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신ㆍ숭인 뉴타운은 영세상인과 지주 간 갈등 등으로 뉴타운 중 속도가 가장 늦은 지구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영등포뉴타운 등과 함께 해제 1순위 후보로 꼽힌다. 특히 동대문 패션타운 인근 창신동은 다세대주택 지하나 지상 1층에 봉제공장이 세 들어 있는 곳이 꽤 많다.

창신동 중에서도 유난히 노후화가 심한 23번지 일대는 사람 한 명이 지나다니기에도 불편한 골목이 아직 남아 있다. 낡은 무허가 주택이 즐비해 이른바 `쪽방촌`으로 불린다. 방 두 칸이 있는 30㎡ 규모 노후주택 전세금이 3500만원 안팎이다. 서울 도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가격이다.

인근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황 모씨는 이곳에서 12년간 전세 2000만원에 살았다. 마음씨가 넉넉한 집주인이 오랫동안 한 번도 전세보증금을 올려받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뉴타운 개발 소식과 집을 팔기로 결심한 집주인이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해 전셋집을 구하러 나섰다. 전셋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던 황씨는 일주일도 안 돼 옛 집주인을 찾아 막말을 퍼부어 댔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던 황씨가 2000만원으론 예전 같은 전셋집은커녕 단칸방 하나도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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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집주인에게 "2년에 한 번씩 500만원만 올려받았으면 지금 3000만원은 더 모았을 것 아니냐"며 선심을 베푼 옛 집주인에게 한바탕 욕설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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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신뉴타운 일대 중개업소에선 이 황당하고도 씁쓸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인근 H공인 대표는 "땅 소유자와 입주상인 등 30% 동의를 얻어 뉴타운에서 해제되더라도 제2, 제3의 황씨가 나올지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7 08: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