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첫 출전과 탈락의 고배

.....드디어 경기 당일...

'그냥 사복을 입고 가서 응원하는게 나을까...? 그래도 유니폼은 입고 가야겠지...?

아니야.. 괜히 지금 몸상태로 뛰면 팀에 피해만 줄거야....'

하는 생각들고 머리속이 너무나 복잡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발목을 테이프로 칭칭 동여매고 있었다. 제대로 뛰는 것조차 힘든 발목으로 뭘 해보겠다는 건지..

그 당시 JH이가 주장이였다.

JH이는 고맙게도 항상 경기마다 내 부상의 회복정도를 체크했고, 그 때 마다 나의 욕심때문인지 나는 항상 내 몸상태보다

더 괜찮은 상태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기적인 생각이였지만 그 정도로 뛰고 싶었기에 그랬었나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란걸 알았을테고, 충분히 괜찮은 미들필더들이 많았던터라 역시

선발 엔트리엔 내 이름이 없었다.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정말 묘했다. 이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나 복합적인 감정이라 글로써 표현을 할 수 가 없다..

어찌됐건 최정예 엔트리로 공돌이들은 전장에 나갔다. 생각보다 상대팀의 플레이는 까다로웠다. 쉽지 않았다.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공돌이 화이팅!"

지금 생각해봐도 이 때의 멤버 또한 우승을 기대해볼 멤버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총장배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생각했던것처럼 공격은 잘 풀리지가 않았고,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경기는 후반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형, 준비해!"

우리편 골문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내가 발목이 이상해지더니 귀도 이상해졌나 이제..? 헛것이 들리나...?

잘 못 들은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공돌이로서의 교내대회 첫출전... 분명 길어야 십분 길게도 못 뛰는 걸 알았지만, 눈물이 글썽거렸다.

뭔가 서러웠고 후회되고 설레고 황홀했다.

'한 번 미친듯이 뛰어보자'

절뚝거리는 발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 때의 기분...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맺힌다.

아마 이번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숨이 차고 힘이 들때면 이 때의 기분을 나도 모르게 상기시키며 힘을 냈던것 같다. .

하.지.만

전,후반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선 '팀의 에이스가 실축을 많이 한다'는 정설이 있다. 이날 공돌이에게도 안타깝게도 그 법칙이 적용되었다.

졌다. 1차전에서 졌다. 또 1차전 탈락이다.

1학기때의 그 무력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무력감은 이내 내 자신은 휘감아 돌았고,

그날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해보였다.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모두 내 탓 같았다.

만약 내가 멀쩡한 상태로 선발로 뛰었다면 어땠을까.

부상 관리하나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밉고, 아픈데도 무리했던 지난 날들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겉으론 멀쩡한척 동생들을 챙기고 있었지만, 속으로 엄청 울었다. 진짜 울고 싶었다....

그리고 다같이 만들어낸 우승

전반이 끝난 뒤 공돌이 멤버는 다 풀이 죽은 시래기 마냥 모든 것을 잃은 듯 축 쳐져 있었다.

이미 감독님의 전술적 능력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전반에 그렇게 시달리고 나니 다소 의구심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체력 뿐만 아니라 자신감마저 바닥을 치고 상대의 기에 눌려있었다.

나는 천식끼가 좀 있어 갑작스럽게 운동하면 호흡이 너무 부족하다.. 그 때가 그랬다. 정말로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4강전에 문제가 됐던 왼쪽어깨도 태클을 하다가 또 나간것같았다.

이때문에 또 10분정도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YB 형님 전술이 어찌 되었건, 제가 지금 너무 힘들고 몸상태도 말이 아닙니다. 팀을 위해서 교체시켜 주세요 형님"

이라고 말하려는게 입밖으로 나오기 직전에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벌써 이렇게 나약해지면 팀도 나약해 진다. 이 악물고 한 걸음 더 뛰어보자 차라리 뛰다 잔디 위에서 쓰러지자'

구강흡입용인 천식예방약을 한입 크게 들이켰다. 이를 악물었다.

내가 생각해도 형편없었던 경기력과 몸상태의 전반이였지만

감독님은 계속 나를 믿어주었고, 팀원들도 나를 계속해서 믿어주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감독님의 표정은 밝았다 아니 오히려 이런 표정이였다 " 야 ! 이건 됐다 성공이야!" 애초에 계획했던대로...

