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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3편은 개인적으로 필름 감성의 정점이라고 생각하는 슬라이드 필름 리뷰를 해보려 합니다. 역시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바로 시작합니다!
*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만으로 써내려 가는 리뷰입니다 *
(0) 슬라이드 필름이란?
일반적인 컬러 네거티브 필름은 현상이 끝나면 필름면에 실제 색상과는 정반대 색상으로 이미지가 기록됩니다. 아래 사진에서 좌측처럼 말이죠.
(나무위키 '네거티브' 문서에서 펌)
이렇게 색상이 반대로 기록된 필름을 인화지 위에 두고 감광시키면, 인화지 역시 색상이 반대로 기록되기 때문에 인화지에서는 위 사진에서 우측처럼 제대로 된 색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색을 두 번 뒤집는 것이죠.
반면에 슬라이드 필름은 현상 후 필름면에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색 그대로 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슬라이드 필름을 포지티브 필름이라 부르기도 하고, 영사기 앞에 투영시켜 이미지를 감상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대신 일반 컬러 네거티브 필름과는 달리 현상 과정이 다릅니다. 현상액도 일반 필름의 C-41 용액이 아닌 E-6 용액을 써야 하고(단, 슬라이드 필름임에도 일부러 C-41 현상을 하는 경우도 있음), 빛의 삼원색을 재노광해줘야 하는 어려운 작업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즉 현상 과정이 더 비쌉니다 ㅎㅎ;;
슬라이드 필름은 현상 후 상이 드러난 필름이 워낙 아름다워서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모습은 글 하단에서 보여드릴게요~ 본격적으로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1) Kodak EktaChrome E100 : 부활한 전설의 필름, 디지털 사진처럼 나온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한때 코닥의 전설적인 슬라이드 필름이었던 엑타크롬의 부활! 2018년 말, 2019년 초 즈음에 재발매된 Kodak EktaChrome E100입니다. 재발매된 엑타크롬은 필름으로 찍고 스캔하여 PC에서 보정하는 최근의 필름 슈터들의 니즈를 충족할 목적으로 뉴트럴한 색감을 가집니다. 그래서 결과물에서 디지털 사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뉴트럴한 색감을 가지기에 보정을 하기엔 편하지만, 필름 그 자체의 색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즉 호불호가 명확합니다! 그래도 슬라이드 필름치고는 노출이 약간 어긋나도 커버되는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한편, 이 필름은 표시된 감도는 100인데 감도를 80에 두고 찍어야 오히려 만족스러운 이미지가 나오더랍니다.
(2) Kodak EktaChrome 100D : 싸고 색감마저 선명한 필름 생태계 파괴자! 때때로 청록에 가까운 녹색 표현의 오묘함
이번에는 먼저 소개한 엑타크롬 E100과 비슷한 듯 다른 Kodak EktaChrome 100D입니다. 엑타크롬 100D는 엄밀히 말하자면 100피트 길이로 둘둘둘 말려 판매되는 영화용 필름입니다. 일반 사진용으로 판매되는 E100을 단지 대용량으로 말아둔 것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용을 해보면 E100과 100D의 차이가 꽤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E100에서는 푸르딩딩한 느낌이 다소 강하나 100D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크지 않았고, 색감도 E100처럼 뉴트럴한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사진들 역시 감도를 80에 두고 촬영하였습니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한 롤에 1만원 초중반 ~ 2만원 초반 정도면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슬라이드 필름... 아니, 영화용 컬러 네거티브 필름을 제외하면 필름을 통틀어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필름 중 하나입니다...! 현상 비용이 일반 컬러 네거티브 필름보다 더 비싸서 결국 밸런스는 맞춰지지만, 최고의 필름이 가격은 제일 싼 축이니 애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3) Fuji Velvia 50 & Velvia 100 : 압도적인 색감, 슬라이드 필름의 최고존엄! 그러나 좁디좁은 노출허용치, 그리고 인물사진은 '안' 찍어야 한다.
