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병원에 수술 때문에 잠시 입원하고 계신 어머님을 뵈러
이종사촌누나 부부와 어린 조카가 와서 저녁을 먹으러 참살이길을 갔습니다.

친구가 추천해줘서 새마을 식당으로 고고싱..

목살구이와 7분김치찌개를 먹고 있었습니다..

근데 화로 안에 물이 부족해서인지 물 끓는 소리가 났구 종업원이 와서 물을 부었습니다.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불을 빼준다면서 한 종업원이 왔구..

불을 빼는데.. 그 순간 불통에서 뜨거운 물이 주르륵 흐르면서 제 허벅지에 듬뿍 떨어진 겁니다..
조물주의 은총으로 무조건반사의 옵션을 가지고 태어난 덕분에 잽싸게 피했지만
뜨거운 탄가루 섞인 물은 재빠르게 추리닝을 통과하여 제 살결을 지지더군요..

당황한 종업원은 미안하다는 말 없이 물수건 두개를 가져오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일단 얼음 달라고 해서 물수건으로 얼음을 싸서 재빠르게
바지 걷고 허벅지에 갖다 대었습니다...

얼음을 가져다 준 다른 종업원이 죄송하다더군요.
"죄송합니다" 아무리 냉정하게 생각해봐더 건성건성인 어투였습니다..
대충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그런 말투.. 누구나 다 아실겁니다...

얼음 갖다대면서 화상을 염려하고 있으니 다른 여종업원 분은 화상에 바르는 거라면서 연고를 갖다주더군요..
일단 얼음으로 피부를 진정시키는게 좋을 것 같아 연고를 바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제 추리닝은 더러운 물에 잔뜩 더러워지고 젖고,,
피부는 뜨거운 물(화로 안에서 끓고 있던 물이니..)에 놀래고..

끝까지 제대로 된 사과가 없더군요..
적어도 그런 일이 있으면 세탁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일을 당한 손님에게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하는게 아닐까요..?

그래서 매형과 사촌누나 조카가 식당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종업원들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아까 불 빼다가 제 허벅지에 물 부은 분이 누구시냐고..
사과도 못받았다고..
그랬더니 한 여자종업원 분이 그분을 불러오시면서 중국분이라 그렇다고 그러더라구요..
한국말 잘 하시기만 하더구만유..
그리고 중국에는 사과라는 말이 없나요?
검색해보니 "뚜이부치"라는 사과하는 말에 심지어는 핑궈라고 먹는 사과라는 말도 있더군요..
그런데 중국분이라 사과를 못했다니..

참 어이가 하늘나라로~ 날아가는 순간이 계속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이런일이 발생하면 제대로 사과도 하고 손님에게 대처를 잘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좋게 말하고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문 앞까지 배웅하면서 죄송하다고 얘기하더군요..

다행히 응급처치를 잘 해서인지 허벅지는 괜찮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가게 앞에 현수막 걸어놓고 적극적으로 불매운동 했을겁니다...

불매운동 같은 것으로 고대인에게 맛있는 음식 제공하고 노력하시는 분들께 피해를 주고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참살이길에 의존하여 먹거리에 대한 필수욕구를 해소하는 우리 고대인들이
저와 같은 어이없는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그곳의 가게들에 수익을 안겨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 혹시 새마을 식당에서 저와 같은 일을 당하시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식당에 정말 큰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제가 부드럽게 얘기 잘 하고 왔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글을 올립니다.

학우분들께 감정적으로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네요...

길고 조악한 글 읽어주시느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