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알고 지내는 옛 과외선생님이 계십니다.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계셔서 일 년에 1-2번 부산에 내려가 얼굴을 뵙곤 했습니다. (친구처럼 아주 친한 사이입니다)
부산에 내려갈 때마다 항상 제가 얻어먹어서 이번에는 제가 사기로 했고, 망고플레이트 평점을 살펴보고 상위권에 있는 스시심에 갔습니다.

선생님과 저 둘 다 식사할 때 말이 없는 편입니다.
말 없이 밥만 먹고 있으니 앞에서 쉐프님이 말을 거셨습니다.
쉐프 "두 분 오늘 싸우셨어요?"
나 "아니요"
쉐프 "근데 왜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나 "원래 그래요~"
쉐프 "아 사귀는 사이 아니세요?"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런 질문 듣는 걸 안 좋아해서 대충 선생님께 "그러게 말 좀 거시지 그러셨어요" 하고 장난치듯이 말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쉐프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쉐프 "무슨 관계인데 높임말을 쓰세요?"
나 "선생님이에요"
쉐프 "선생님..? 무슨 선생님이에요?"
선생님 "수학 선생님이요"
쉐프 "과외? 선생님이 사주시는 건가요?"
나 "아뇨 제가 사드리는 거예요"
쉐프 "아 선생님 덕에 대학을 잘 갔나 보네요"
선생님 "아뇨 지혼자 잘갔어요 ㅋㅋ"

자꾸 선생님 아닌 것 같은데.. 스러운 뉘앙스로 말을 하셔서 불쾌했지만, 이쯤에서 대화가 마무리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 막 그런 거 아니에요? 드라마에서나 보던.. 과외선생님이랑 제자의 야릇한 관계?"
라고 하셨습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불쾌했고 입맛 다 떨어졌지만
제가 사드리는 입장이라 참았습니다
선생님도 굉장히 기분 나빠보이셨구요.
진짜 사귀는 사이 아니에요? 하고 다시 물어봤다고 해도 무례하다고 생각했을텐데 '야릇한'이라는 단어 선택이 ㅋㅋ..

쉐프님도 말씀해놓고 아차 싶으셨는지 저희 둘에게만 제일 맛있었던 스시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셨지만 기분은 계속 불쾌했습니다.

부산대 앞이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갈 일이 있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모쪼록 선택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05:2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