+++ 여기까지 벨비아 50 +++
+++ 여기부터 벨비아 100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후지의 Velvia 시리즈입니다. 벨비아는 여러분 그냥 무조건 써보세요... 뽕에 찹니다... 채도 확 올린 것처럼 꾸덕꾸덕한 색감에 압도됩니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노출허용치가 굉장히 좁아서 되도록이면 정노출을 줘야 하고, 밝기 차이가 큰 화면 구성을 하면 안 됩니다 ㅠㅠ 슬라이드 필름이 애초에 컬러 네거티브 필름보다 노출관용도가 부족하긴 하지만, 벨비아는 특히나 하이라이트나 암부는 그냥 죽어버려요. 또한 벨비아로 강한 주광에서 인물을 촬영하면 얼굴색이 고구마 색깔이 되어버립니다 ㅎ... 첫 사진에서 마주앉은 분의 손 색깔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보시면 감 오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써봐야 할 필름인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 벨비아는 코닥 엑타크롬과 달리 필름에 표시되어 있는 감도대로 세팅해서 촬영하면 되겠습니다~
(4) Fuji Provia 100F : 후지 슬라이드 필름의 올라운더
후지의 Provia 100F입니다. 벨비아가 압도적인 색감을 보여주는 대신 인물 표현을 희생했다면, 프로비아 100F는 풍경이면 풍경, 인물이면 인물, 일상이면 일상 모두 다 커버 가능한 포지션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벨비아에 비해서는 색감이 물을 약간 탄 것처럼 투명해졌습니다만, 프로비아 100F로 올려다 본 하늘의 맑고 투명한 이미지는 대체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엑타크롬 100D와도 색감 표현이 확연히 다릅니다.
벨비아보다 나아진 노출허용치, 특별히 모나지 않은 특성, 코닥의 엑타크롬과는 확실히 다른 표현, 이러한 이유로 주기적으로 쓰게 되는 필름입니다. 단, 엑타크롬 100D에 비해 단 하나 가격면에서 다소... 읍읍...
아, 가끔 중고나라 등에 AGFA CT precisa 100이라는 이름의 단종된 슬라이드 필름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는 AGFA에서 후지 프로비아 100F를 가져다가 리패키징한 것입니다. 즉 이름만 다르고 같은 필름입니다. 단종된 지 꽤 된 필름이기 때문에 양호하게 보관되었던 놈이 아니고서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어려울 수 있으니 혹시라도 장터에서 발견한다면 주의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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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7년 지난 AGFA CT precisa 100 결과물,
다행히 양호한 결과물 얻었다
(5) 슬라이드 필름을 써야 하는 진짜 이유
자... 사실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부터입니다. 앞에서 슬라이드 필름은 현상 후 맺힌 상 그 자체로 작품이 되기도 한다고 했죠? 현상된 슬라이드 필름을 한밤중 불을 다 끈 방에서, 흰 화면을 띄운 태블릿PC 위에 얹는 순간 진짜 슬라이드 필름의 재미가 시작됩니다. 정말 제대로 즐기려면 라이트박스와 루페 같은 악세서리가 필요하겠지만, 흰 화면을 띄운 태플릿PC 정도만 있어도 갬-성에 취하기엔 충분합니다!
번외1) 크로스 현상이란 뭘까?
필름을 제짝이 아닌 현상액으로 처리하는 것을 크로스 현상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E-6 용액으로 처리해야 하는 슬라이드 필름을 C-41 현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크로스 현상을 하면 색감이 틀어지고, 입자감이 거칠어지며, 때때로 사진이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의외로 특이한 느낌을 내서 일부러 크로스 현상을 하기도 합니다.
번외2) 유통기한 지난 슬라이드 필름, 구입해도 될까?
생산일자로부터 한~~참 지난 필름은 빈티지 필름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판매되며 빛에 반응하는 유제가 변질되어 제대로 된 상이 맺히지 않거나, 상이 맺히더라도 틀어진 색감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네거티브 필름의 경우 비교적 변질에 강해서 오래된 필름이어도 노출을 1스탑 이상 더 주거나 하여 그럭저럭 사용할 수 있을 때가 많고, 틀어진 색감에서 오히려 매력을 느끼는 필름슈터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슬라이드 필름은 변질에 상대적으로 약하고, 노출을 더 주는 트릭이 통하지 않습니다 ㅠㅠ 그래서 오래된 슬라이드 필름의 경우 심지어는
이렇게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투명한 막만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크로스 현상을 하면 상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 경우 색감이 틀어집니다. 오래되어 유제가 변질 + 제짝이 아닌 현상액 사용의 조합으로 인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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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 된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고
크로스 현상한 결과물
(Kodak EktaChrome E100S)
사용기기 : Nikon FM2 & Canon EOS-1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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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5:09: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