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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라면사리가 남아서 어쩐지 부대찌개가 먹고싶어졌더랬죠.
가게에서 먹을까하다가, 꼬로나 시대, 언땍뜨를 지향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완성시킨 레또르뜨 식품으로 맛과 간편함 두마리 토끼를 잡기로 했습니다.
슈퍼에 도착한 뒤, 비비고 스팸부대찌개를 망설임없이 골랐습니다.
교자만두로 이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 잡은 비비고, 그리고 깡통햄계의 근본 스팸,
이 두가지 조합이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70년 한미동맹마냥 든든-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넣어 먹을 두부와 함께 부대찌개를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제품 뒤에 써져있는 것 처럼, 냄비에 내용물을 부운 뒤 끓여주고, 두부와 라면사리도 같이 넣어줬습니다.
몇 분 끓이니 증기와 함께 군대에서 종종나오던 소세지국 냄새가 풍겨와서 기분이 조금 언짢아질뻔 했지만
잘 끓여진 부대찌개를 보니 군침이 싹- 돌았습니다.
면은 오래두면 불어버리기 때문에 면부터 먹고, 남은 재료들을 음미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대찌개의 메인재료는 뭐니뭐니해도 소세지.
냄비 안에 정갈하게 있는 소세지를 보고 '아 오늘 소세지 다 뒤졌다 ㅋㅋ'라는 생각과 함께 소세지를 한 입 먹었더랩죠.
그런데 아니 이게 웬걸?
입안에서 혹한기 훈련 때 먹었던 전투식량의 즂같은 가공육류맛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PTSD로 갑자기 아득해져오는 정신을 뒤로하고,
황급히 다른 소세지의 맛을 확인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아니야 내가 방금 먹은 포도는 신포도였을거야'
같은 여우의 생각을 십분 공감하며, 다른 소세지도 먹어 보았지만 역시나,
즂같은 전투식량의 진한 향이 입안을 가득채웠습니다.
이후로도 몇개의 소세지를 시도해봤지만
머리속에는 전투식량 포장지의 디자인만이 선명해져올 뿐이었습니다.
미국놈들이 (따끈한 밥에 노릇하게 구워서 올려먹으면 한공기 뚝딱인)스팸만 보면 극혐하는게 이런 맛을 떠올렸기 때문일까요?
스팸 먹을 줄 모른다고 "마! 함 무봐라! 뒤진다카이!"라고 외쳤던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유뚜브를 보다보면 부대찌개(a.k.a Korean Army Stew)를 맛본 외국인들이
"스팸으로 이런 맛을!!!"(대충 일본택시보고 놀란뒤 이마 탁!하는 칠레아저씨 짤)
하며 K-푸드의 위대함으로 국뽕에 차오르게 하던데...
K-푸드의 선봉장인 비비고의 부대찌개가 이런식일 경우,
어쩌면 k-푸드로 문화승리가 달성되는 시기는 조금 늦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지만 두부와 면으로만 배를 채운 뒤 쏘세지는 모두 싱크대 수채구멍행에 처해졌습니다.
두부와 라면사리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하네요.
비비고는 왜 그랬던 걸까요?
혹시 부대찌개라는 이름의 의미가 군 부대에 있던 시절의 PTSD를 떠올리게 하여서 부대찌개였을까요?
아니면 먹은지 1시간이 지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속이 부대끼게 만들어서 부대찌개였을까요?
비비고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레또르뜨 1류 기업 비비고의 맛조차 이랬다는 것은, 어쩌면 한국 전투식량의 명가,
(주)참맛 의 레뜨로뜨 기술력은 제-일이었다는 것을 뜻하며,
대한민국 육군장병들은 첨단 기술력이 접목된 전투식량의 진가를 몰라봤던 것이 아니였을까요?
날이 점차 쌀쌀해지는 가을밤,
부대찌개를 먹으며 국가안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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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즐거울지도?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6 22: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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