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맨 캐릭터를 채용하는 영화는 누구나 넘어야 할 '그 영화'가 있죠.
영화가 나올 때마다 '그래서 그 영화보다 좋아?' 소리 분명히 할 것이고요.
예 아직 왕위 계승은 못 할 거 같습니다.

지향점은 확연히 달라요. 휘적휘적 논란이 있던 액션에서 묵직한 타격감 하나는 인정해야 할 정도로 개선이 되긴 했습니다. 마치 중갑보병을 연상케 하는.
로버트 패틴슨은 기가 맥힌 캐스팅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판에서 연기는 연출에 종속된다고 봐서 배우 칭찬, 연기 칭찬은 잘 안 하는데 이렇게 처연하고 피폐한 뱃맨이 가능했구나 싶어요. 어느 때보다 뱃맨에게 주목하고 내면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세상에 이런 히어로가 있었나?
로버트 패틴슨이 운동을 드럽게 싫어해서 정말 최소한도로만 몸을 키웠다 카던데요, 오히려 이런 피폐한 캐릭터가 베일신 몸이었다면 그것대로 언밸런스였겠다 싶네요.
극도로 우중충 딥다크한 분위기 정말 맘에 들었어요. 전반적으로 채도가 크게 억제되어 있고 쨍한 날을 거의 못 본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몇 안 되는 쨍한 빛을 쓴 씬들에서 힘이 빡 들어가게 되죠. 마지막에 붉은 빛 사용한 버드아이 샷은 메타포가 뭔지 대충 각 나오죠?

뱃맨에게 주목했다는 반대급부로 빌런의 힘은 크게 약화가 됐어요. 폴 다노가 맡은 메인빌런 ***를 두고는 이거 완전 럭키 야붕이 럭키 미정갤러 같다는 소리도 있었는데요 ㅋㅋㅋ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터지는 힘은 확연히 약합니다.
폴 다노를 캐스팅한 거 보면 빌런의 포스를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는 애초에 없었던 듯 해요. 그래도 ***의 탄생은 뱃맨의 탄생과도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숙명적 관계인데(이 영화 속에서는 말이죠) 이렇게 에너미를 럭키 야붕이로 만든 게 잘 한 선택인지 잘 모르겠어요.
거기다가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까지 합해서 부정적 시너지가 터졌다고 봅니다. 캐릭터와 내면에 집중을 하니 사건 중심보다 기본적인 피로도가 높은데 러닝타임도 길고 클라이맥스도 약한 거죠. 그러다 보니 (뻔하지만) 누가 위기에 처하고 아슬아슬하게 다른 사람이 구해 주는 그런 장면에서 '어차피 죽기 전에 누가 튀어나와서 구해 줄 거잖아 ㅡ.ㅡ 러닝타임 잡아먹지 말고 빨리 넘겨라 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평가도 상당히 박한 편인데요, 오히려 너무 박해서 제가 위에서 혹평을 해 놓고도 감싸 주고 싶어집니다.
분위기 조성, 캐릭터성 등은 분명히 장점도 있거든요.
조커는 고평가됐다고 보는데 이건 좀 저평가인 듯 싶습니다.
아참 이건 아이맥스 사이즈로 찍은 장면 없으니까 그냥 돌비시네마로 가십쇼.

여러모로 어정쩡한, 상업성도 애매모호 아트성도 애매모호하고. 장점도 분명한데 단점도 너무 큰. 영화 자체는 썩 호평하기 어려운데 촬영, 미술 등은 올해의 스탭상에 노미네이트해도 될 거 같은. 특별관은 좀 아까운데 일반관 정도는 돈 내고 볼 법한 뭐 그런 영화였습니다. 원래 다른 영화 소개글 쓰다가 뱃맨으로 급선회했는데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토토로델토로의 '나이트메어 앨리'로 돌아오겠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2 13:4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