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이즈 가든 1집]






처음 노이즈 가든이란 이름을 접했을 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음반 리뷰와는 다르게 난 처음부터 난무하는 한국 펑크/모던 록 밴드들에 대해 일종의 환멸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음악이겠거니 하며 무심결에 지나쳤다.

그후로 오랜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그런지 음악에 한창 심취해 있을때 이 음악을 인터넷에서 들었을때, 나의

그런 편견은 모조리 박살이 나버렸다.

그저 그런 "펑크/모던 록" 음악이 아닌, 이들의 음악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운드 가든류의

"헤비메틀" 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이 음반을 찾아 나섰지만,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반은 아니었다. 중고 음반가게를 이 잡듯이 뒤지고,

결국 황학동의 어느 허름한 레코드 가게에서 이 음반을 단돈 만원이라는 싼 값에 구입하였을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모두 외국에서 살면서 90년대의 사건 가운데, 하나였던 시애틀 그런지에 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소위 Seattle 4 라고 불리는 엘리스인체인스, 사운드가든, 너바나, 펄잼중 특히

앨리스인체인스나 사운드가든의 곡을 취미삼아 연주했던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밴드명의 의미는 멤버 모두가 사운드가든의 팬임과 동시에, 사운드가든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며, 자신들의

음악은 사운드가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그저, 소음(noise)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언더 그라운드에서 국내 록 음악의 수준을 이정도까지 끌어올린것은 90년대에는 이들이 유일무의 했고,

이 결과물을 뛰어 넘은 밴드는 아직까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현재까지도)

그 당시에 mp3같은 매체가 없어서 였을 수도 있겠지만, 25만장이란 높은 판매고를 올린(록음악이란

열악한 환경을 고려할 때)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했다.

이들의 인터뷰 내용(정확히는 밴드의 실질적인 두뇌였던 윤병주의 인터뷰)를 읽으며 속지에 왜 가사가

없는 지에 대해 내심 당황했는데, 그 이유는 "가사에만 너무 집착하는" 한국의  풍토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이 음반은 soundgarden의 badmotorfinger에서의 무거운 하드록과 이들만의 싸이키델리아가

절정을 이루었으며, 이들을 규정짓고 있던 모든 성향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평론가들을 경악케만들었던

superunknown(그리고 alice in chains의 셀프 타이틀 앨범)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서 확실하게 해 두어야 할것은 위에 언급한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았을 뿐이지, 절대

"아류"가 아니었다고 본인은 단언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모든 것은 이 작품을 직접 듣고, 직접 생각해보길바란다.

이들의 절망, 자학, 자폐적인 분위기가 soundgarden이나, alice in chains의 그것과 같다고 느껴지는지 말이다.

노이즈가든 만의 싸이키델리아로 들어 가는 짤막한 연주곡인 "나는"과 절묘하게 이어진 암울한 형태의 노이즈가든만의

헤비메틀 "기다려",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하드록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질질 끌어대는 무거운 분위기와

(그것이 더욱 더 청자를 매료시킴과 동시에) 보컬 "박건"의 의미모를 외침이 인상적인 "미련", 잠시나마 이 암울의

늪 같은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윤병주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연주곡 "우주 꽃사슴" 역시나 이 절망적인 세계에선

그래도 산뜻하고 담백한 느낌을 선사하는 꾸밈없고 직선적인 헤비메틀 "말해봐" 절망의 절벽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유혹"에서의, "박건"의 보컬은 이제까지의 처절한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힘을 뺀 상태로 매우 부드럽게 부르고있는데,

이는 흡사 모든 것을 잃어버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의 인간의 그것과 같은 느낌이다.

갑작스런(?) 어쿠스틱이 청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죄송합니다"에서의 어쿠스틱은 alice in chains의 마지막 유작인

셀프 타이틀의 수록 곡 "heaven beside you"에서와 같이 편안함 보다는 의미심장함을 안겨주며, 더욱 더 깊은

심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절망의 또다른 표현이다.

이제 이곡을 기점으로 노이즈 가든만의 절망적 싸이키델리아는 청자를 점점 더 내면의 깊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싸이키 델리아는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기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총 네덩어리의

곡으로 구성되어있다. 묵직한 기타 리프로 시작해서, 뒷부분의 찢어지는 듯한 일그러진 리프의 향연과 보컬의 공허한

외침이 인상적인 "8월"에 이어지는 단순한 베이스 intro를 시작으로 한, 불길한 악몽과 같은 광활한 느낌의

싸이키델리아가 펼쳐진 "동정"이 끝남과 동시에, 자폐적이고 자학적인, 분열된 자아를 상징하듯, 광폭하게 내달리는 헤비한

리프와 중반부의 "다가오지마..진실은 없어" 에서의 자폐적인(흡사 사탕발림과 같이 달콤하지만) 섬뜩한

보컬톤이 교차되고,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것이 팜려 되듯 절박한 절규로 갑작스레 끝을 맺는 "묻지 말아줘"

그리고 이제 이 절망의 여정을 마무리 짓듯, 절정.. 10분대의 꽤나 긴 곡임에도 불구하고 음악 콘테스트에서

이들에게 대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주었던 문제의 곡 "타협의 비"에서 이 절망과 자폐적이고 자학적인 여정은 자포자기로써 끝을

맺는다.

일말의 희망의 여지조차 남아있지않은 듯. 모든 것을 포기한듯 한 분위기와 형형색색의 노이즈가 모여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

노이즈가든 만의 "싸이키델리아"가 정점에 달한 곡이다.(10분대의 대곡임에도, 놀랍게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을 정도로 이 앨범 최고의

곡이라고 단언할수있다) fade out 방식이 아닌 다소 당황스런 끝맺음으로 이 절망적 싸이키델리아는 끝을 맺는다.

난 이 음반을 항상 잘때 들었는데, 대부분의 록음악은 잘때에 듣기 거북하고,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 음반을 듣고

눈을 감고 있을 때에는 놀랍게도 참 편안했다.

솔직히 말해 위에서도 말했듯이 난 국내 록음악에 대해 일종의 색안경을 많이 쓴 시선으로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것도 국내의 록음악을 이렇게까지 많이 들었던 건 참 오랜만에 느껴 보았던 경험이었다.

본인은 이런 멋진 음반이 국내에 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자랑스럽다.

국내 록음악에도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뿌듯함과 동시에 아쉬운 부분이기도하다.

앞으로 음지에 가라앉아 빛을 못 보고 있는 국내의 더 많은 밴드들이 이 결과물을 뛰어넘을 작품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음반을 들으면서 난 항상 그리워한다

불개성적인 지금의 실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록 음악이 "그래도" 대중적이었던 이때의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비단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참고로, 이들은 이미 해체한 상태이며, 위에서 말했듯 시중에서 이 음반은 국내 팬층에겐 희귀 반 판정을 받은 상태이므로

안타깝지만 손쉽게 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윤병주씨는 노이즈가든을 재결성할 생각 따윈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언젠가 어떤 글귀에서 윤병주 씨의 팬이 노이즈가든의 1집을 내밀며 싸인을 부탁하자 이를 보며

"아니.. 이런 구시대 유물을.."했던것이 생각나 이글을 맺고있는 본인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게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15:4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