 시끄러워 잘 못들었는데 대충 "닭을 더 튀겨드리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별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작게 말씀하셔서 사실 뭐라고 하시는지 잘 못들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흥에 겨워 술을 마시면서 떠들었습니다.
'우리 배부른데 한마리 더 나오면 싸가야 하는거 아냐? ㅋㅋㅋ' 이러고 있었습니다.
잠시후에 이전 글에 있듯이 닭 3조각이 나왔구요.
정말 황당했습니다.
솔직히 술집이 애들 분식집도 아니고 닭 3조각을 주면서 미안하다는 성의를 보인거라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희들 평균 연령이 31살이 넘었는데 사탕하나 주면서 애들 달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술자리 분위기도 깨기 싫었고 그냥 넘어가려고 뭐라 한마디 하려다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술을 마셨지요.
그리고 '3조각 어이없다~ ㅋㅋ 3조각이 뭐야? 3조각 준거 찍어서 고파스 올리자' 이런 말 하면서 놀았습니다.
술도 한잔했거니와 술안주 삼아서 그런말 하면서 떠들고 논겁니다.
당연히 글쓸려는 생각 조차도 없었습니다.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고파스 오늘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말을 들으셨는지 주인 아주머니가 오셨고
"미안하다고 했는데 고파스에 올리느니 왜 그러냐? 주방보여주마. 철수세미 나올일 없다."
등등 마치 '우리가 철수세미를 가져다 넣고 땡깡부리는 걸로 보는 건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주머니의 어투와 태도때문에 매우 기분이 언짢아졌고
"우리는 이물질은 별거 아니라 생각한다. 그저 술자리 농담으로 한거다. 글 올릴 생각없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말씀하시는 것 때문에 우린 매우 기분이 나쁘다.
우리가 철수세미를 가져다 넣은거라는거냐?"
라고 아주머니께 언짢음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술자리 기분이 팍 상해서 더이상 말을 하기가 싫었고 기분 좋던 술자리는 찬물끼얹은듯 해졌습니다.
그리고 결재하려니까 아주머니가 "맥주 두잔" 가격을 빼주셨습니다.
맥주 두잔에 내 기분을 팔려버리는 것 같아 더 기분이 나빠졌고요.
연구실비로 회식하는 거였기때문에 그냥 "맥주값 빼줄것 없다"고 하려다
말다툼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나왔습니다.
매우 글이 길어졌네요.
저희는 the Frypan의 철수세미 조각때문에 글을 올린것이 아닙니다.
글을쓴 stuta는 학교앞 모식당에서 고추먹다가 애벌레를 반쯤씹어먹은적도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유기농이라 신선해서 그런거다라고 하며 웃으며 넘겼지만
stuta는 식사를 망쳤어도 (지금도 고추먹을때마다 약간 트라우마있습니다. -_-) 아주머니가 그 속까지 확인할 수는 없는거니 넘어간 놈입니다.
저는 식당을 하면서 이물질에 대한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생기겠죠.
문제는 그에대한 대처입니다. 제가 이전에 다른 식당에서 이물질이 나왔을때
그 가게의 사장님이 오셔서 제가 다 미안해질 정도로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습니다.
내가 괜히 말씀드렸나보다 싶을 정도로요.
저는 아직도 그 식당이 떠오르고 종종 찾아가곤 합니다.
그 가게는 실수가 오히려 저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게한 셈이 되었습니다.
학교앞 가게의 예를 들면 지금은 없어져서 어린 학우분들은 모르실 수 있겠지만
"자매"라는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나가다가 서빙하는 아주머니랑 살짝 부딪혔는데 안타깝게도 국물이 앉아있던 손님에게 튀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연신 미안하다며 손님에게 사과하고 제기억에 3만원 정도의 돈을 건네면서 세탁비하라고 너무 미안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사실 제가 보기엔 국물이 조금밖에 안 튀어서 별로 티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오시더니 "뭐 먹고 싶으냐? 너때문에 저렇게 된것 아니니 마음편히 생각해라." 하시면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친절히 대해주시고 제육볶음도 서비스로 주시고 그랬습니다.
제가 정말 죄송스러워지더군요.
이것이 올바른 대처가 아닐까요?
단골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손님을 잃는 것도 한순간이죠.
저는 보다 고객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시는 업주님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신.
저희가 그날 술먹으면서 시끄럽게 떠들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술 먹고 업되어 있으면 한번쯤 그러잖아요? 용서해 주시고요 앞으론 조심하겠습니다.
추신2.
끝까지 읽는 분은 몇 분이나 될지... 어마어마하게 길군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1:2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