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투고한 글입니다...




1. Over My Dead Body

2. Shot For Me

3. Headlines

4. Crew Love

5. Take Care

6. Marvins Room

7. Buried Alive (Interlude)

8. Under Ground Kings

9. We'll Be Fine

10. Make Me Proud

11. Lord Knows

12. Cameras / Good Ones Go (Interlude)

13. Doing It Wrong

14. The Real Her

15. Look What You've Done

16. HYFR (Hell Ya Fucking Right)

17. Practice

18. The Ride



2010년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데뷔를 했던 뮤지션은 두말할 것도 없이 오브리 '드레이크' 그래엄일 것이다. EP "So Far Gone"으로 힙합계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정규 앨범 "Thank Me Later(이하 TML)"를 발매한 뒤 빌보드 1위를 기록하고 플래티넘까지 꿰찼다. 이는 현 힙합계의 정점 릴 웨인(Lil Wayne)이 이끄는 YMCMB(Young Money Cash Money Billionaires)의 후광이 없었다면 신인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판매량이다.

TML은 드레이크가 음악적으로도 상당한 재능이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일반적으로 마초를 자랑하는 힙합과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멜랑꼴리하게 구성한 점이나 랩과 R&B의 절묘한 화합의 음악적 요소 뿐만 아니라 허세 속의 성찰, 강함 안의 소심함 등 보통 남성적인 면모가 강한 힙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힙합의 마초성을 어설프게 추구한 나머지 TML은 트랙간의 구성에 있어 이질감이 드는 어정쩡한 면도 보인다.

그렇다면 많은 음악팬들의 기대를 듬뿍 받으며 출시된 "Take Care"는 어떨까? 드레이크는 내가 지적했던 '어설픈 마초의 추구'가 자신의 노선에 맞지 않음을 알았나보다. 그는 캐네디언 동료 40, 보이원더(Boi-1da), 티마이너스(T-Minus)를 중심으로 앰비언트(ambient)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랩&노래의 조화를 더욱 강하게 추구하는 반면, 비트는 더욱 미니멀해졌다.

캐네디언 뮤지션 챈털 크레비아주크(Chantal Kreviazuk)의 뒤틀린 보컬로 시작되는 Over My Dead Body는 앨범의 전반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곡으로 청명한 프로듀싱 아래 드레이크의 가사 밑천인 '허세 속의 성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앨범의 첫째 싱글 Headlines는 중후하게 깔려오는 신디사이저음에 비하여 후크가 꽤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언론을 무작정 까기보다는 언론과의 절묘한 타협을 보이겠다는 신선한 주제를 제공한다. 엄청난 허세를 부리는 것 같으면서도 "fake id's in the trash we going straight to the top(가짜 신분증을 갖다버리고 우린 클럽 VIP로 간다구)"같은 우스운 면도 보여주는 Crew Love는 앨범의 백미라 할만하다. 이 트랙에서는 요즘 평단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위켄드(The Weeknd)의 보컬이 일품이다.

타이틀트랙과 프로모 싱글 "Marvins Room"은 자신의 소심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타이틀트랙에서 리아나(Rihanna)의 나른하면서도 따뜻한 보컬은 매혹적이고 랩의 대부격 존재 질 스콧-헤론(Gil Scott-Heron)의 보이스 샘플링은 소름이 돋는다. Marvins Room이 끝나고 흘러나오는 Buried Alive에서는 신예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출중한 랩스킬을 감상할 수 있다(이것이 앨범 최고의 래핑이라 할만하다. 드레이크의 랩스킬은 결코 좋은 편은 아니니...)  "Lord Knows"는 힙합 프로듀서계의 거물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가 유일하게 제공한 트랙으로 JB 특유의 소울풀한 프로듀싱의 휘감음 아래 폭풍같이 랩을 쏟는, 앨범 내 가장 힙합스러운 음악이다(딜럭스 에디션까지 포함하자면 The Motto도 있다!). Doing It Wrong은 전작의 Find Your Love같은 느낌이 나는 트랙으로, 후반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쓸쓸한 하모니카가 심금을 울린다.

Lord Knows에서 드레이크는 "A lot of niggas came up off of a style that I made up. But if all I hear is me, then who should I be afraid of?(많은 놈들이 내가 만들어낸 스타일을 베껴갔지. 근데 내가 듣는 모든 것이 내 스타일이라면 그땐 내가 누굴 두려워해야 하는거야?)"라 읊으며 자신의 음악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필자도 그 점에 동의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유능한 힙합 청년은 본작을 통해 그가 가야할 길을 명료하게 잡아냈다. 나른함과 적적함이 듬뿍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영리하게 지루함을 피해간다. 그만큼 앨범의 구성에도 신경썼다는 뜻이다...여담이지만 하버드에 진학하고자 했던 과거나 갱스터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의 외모 또한 그만의 '여성스러운' 힙합 스타일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이나 릴 킴(Lil Kim) 등은 웬만한 남성 래퍼를 뺨친다!). 그리고 앨범 커버에는 과장된 금품 치장에 어울리지 않는 드레이크의 진지한 모습이 담겨있는데, 그가 추구하는 주제인 '허세 속의 성찰', '강함 속의 소심함'에 제법 어울리는 사진이다. 가히 힙합 역사에 명료히 기억될 작품으로 사료된다.



평점 : 9/10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20:3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