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후배에게 밥을 사줘야 할 일이 있어 빈이네 등딱지 2호점에 방문하였습니다. 시간대는 오픈을 했어도 한참 전에 했어야 할 4시 40~50분경! 사장님은 아직 나오지 않으시고 아주머니께서 이제 막 오픈 준비 중이시더군요.

들어가자마자 등딱갈비를 시키면서 처음이라 잘 모르니 "두 명이면 중짜를 시키면 적절할까요?" 라고 여쭤봤더니, 너무도 쿨하게 "네, 중짜 시키'셰'요~"라고 대답해 주십니다... 해서! 시켰습니다. 중짜로!

잠시 기다리니 분식형 일식집에서 김말이나 초밥을 먹을 때 국그릇으로 쓰이는 작은 그릇에 밥이 담겨 나오고, 이루 셀 수 없는 양의 등갈비쪽이 들어간 전골냄비가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저희 쪽은 남자 1, 여자 1의 상대적 열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고, 국물이라도 졸아들지 않으면 그대로 전골냄비에 압도 당해 버릴 것 같은 느낌에 무작정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들어있는 당면은 일부 개념찬 훠궈집이나 찜닭전문점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납당면으로 수월한 젓가락질을 도와주어 끊임없이 먹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거기다 초장부터 강불로 무한히 끓여대다보니 간이 적절한 수준을 넘어서 절절히 배여들어 첫맛은 칼칼하니 끝맛은 달큰한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자후배는 이미 당면에 빠져 젓가락질을 해대다 등갈비가 익기도 전에 밥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저는 나름 조절한답시고 연신 당면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어이없이 부추무침에 빠져 사경을 헤매며 밥도 재껴놓고 두 그릇째 혼자서 해치우고 있던 중이었고요.

보다못한 아주머니께서 이제는 먹어도 된다며 독촉해서 먹어 본 등갈비찜은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젓가락을 뼈 끝에 대고 조금만 힘주어 긁어내리면 허물을 벗듯이 야들야들 깔끔하게 허물어지는 완벽한 상태를 보여주었고,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들고 먹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게 또 하다보니 벗겨내는 재미가 있어서 잘 잡고 아래로 누르면 툭, 누르면 툭 하고 고기만 연신 떨어지니까 후배 앞에서 모양 빠질 일도 없으면서 야무지게 먹게 되더군요.

그 와중에 아주머니는 사장님께 전화해서 "손님이 4시 10분 부터 와 있는데 아직도 안 오고 뭐 하시냐"며 말도 안되는 독촉을 하시고, 젓가락이 지나간 뼈통에는 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희는 아무 걱정도 없이 뼈통 안의 뼈를 다 헤일 듯 했습니다. 전골냄비를 뒤집을 때마다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실한 뼈무더기를 윤동주 가을 밤에 별 헤아리듯이 헤아리며 뼈 하나에 당면과, 뼈 하나에 닭똥집과, 뼈 하나에 부추무침과 뼈 하나에 홍합탕과 뼈 하나에 갓 지은 밥과 뼈 하나에 사장님, 사장님.

사실 저희는 둘이서 멋모르고 중짜를 먹어야만 했기에 그 맛있게 졸아든 당면을 포기해야만 했고, 후배가 저녁수업이 있었기에 연하고 야들야들한 살코이 실하게 붙은 굵직한 등갈비뼈도 두고 와야만 했지만, 그제야 도착하신 사장님의 미소 덕분에 뒤늦게 내어주신 홍합탕을 입가심으로 먹어야만 했고, 너무 바빠서 맛보고 가지 못하겠다고 말씀드리면 엄청 서운해 하시면서 가게에서 내보내 주시지 않을 것만 같은 포스에 눌려 갓튀긴 닭똥집 튀김을 바삭바삭을 넘어 파삭파삭 소리를 내며 깔끔하게 먹어내야만 했습니다. 등딱갈비찜이 너무나도 훌륭했기에 남아있는 뼈와 뼈 밑에 소담스레 깔려있는 당면무더기가 더없이 아쉽고 아까웠지만,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미리 내어주시는 것을 깜빡했던, 서비스라는걸 믿을 수가 없었던 수북한 홍합탕과, 홍합탕을 미리 내어주지 못한 것을 너무나도 미안해 하시던 사장님이 거듭거듭 가득가득 채워주셨던 닭똥집튀김도 돈이 아깝지 않을 정성이 가득 담긴 맛있는 메뉴였습니다. 사장님의 무한서비스 정신 덕분에 오랜만에 후배와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네요.

* 빈이네 사장님의 무한서비스정신은 학교 앞 상권 장사의 정석으로 처음 빈이네 1호점이 교우회관 삼거리에 생겼을 때부터 제가 찬양해 마지않던 빛나는 가치였습니다만, 사실 제가 빈이네 사장님의 투철하고 화끈한 장사마인드에 열광케 된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때는 빈이네 2호점의 점심메뉴가 사라지기 얼마 전, 그러니까 빈이네 2호점 점심시간 때 손님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사장님께서 여러모로 고심하셨을 것이 틀림없는 그때로 돌아갑니다. 한 주에 최소 두 번은 일수 찍듯이 빈이네 2호점을 찾아가서 점심을 먹던 저는 하루는 왠일로 점심부터 커플 한 팀이 와서 점심메뉴 등딱갈비찜을 시키는 것을 보게됩니다. 예의 서비스 마인드로 오랜만에 점심시간에 커플손님을 받은 사장님은 "이것도 더 줄게, 저것도 더 줄까?"를 연신 물어보시며 한눈에 보기에도 혼자 밥 먹던 제가 부럽기 그지없는 그득한 양의 등딱갈비찜을 커플손님께 내어주시........려는 찰나, 뜨거운 손잡이를 감싸오시던 깨끗한 행주의 한쪽 끝을 살짝, 그야말로 사알짝! 빠뜨리시게 됩니다. 커플손님은 그 광경을 보지 못했고 사장님 본인만, 그리고 부러운 눈으로 전골냄비를 경배하던 저만 본 광경이었는데, 사장님께서 즉시로 스스로 커플손님에게 그 사실을 알리시고 사과하시더군요. 그리고 그 음식은 즉시 버려졌습니다. 오히려 손님 쪽에서는 괜찮다고 그냥 먹겠다고 하던 상황이었는데, 사장님께서 정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가져가셔서 통째로 쏟아서 버리시더군요. "아이구, 내가 이거 빠뜨렸네. 미안하다. 쪼끔만 기다리면 금방 새로 해서 갖다 줄테니까 기다려" 하시면서요. 그리고는 또 쏟아지는 무한 서비스!

가끔 제 추천 때문에 빈이네를 찾은 주변분들이나 맛게에 올라온 게시물 중에, "음식맛은 괜찮은데 사장이 반말 지껄이고 괜히 친한척 설레발쳐서 기분나쁘다"는 반응이 가끔 있었는데, 이 일을 목격한 이후로 저는 사장님이 손님에 대해서 반말하는 것을 절대로 문제삼지 않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어찌될지는 모릅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빈이네 사장님이 진정으로 학생 손님들 하나하나를 진짜 친동생, 친가족처럼 여기고 대하려고 하고 계시고, 학생들에게 격의없이 반말로 대하는 것도 그러한 마음가짐이 우러나오는 그분만의 표현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정신을 차려보니 난데없이 스압이 되었네요. 긴 글을 읽으시게 만들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