이윽고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앞서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가졌던 의구심은 씻은듯이 날아 갔다.

오른쪽에서는 KH이형 왼쪽에서는 SH이 또는 자리를 바꾸어 가며, 지쳐버린 상대팀의 수비진을 휘져어 놓았다.

드디어 한방이 터졌다. 홍로텔리! 교체멤버였던 YSH과 KKH이 해냈다. 미드필더의 패스를 받은 SH이가 빠르게 돌아 뛰던

KH이형을 보고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다소 긴 감이 있었지만 역시 빨랐다. 괜히 말KH이 아니였다.

운이 좋았는지 아웃프런트쪽으 맞고는 니어 포스트쪽 포스트를 맞고는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키퍼는 손도 못대는 골이였다.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북악산 대폭발슛이 나올 줄 알았는데...휴...다행이였다. 평소같았으면 저 높이 떴을텐데 ㅋㅋㅋㅋ

이게 킬러다 원샷 원킬...!

...... 하지만 한골차 승부는 항상 불안 한법 끝나기 약 4분전이였다.

한창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던 WY이 형은 수비를 등진 상태로 공중볼을 소유하고 있었다. 왼쪽 윙과 왼쪽 윙백도 가운데로 쏠려있는

시점이였다.

평소에도 잘 하지 않는 윙쪽부근의 오버래핑이며 고대컵 시작후 오른쪽 사이드로의 첫 오버래핑을 끝나기 4분전에 한 것이였다.

WY이 형에게 소리치며 미친듯이 오른쪽 사이드로 뛰었다. 뭔가 나도 모르게 막 뛰었다.

WY이 형은 수비들을 여러명 안고 나에게 공을 인사이드 발리로 던져주었다. 정확했다.

나는 첫번째 터치를 하고 내 앞에 가져다 놓은뒤 킥을 하기 위해 살짝 앞쪽으로 한번 쳤다.

'지금 힘이 부치니깐 더 끌고 들어가면 분명 뺏길것이고 2:1 패스하기엔 지금 나 혼자 너무 고립되어있다.

다행히 가운데 KS랑 KH이형이 들어오고 있다. 타이밍 좋다 올려버리자...

높게 올릴까? 깔아서 올릴까..? 흠... 상대편 수비들이 키가 엄청 크니깐 땅볼에 좀 약할 거야...

딱 수비뒤로 키퍼 앞으로.. 그 사이 공간으로 쫙 감아서 깔아보내야겠다 '

불과 몇초만에 든 생각 들이다. 안믿길수도 있겠지만 차기 직전 KS랑 눈이 딱 마주쳤다.

임팩트가 정확하게 됐다. 보통 이 정도 시점이면 디딤발에 힘이 풀려 더 감겨 버리던가 붕 떠버리기 일쑤인데,

운이 좋게도 정확하게 맞았다. 맞아도 진짜 제대로 맞았다. '아 됐구나...!'

내 크로스보단 수비 뒷공간으로의 KS의 움직임이 워낙 빛난던 골이였다.

그리고 쐐기 골이였다.

끝나기 4분전 2:0이다........아.......우승인가.........

너무 기뻤다............속에서 뭔가 막 울컥했다..........나도 모르게 YB이형에게 막 뛰어갔다...

땀이 범벅인 상태로 와락 안겼다. 같이 기뻐했다....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나에대한 끝없는 믿음? 그 속에서의 고마움과 죄송함 그리고 뭔가를 보답한것 같다는 그런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

골은 아니였지만 박지성이 히딩크에게 포르투갈전에 달려갔던 심정이랑 비슷하지 않았을까...?

Epilogue

공돌이의 우승은 누구 한명이 이뤄낸게 아니고

한명 한명의 구성원들이 톱니 바퀴처럼 맞물려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의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공돌이의 우승은 신화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신화, 드라마는 이제 추억속에 묻어두고

공돌이가 우승해도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 않는

그런 새로운 공돌이의 시대를 열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6월엔 가슴이,, 심장이 뛰었습니다.

눈물나게 행복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공돌이의 가슴에 담겨 있는 글을 남깁니다.

같이 즐겁게 축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