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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8
익명
2018-05-06 00:51:44
29/ 왜 미친 짓이 미친 짓이냐는 동어반복적 질문이라 이미 질문 자체가 비이성적이지만, 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차원에서부터 시작해보죠. 종교적 믿음이란 실존하지 않는 개념의 자기증명이 가능하다는 믿음입니다. 발을 내딛을 때 왼발이 땅에 닿기 전에 오른발을 떼고 그걸 계속 반복하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논리와 같죠. 인류에게 그런 개념이 필요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오성을 가졌기 때문에 인간은 단순히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현실 이면에 존재하는 법칙들에 대한 풀 수 없는 궁금증을 가져야 했고 과학문명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까지는 그 풀 수 없는 궁금증에 대한 간단한 해답을 줄 수 있는 비이성적 믿음에 의존해야만 했으니까요. 이와 더불어 농경사회 발달, 잉여자원 발생, 정착생활 시작, 고착된 권력관계의 발생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한 궁금증의 해결 뿐만 아니라 권위의 획득 측면에서도 종교적 믿음은 당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그 역할을 해야만 했습니다. 과학문명이 발전하고 현대국가와 정치체계가 자리잡은 21세기에는 종교를 통해 자연법칙을 이해하거나 종교를 통해 권위를 얻어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등의 종교의 도구적 위치는 대부분 상실되었고 과거의 권위에서 이어진 도덕적 기준으로서의 역할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한적 도구로서의 역할 밖에는 남지 않았죠. 신을 믿는다는 행위의 효용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얘깁니다. 오히려 파생되는 반反이성적, 시대역행적 행동들 ㅡ 과거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믿음을 통해 자연법칙을 설명하려는 시도,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사회적 권위를 획득하려는 활동 등 ㅡ 이 종교 단체의 존속으로 인해 사회적 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이는 효용의 가치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가치 비교의 잣대는 각자 다를 수 있으니 보수적으로 말해 사회적 차원에서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낮아졌다고만 해두죠. 어쨌든 이 지점에서 이미 신에 대한 믿음 자체가 이성보다 비이성적 행동으로 기울어있습니다.
인격신에 대한 믿음의 차원으로 내려가봅시다. 기독교와 같은 유일신/인격신 종교가 말하는 신의 권위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극도로 비논리적인 자기증명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성립합니다. 신이라서 신인거죠. 그 외의 권위 증명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종교적으로는 신의 권위가 존재합니다. 애드혹이라고 하죠. 이성적인 접근은 대개 대상에 대한 여러 측면의 증명을 요구합니다. 논리의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 채 어쨌든 내 말이 맞다니까 라고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보통 비이성적이라고 얘기를 하죠. 심지어 그 오류를 의심없이 믿고 거기에 기도를 하고 또 그 기도에 응답을 받았다고 믿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야말로 정신병리학적 장애를 겪는 환자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댁처럼 내가 미친 것처럼 보이는 근거를 대라는 식의 얘기까지 합니다. 염치가 없어도 이렇게 염치가 없을 수가 없어요.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 싫다면 내가 하는 짓이 미친 짓이 아니라는 통상적인 근거를 들이대는게 먼저 아닌가요? 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내놓고 춤을 추는 사람에게도 어쩌면 내부적으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행동에 불쾌감을 느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알아내서 이해할 의무가 있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모두가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으면 춤추는 본인이 먼저 사람들에게 이유의 타당성을 증명해야죠.
30/ 댁이 말하는 기독교 철학이라는게 얼만큼의 영역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인격신에 대한 믿음 자체가 서양철학의 근간이 되는 기독교 철학의 근간이라는 식의 얘기인거 같군요. 틀렸습니다. 그걸 그렇게 생각하는건 기독교인들 뿐이죠. 인격신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배제하고도 기독교 철학은 성립합니다. 대개의 인문학이 종교와 무관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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