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를 안들고다녀서 입질이 올만한 사진을 첨부하지 못했습니다.
첫번째는 펌질한 사진인데 캐슬프라하의 학센이긴 하나 너무 들이대서 찍었고
두번째는 깔끔하게 나왔으나 경쟁업소인 옥토퍼훼스트의 학센 사진입니다.)
지난 고연전때 티셔츠 판 돈으로 뭘할까 고민...도 안하고 바로 맛있는걸 사먹기로 했습니다.
마침 다섯시쯤 되어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어차피 밥먹고 술먹을거 아예 맥주로 배채우자! 싶어서
강남역에 있는 캐슬프라하에 갔습니다.
찾기 워낙 쉬워서 약도 첨부는 안하겠습니다.. 그냥 강남역 파고다빌딩 지하 2층인겁니다. 강남역 지리에
익숙치 않은 분들도 6번 출구로 나가서 쭉 걷기만 하다보면 왼쪽에서 금방 발견하실 수 있어요.
확실히 좀 이른 시각에 갔는지.. 초로의 신사들 몇분과, 이미 얼큰하게 취해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은
커플, 그리고 우리 이렇게 세 팀밖에 없더군요. 알바가 훨씬 많았습니다.
나무계단을 내려가니 '이게 체코식인갑다' 싶은 인테리어와, 안이 들여다보이게 만든 맥주 양조 시설,
그리고 단촐한 테이블과 세팅이 반겨줍니다. 얼핏 삼통 지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네요.
마이크로브루어리답게 맥주는 하X트, 카X, X프리 이런거 없습니다. 오직 필스너, 그라낫, 둥켈입니다.
필스너가 보통 우리가 마시는 맥주에 가장 가까운 색과 맛인데, 그래도 느낌은 확 다르네요.
좀더 뻑뻑하고 배부르고 구수한 느낌이고 거품도 상당히 짙은 편입니다. 학교앞 호프집에서
물을 잔뜩 탄 맥주를 마시면 '꼴딱꼴딱'하고 넘어가는데, 이건 '꾸울떠억꾸울떠억' 하는 느낌이랄까요.
둥켈은 흑맥주인데, 쌉싸래하면서도 오히려 다른 맥주보다 뒷맛이 깔끔하더군요. 그라낫은
이 두가지를 섞어놓은 듯한 색깔과 맛이니까 그에 대한 평가도 저 두가지를 섞어서 보시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가격은 좀 센 편이예요. 2000cc에 19800원, 650cc에 6500원, 450cc에 4500원입니다. 이날
미련하게 둘이서 맥주값만 2만2천원 썼는데.. 그래도 워낙에 맛이 괜찮아서 별로 후회는 없네요.
안주로 주문한 슈바이네학센은, 최근 몇년간 방송을 많이 타서 이제는 꽤 유명해진 음식입니다.
쉽게 말해서 독일식 돼지족발인데, 맥주에 재워놨다가 오븐에 구워서 통째로 내놓는겁니다.
거대한 돼지 정강이 한덩어리가 구워져서 나오는데, 족발처럼 썰어져 있지 않고 스스로 칼질해서
썰어먹는 시스템입니다. 살코기는 정말 놀랄만큼 부드럽고 쫄깃해서 잘 썰어지는데, 껍데기가
바삭하기 때문에 썰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육질은 보통 족발보다 더 부드러운데, 특히 껍데기
아래쪽의 몰캉한 비계는 혀에 올려놓으면 살살 녹습니다. 맥주 안주로 치킨만큼 뛰어난 것이 또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그리고 껍데기는 오븐에 구워 과자처럼 바삭바삭한데, 이게 최고입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가서 먹게되면 아무말 없이 '이건 맛없는거야'하고 자기 앞으로 가져가 드시길.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워낙 양이 많아서 나중엔 느끼하기 때문에, 같이 나온 배추와 쌈장을
곁들여 먹습니다. 피클과 할라피뇨도 달라면 줍니다. (원래 처음부터 줘야하는거 아니냐..)
그러고보니 알바를 한번 부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워낙 크고 손님도 많은데다, 호출하는 벨 따위
없어서 무조건 손들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나름 이런 술집에는 그런게 더 어울린다 싶더군요.
알바들은 비록 전문적인 냄새는 풍기지 않지만, 어느정도 교육이 잘 되어서 친절하고 싹싹합니다.
저는 원래 맛있게 먹었으면 장땡이라, 단점 같은건 딱히 생각이 안 나네요. 대체로 가격이 좀
세다는 것 정도? (슈바이네학센 24000원, 서너명이 먹을 수 있는 양) 그래도 맛있는 맥주와
갖가지 체코 요리들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바삭바삭한
돼지껍데기 맛은 제가 보증합니다.
강남역에서 놀 때 대략 일행이 서너명 이상이고 그중 반 이상이 심히 가난한 상태가 아닐 때
맛있는 맥주와 안주를 먹고싶다면 강력히 캐슬프라하를 추천합니다.
대충 어떤거 파는 집인가 궁금하시면 아래 주소로 들어가 보세요. 런치메뉴는 좀 싸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3 17:5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