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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익명
2020-02-17 02:41:42
a. 이릉대전 이후 제갈량이 뽑은 모든 사람, 그리고 아직 227년 시점에선 정정하던 제갈량이 앞으로 뽑을 모든 사람이 전부 자기한테 은혜를 입은 사람이 되는 것인데 제갈량 입장에서는 굳이 마속만 골라서 밀어주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갈량이 특정 라인을 밀어주고 그러는 사람이었다면 제갈량의 인사가 공정했다는 평이 이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고, 제갈량에게 좌천당한 사람들이 제갈량이 죽자 이제 복귀하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복귀할 가망이 없어졌다고 슬퍼서 우는 일들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죠.
b. 가정이 그렇게 쉬운 자리였다면 처음에 위연이나 오의를 보내자는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승상 밑의 참군으로 몇 년 굴려보면서 참모로서는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기회를 받았다고 봐야죠. 지휘관 경험이 없다는 건 제갈량도 아니까 작전지침도 내려주고 유능한 부장들도 붙여줬고요. 무슨 연의에서 나오는 반골의 상도 아니고 참모로 몇 년 멀쩡하게 일하던 사람을 항명할 것 같아 보여서 배제했어야 한다는 건 예측보다는 예언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c. 그리고 마속을 안 보낸다고 거기 대신 보낼 사람도 없는 것이, 우리야 가정 전투 이후의 일들을 아니까 얘나 얘 보냈으면 되는 거 아님? 하지만 가정 전투 시점에서는 그 사람들이 대부분 문관이었거나, 다른 지역에서 커리어 쌓고 있거나, 참전했는지 확인이 안 되거나, 직급이 너무 딸리거나 등등의 이유로 마속 대신 나갈 사람이 없었습니다.
d. 본대에 위연과 오의가 있지 않냐구요? 이 때 위나라가 보낸 군대는 대장군 조진의 군대가 있고, 우장군 장합의 5만이 있으며 여기에 위진이 제갈량의 보급로를 끊자고 한 건의가 받아들여져서 또다른 군대가 산관으로 파견될 예정이었습니다. 제갈량이라고 위나라가 보급로를 끊을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모를 리 없고 위나라에 군대를 더 보낼 역량이 있다는 것도 모를 리 없었겠죠. 그러면 제갈량의 본대는 위나라의 세 번째 군대가 보급로를 끊으러 들어올 때 거기 대응할 여력까지 남겨둔 상태로 옹양주를 정리하고 돌아와서 가정과 산관 방면을 모두 구원해줘야 합니다. 제갈량의 본대는 할 일이 없기는 커녕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면서 이놈저놈 다 때려잡아야 하는 포지션이었다는 말이지요. 여기서 만약 위연이나 오의 중 한 명을 가정에 못박아버리면 그 마속이 위연이나 오의가 했어야 할 일을 대신 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게 과연 더 나은 상황일지는...
e. 마속이 그렇게 큰 사고를 친 이상 마속을 보낸 게 잘한 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마속을 빼고 자신있게 보낼 수 있을 만한 사람도 없었던 이상 마속을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은 미래를 모르는 제갈량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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