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는 첼로의 이상 엔더스, 바이올린의 조진주, 피아노의 김혜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  피아노 3중주 1번 c단조, 작품번호 8번
펠릭스 멘델스존 - 피아노 3중주 1번 d단조, 작품번호 49번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 피아노 3중주 2번 e단조, 작품번호 67번

이렇게 세 곡이었습니다.

전반에는 쇼스타코비치 트리오 1번과 멘델스존 트리오 1번을 선보였습니다. 쇼스타코비치 연주는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피아노 트리오에서 피아노의 역할은 앙상블의 일원이자, 지휘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때의 피아노는 지휘자도 일원도 아닌 반주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합이 안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선 볼륨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습니다. 첼로가 너무 튀어나왔습니다. 바이올린이 더 치고 나와도 되었을텐데, 조진주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시원시원한 소리를 알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날 전체적으로 이상 앤더스가 정말 소리를 잘 뽑아냈습니다. 첼로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악기의 떨림이 느껴지는 그런 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멘델스존 1악장의 멜로디는 ... 다른 관객분들 아니면 물개 박수 쳤을거에요. 사실 이상 앤더슨의 경우, 작년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 때 극과극의 혹평과 호평을 동시에 보았기에 걱정을 했습니다만 어제 공연에서는 대단했습니다. 멘델스존 3악장에서는 피아노가 앞에서 이야기한 지휘자이자 솔리스트의 면모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쇼스타코비치 트리오 2번이었습니다. 조금 흥분과 과장을 섞어 표현하면 이대로 끝내는 것은 아쉬우니 전국 투어를 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후반 시작 전 조진주 씨가 받침대를 두고 왔는지 자리에 앉았다가 다시 대기실로 들어갔다 오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연주자들이 집중을 못한것일까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이상 앤더스만 치고 나가던 볼륨이 2악장 후반쯤 들어서 밸런스가 맞아들었습니다. 조진주는 전반의 막힌 소리를 뚫어내고 시원시원한 소리를 내고, 이상 앤더스의 감성적인 사운드에 이지적인 사운드로 맞대응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이런 밸런스가 맞아들어가다보니 몰입도도 전반에 비해서 매우 올라갔습니다. 후반도 전반처럼 되었다면 그저 그랬을터인데 후반은 크게 기억에 남습니다. 출근 수준의 예술의 전당 방문에 몹시 피곤했지만 집에 와서 트리오 2번을 2번쯤 다시 듣고 잘 정도로 저를 들뜨게 하는 연주였습니다.

   쇼스타코비치 트리오 2번 1악장에서 이상 앤더스의 하모닉스 미스터치나 4악장의 피치카토에서 호흡이 맞지 않은 부분 등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나름 고퀄리티 공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새 계속 귀 호강하고 다니네요. 그리고 배우 안성기 씨도 오셨더라구요. 조금 신기했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12: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