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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수 년 전, 가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 변두리에서 통학하고 있었고,
그날도 역시
흔한 새내기 남학우답게(?) 염색한 파마 머리에 갓 뽑은 고잠을 입고서는 당당하게 아파트 현관을 나서고 있었죠...
스무 발자국 쯤 걸었을까, 아파트 단지를 채 벗어나지 못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학생!"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습니다.
갸우뚱?했는데 다시 "학생!"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더니
한 아주머니가 부르시는 겁니다. 가까이 가니 고대 잠바 입은 걸 보고, 가는 길이니 태워주시겠다는 겁니다.
평소 1시간 15분에 달하는 통학 시간에 지쳐있었던 저는 '오 굿굿!'하고 "아 감사합니다!"하고 냉큼 뒷자석에 탔습니다.
타고나서 들었던 것 같은데 아주머니께서는 정후에서 밸런스버거를 운영하고 계시다는 거였습니다.
(당시 밸런스버거를 가본 적은 없어서 좀 죄송했습니다;;)
바로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아주머니(사장님?)께서 한 사람 더 태워야한다고 하셔서 잠시 대기했습니다.
잠시 후 아파트 출입구에서 젊은 여자분이 나와, 조수석에 급하게 올라타셨습니다.
아주머니의 따님이셨습니다.
그분은 뒷좌석에 탄 절 보고는 흠칫 놀라셨고, 아주머니께서는 고대학생이길래 태우셨다고 하셨습니다.
여자분이 (농담삼아?) 살짝 웃으시면서 아무나 태우면 안된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차는 안암을 향해 출발했고
그렇게 저는 평소 지하철을 이용할 때보다 30여분 정도 빨리 도착해서 여유있게 등교할 수 있었습니다.
쓰고나니 무슨 라디오 사연같네요;;;
시간이 꽤 지난지라 지금도 운영하고 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밸런스버거 한 번 가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가 몇 년전에 차 얻어타고 도망간 놈입니다"는 아니고... "그 때 차 얻어타고 왔는데 밸런스버거 한 번도 안 사먹어서 죄송했다"는 말이라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줄 요약 : 밸런스버거 사장님이 고대생이란는 이유만으로 친절을 베풀어주셨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7 1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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