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동물원 게시판에서 작성한 글인 관계로 반말조로 작성되었습니다
'어린 늘보곰'은 첫 글 작성 시 닉네임이었던 관계로 계속 컨셉으로 밀고나갈까 합니다
몇몇 분들이 문화교양 게시판에도 같이 올려주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셔서 이리 올리게 되었습니다
만약 불쾌감을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이나 쪽지로 알려주시면 이후 글부터는 수정을 한 뒤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

뱀파이어.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문명에서 볼 수 있는 괴물이야
다른 사람의 피를 흡혈하고 그걸 통해서 살아간다는 건 어느 나라에서나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막론하고 흡혈귀에 대한 언급이 없는
문명이 거의 없을 정도야
그래서인지 뱀파이어는 판타지 호러 영화에 줄곧 나오는 주제이지
하지만 그런 것 치고 잘 만든 영화는 역시 잘 찾아보기 어려워

대부분 흡혈귀가 잔혹한 악당으로 나와 인간이 그에 맞서 싸우는 걸 주제로 하거나
(반헬싱이라던가 블레이드라던가)
아니면 흡혈귀의 강력한 힘, 불로불사(불사의 분노!)와 매력적인 모습에 초점을 두어 주인공이
흡혈귀화 되어 가는 걸 그리기도 하지(트와일라잇 시리즈라던가...내가 이걸 왜 봤지...끄아악 내 돈!)
하지만 드문드문 괜찮은 작품들도 있어
데이브레이커스라던가 뱀파이어를 위한 인터뷰라던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살아남는다라던가
(이것들 모두 각자 개성있고 재밌고 잘 만든 뱀파이어 영화야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꼭 보도록!)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 인생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는 딱 하나있지
바로 렛 미 인이야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말고 스웨덴 원작이야)

웬만한 사람들은 딱 듣고 한 가지 생각만 떠올리겠지
어? 그거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아니야? 하고 말이야
뭐 참 여러모로 논란도 있고 인기도 있는 프로지만 나는 그 이름 처음 들었을 때 이 영화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어
동명의 소설 원작의 이 영화는(아 그리고 물론 소설이 더 재밌긴 해. 정말 강추하지)
호러, 판타지를 넘어서 예술 영화에 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싶어

대부분의 북유럽 작품들이 그렇다 싶이 영화와 소설은 매우 암울한 전개를 이끌어가지
북유럽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절경과 질 높은 복지 정책과는 다르게 아주 하드코어한 작품들이 많아
(핀란드 사람들은 자기 전에 자일리톨 안 씹는다더군...컬쳐쇼크...)
잔혹한 연쇄 살인마는 기본이고 사회 지도자층의 뿌리까지 깊은 부패는 덤이요 변태적 성욕은 옵션이라 볼 정도로
매우매우 수위가 높아
이 작품 또한 큰 차이가 없지
살인,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소아성애자(페도는 나쁜거야...암..그렇고말고)
뭐 안좋은 건 죄다 갖다 붙인것 같아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안들어
주인공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년이야
그리고 어느 날 놀이터에서 이상한 소녀를 보게 되고 점차 가까이 지내게 되지
그리고 그녀가 뱀파이어라는 걸 알게되면서 이 사실에 대해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어

물론 훌륭한 원작의 도움이겠지만 영화는 소설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어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가 뱀파이어이며 최근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라는 것에 충격을 받고
이에 대해서 자신도 죽지 않을까에 대한 공포감과 신고를 해야한다는 생각, 자신을 괴롭히는 학생들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분노 등
여러가지 감정을 새하얀 눈으로 덮인 북유럽의 경치 아래에서 잘 표현하지
정말로 이 눈이라는 게 그리 섬뜩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영화는 강렬한 색채 대비와 아이들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 속에 숨겨진 잔혹함을 잘 표현해내면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어
뭐랄까 보면서 계속 이거야말로 진정한 뱀파이어 영화다라는 게 머릿속을 맴돌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죽이며 살아가지만
그러면서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가 생각하는 흡혈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쓸쓸하고 외로운 흡혈귀의 모습을 보여줘

공포보다는 한 슬픈 동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꺼야
그러면서도 호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느냐?
물론 그것도 아니지
영화는 내내 마치 유리조각과 같은 모습을 보여
매우 아름답고 반짝이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고 언제 베일지 모르는 긴장을 유도하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훌륭한 걸작을 만들어냈어

영화의 경우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도 존재해
그리고 매우 드물게도 이 영화는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극찬을 받았어!
원래 나도 할리우드 판을 추천할 까 스웨덴 원작을 추천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지
스웨덴 판이 좀 더 원작에 가깝게 아름다움 속의 잔인함을 그려내면서 잔혹동화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할리우드 판은 호러에 좀 더 치중하고 스웨덴 판 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돈된 연출력으로 완성도를 높였어
두 영화 모두 극찬을 받았고 다 좋은 영화니까 원하는 데로 봐
(솔직히 내가 제일 추천하는 건 다 보는 거야
순서는 스웨덴판 영화, 원작 소설, 그리고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판타지 영화는 매우 많고 지금도 툭하면 나오고 있어
하지만 그 중 잘 만든 영화는 거의 없지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 이후 제대로 된 판타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해리포터도 3편 이후로는....크흡....)
하지만 그런 와중에 이 북유럽 산의 차가운 호러 판타지 영화는
아직도 내가 판타지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야
이런 영화를 하나라도 더 볼 수 있게 만들거든 ㅎㅎ

아름다움 속에 가시를 숨긴 장미와 같이 순수한 미(美)와 사랑, 그리고 억압받지 않는 잔혹함을 보여준 영화 렛 미 인
이번 주에 호러 영화 한편 어때?
(내일은 내가 다시 본가에 내려가서 쉴꺼야 ㅎㅎ 일요일에 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04: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