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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1
익명
2018-02-12 05: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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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서 한의사시면, 한의사에 대한 비난댓글에 기분이 충분히 언짢을 만한데도 말씀 참 교양있고 점잖게 하시네요. 보기좋고 존경합니다. 다만 님께서 쓰신 댓글이 일방적으로 비추만 받는것이, 과연 고파서들이 가지고있는 한의학에대한 근거없는 편견 때문일까요?ㅠㅠ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저도 의료인으로써 님 말씀 중에 조금은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윤리"의 측면에서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서 적고 갑니다.
의술이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의술을 행함에 있어 치료방법에 객관성을 부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우수한 치료"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올바른 치료"를 위해 중요합니다 .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X라는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A, B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 B 중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할지는 단순히 '경험적으로', 혹은 '주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비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이라고 보는 것이 의사들의 시각입니다. 가령 질병 X로 진단받은 환자가 A로 치료받다가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환자의 연령이나 성별, 신체상태, 유전적 특징 등을 고려해봤을 때 A 말고 B로 치료했을 때 치료효과가 좋다는 것이 학계의 정론이었습니다. 의료인은 명백히 우월하다고 검증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을 선택하였는데, 이는 최선의 진료를 받을 환자의 생명권/건강권을 침해했기에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했다고도 볼수 있는것이지요
이와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의사들은 어떤 치료법이 나은지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치료방법의 표준화)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치료법 하나 입증하는데도 굳이 전임상시험, 임상시험과정 거치는거죠. 신약, 신기술 나왔다고해서 대충 적용하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검증합니다. 임상시험이라는게, 지켜야되는 기준도 까다롭고, 돈도 많이들고, 과정 번거롭고, 시간많이걸리고, 막상 다 해놔도 결과 안나오면 그냥 뻘짓한거 되버립니다. 시험과정에 과학적인 오류가 있어도 마찬가지고요. 열심히해도 환자가 알아주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의사들이 치료법을 객관화하는데 힘쓰는 이유는, 철저하게 입증하지 않고 행하는 의술은 죄악일 수 있다는 경각심 때문입니다. 생명 다루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사실 님이 말씀하셨듯이
'사상의학이 틀리면 환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그러다보면 한의학계 내에서도 사라질거다' 식의 사고방식은
굉장히 위험천만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사든 한의사든간에 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런 마인드로 환자보면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상의학이 옳은지 그른지는 환자에게 적용해보고나서, 환자반응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에 옳다고 여겨지는 것만 환자한테 행해야지요. 마찬가지로요...님처럼 '동의보감도 부정할 부분은 부정되고, 수정 발전될 부분은 발전될것이다' 라고 속편하게 야기한다면, 의료인으로써는 정말 책임감 없는 겁니다. '일단 동의보감대로 치료하면서 현실에 맞게 수정해나간다'가 아니라 '동의보감에 나와있는 치료방법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철저히 분석하고 난 다음 효과적이라 입증된것을 선택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한다' 가 맞죠. 사람 건강과 생명 다루는 일이니까요.
님처럼 일반인 수준에서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많은 한의사들이 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한의사 좋게 안보는 것이고요. 검증안된 치료 행하지 않기 위해 항상 스스로 경계하는 의사 입장에서 한의사들이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닐까요?
님 아버지처럼 좋은 한의사 선생님들도 정말 많이 계십니다만은...많은 한의사 선생님들께서는 아직도
(님의 표현대로)'차차 수정발전하며 증명될거다'라며 안일한 말씀을 하십니다. 혹은 '보는 시각이 달라서 그렇다', '양의학은 이과적인 시각이지만, 한의학은 나름의 시각이 있다. 관점의 차이다' 같은 알 수 없는 말씀만하시며, 치료방법의 표준화를 게을리하십니다. 따라서 의사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반감이 커져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반감에서 나오는 반응을 '한의예과 없는 학교 학생들의 지나친 편견'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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