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신자리
초복이 한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복날을 상징하는 음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선호되고 있는 음식은 바로 삼계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대앞에서 삼계탕이라.. 언뜩 떠오르는 곳이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접근성을 고려하여 찾아간 곳은 황준호 베이커리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보신자리였습니다.
가게는 조그만 합니다. 들어가면 멍멍탕 냄새인지 살짝 비릿한 고기 냄새가 납니다.
기본적으로 깔리는 세팅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김치, 깍두기, 고추, 양파 그리고 쌈장입니다.
김치와 깍두기는 특별히 맛있지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우선 제 기분을 나쁘게 했던 것은 담배피는 뒷자리의 아저씨였고,
두번째로 제 기분을 나쁘게 했던 것은 다소곳하게 온천을 즐기고 계신 이 분입니다.
속은 어찌 채워져 있나 한번 까?!봤습니다.
속에는 찹쌀, 밤 그리고 마늘이 들어있었습니다.
(손수 이 분의 속을 까뒤집어주신 분은 백석님입니다.)
소금간을 하지 않은 상태로 국물을 한숟갈 떠 먹어 보았습니다.
국물의 색깔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역시 맛도 밍밍하고 가볍습니다.
잘 고아진 뽀얗고 진득한 국물을 기대했었는데, 잠깐 삶았다가 꺼낸 듯한 맑은 국물이었습니다.
닭은 질기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별 맛이 없었습니다. 소금 맛으로 먹었습니다.
같이 들어 있던 인삼이나 대추의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대추는 알도 작고 너무 바짝 말라 있었고, 삼의 향도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함께한 자매들과 백석군과 잠깐 이야기를 했었는데,
학교앞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학교 앞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그래도 먹을만 하지 않은가? 라며
결론을 내고 계산하러 갔다가, 이 분 몸값이 9,000원 이라는 말을 듣고,
그 생각을 철회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써야할지도 모르겠고,
여기까지 글을 이어오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해주신 자매님들과 백석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와인 2병으로 보상하려고 하였지만, 한번 가라 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역시 삼계탕의 지존은 토속촌입니다.
보문쪽이나 제기동쪽에 삼계탕 하는 집들이 은근히 있으니 그쪽을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냥 학교 식당에서 반계탕으로 기분 내시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알고 계신 괜찮은 삼계탕집 있으면 같이 공유하면 좋을 것 같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09:5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