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공계 청진동 해장국골목에서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꺾으시면 표지판이 보입니다.

신장개업 티를 좔좔 흘리고 있는 표지판과 배너를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약간 어두운 조명의 자그마한 듯 하나 속으로 깊게 파인 죠'스 그릴의 약간 마른 듯한 알바가 반겨줍니다. 메뉴판을 청하면 아직 개업빨이 빠지지 않아 어버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코팅한 책받침 크기의 메뉴판을 가져다 줍니다.

저는 3번 '매운 햄버그스테이크'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1번은 돈까스, 2번은 순한 햄버그스테이크... 순이고 거의 모든 메뉴가 4,500원인데 맨 마지막 두 세가지 메뉴와 모짜렐라치즈가 더 올라간 메뉴만 약 1~2,000원 가량 더 비쌉니다. 제일 비싼 목살스테이크가 7,500원 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게 입구의 대형배너에는 '샐러드바 무료'라고, 마치 4,500원에 세상 샐러드를 모두 가져다 먹을 수 있을 것 처럼 크게 써붙여 놓았지만 막상 가게에 들어서니 입구 초입의 샐러드바는 몹시 단촐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샐러드바 무한리필이라는 말에 뭔가 좀 그럴싸한 것을 상상했던 저는 심지어 처음에는 샐러드바를 찾지도 못했을 정도입니다.

샐러드바의 구성은 끝에서부터 음료수 기계 (파인애플맛, 오렌지맛 환타와 콜라, 사이다 등등 5가지 였던 것 같은데 파인애플맛만 가져다 먹어서 나머지 구성을 잘 모르겠네요), 스프, 국(국수용 육수), 밥이 업소용 대형밥통에 담겨 있고, 그 옆으로 양상추토막낸샐러드와 통조림옥수수, 그리고 피클이 담겨 있는 샐러드볼이 있습니다. 드레싱은 한 가지였는데, 매일 돌아가며 바뀌는건지 고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기대를 모았던 스프는 천상의 맛을 보여줍니다. 걸죽하기가 이루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시판 오뚜기스프에 크림을 가미한 것 같은 묵직하면서도 크리미한 맛이 걸죽하게 흘러나옵니다. 게다가 여러가지 스프를 섞은 것 같은데 오늘은 크리미한 소고기 야채스프가 나와서 스프만 세 번 가져다 먹었더니 메인은 나오기도 전에 배가 한없이 불러지는 사태가 벌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꾹 참고 국수를 한 번 가져다 먹어 보았는데, 말그대로 아무런 고명도 없이 아기주먹만한 국수덩이에 업소용 밥통에 든 육수를 부어서 먹는 방식입니다만 별 특색없이 전형적인 한식부페의 곁들이 잔치국수맛 그대로를 나름 양식당 간판 건 곳에서 완벽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밥은 고슬고슬하니 잘 지어진 편이어서 조금이나마 가져다 먹어보았는데, 스프의 여파로 이미 배가 불러있던터라 굳이 가져다먹지 않아도 무방했을 것 같습니다.

여기 소스맛에 대하여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시는 리뷰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저의 경우는 분명히 '매운' 햄버그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새콤한' 햄버그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색깔은 시뻘건 소스가 맛은 지극히 새콤하더군요. 새콤매콤하다 싶은 느낌이랄까요? 참 신기하게도 향은 고추장향이 올라오는데 맛은 피클 국물맛이 나더군요. 이건 아직 개업초라 소스배합에 문제가 있어서인건지 자리가 안 잡혀서인건지 몇 번 더 방문해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인의 구성은 성인여성의 손바닥크기만한 햄버그스테이크 덩이 (두께도 적절히 마른 성인여성의 손 두께 정도입니다) 위에 소스가 어린시절 엄마손 잡고 가봤던 경양식집의 돈까스 소스 마냥 흠뻑 뿌려져 있고 그 옆에 쫙 깔아 펴서 적어보이는 바람에 밥을 미리 더 가져오게 해놓고 막상 한 숫가락 떠보니 제법 많은 양의 밥이 얇게 깔려 있는데 그 위로 마치 고급음식점 프라모델 목업 메뉴마냥 제대로 깔끔하게 부쳐진 반숙 계란후라이가 올라가 있습니다. 밥을 무한히 퍼 드시는건 상관이 없고 밥도 참 잘 지어져 있지만, 여성분들은 웬만큼 잘 드신다고 자부하셔도 굳이 밥을 더 가져오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결국은 가볼만한 밥집이라는 결론이고요. 저는 아마 스프 때문에라도 종종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어느덧 학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4,500원이 얼핏 저렴하게 느껴지는 천인공노할 시대가 성큼 다가와 버렸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7:4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