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파스 생전 안 하다가
이런 건 올려야 한다고 해서 하나 남깁니다.
총학생회와 약속했던 증표인 <남은 음식 재활용 안 하기 서약서(?)>는
액자에 끼워진 채로 계산대 한켠에 가려 있었습니다.
하하하
전 그 정교한 손놀림을 기억합니다.
조금 전에 빛고을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뭐, 된장찌개에 자그마한 벌레가 들어가 있어서 다시 끓여준 건 넘어갑니다.
(설마 그걸 다시 주진 않았겠지... 하면서)
그리고 버릴 고기양념을 아주머니가 손으로 긁어담은 건,
뭐, 보기 그닥 좋진 않지만 그리고 손이 더러워질 건 알지만
먹을 음식을 그런 건 아니니 넘어갑니다.
다 먹고 나서 잠시 얘기를 하면서
다른 손님이 먹고 간 식탁 치우는 것을 자세히 보니까
반찬을 두 종류로 분류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먼저 가져간 반찬그릇은 험하게(?) 다루는 반면
나중에 가져간 반찬그릇은 블럭 쌓듯이 차곡차곡 포개어 가져갑니다.
그리고,
김치가 두 그릇이 있습니다.
한 그릇을 다른 그릇에 옮겨담더니
아주머니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그릇에 담긴 김치의 "줄을 맞췄습니다".
버릴 반찬을 맨손으로 만지고 행주에 슥 한번 닦은 그 손으로...
'어차피 버릴 거라면, 왜 줄을 맞추실까?'
옆 테이블에 있던 다섯 그릇과 우리 테이블에 있던 두 그릇이 쌓여
일곱 그릇이 되었습니다.
그 반찬은 누가 먹게 될까요?
밑반찬 재활용, 얘기만 많이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생생하게 보고 왔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15:5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