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밑 음악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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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음악/노래 | 등록일 : 2010-03-04 12:49:27 | 글번호 : 2823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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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밑 음악 이야기(3)

음악가의 실력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2) 귀국독주회와 콘서트홀 연주

타들어가는 친구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S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S: "귀국독주회는 연주자 스스로 표를 전부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돈으로 하는 행사야. 대관료를 내야하는건 물론이고 홍보비며 또 관람석을 다 채우기 위해서 자기 돈으로 절반 이상의 자리를 사버리는거지. 그리고는 아는 사람들한테 뿌리는거고."

W: "그래 놓고선 꽉 찼다고 나중에 잡지에 요란하게 내는거지." 아니나다를까 한 마디 툭 던지는 W.

친구는 귀국독주회는 별로 다녀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런 식으로 일들이 이루어지는 걸 들으니 음악계의 어두운 면을 본 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친구: "설마 그러면 큰 공연들은 안 그렇겠죠? 귀국 독주회야 뭐 인지도가 없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친구의 끝없는 호기심에 S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S: "절대 그렇지 않아. 오히려 갈수록 더 해."

W: "그렇고 말고." 말을 낚아채더니 오랜만에 길게 말을 늘어놓는 W. 이 때다 싶은지 S도 매실액이 적당히 시큼달달한 샐러드를 접시에 덜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서초구에 있는 홀에서 독주회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보통들 생각하기론 '우아, 실력 있는 사람이 연주를 하니까 홀을 빌려줬구나.' 하고 생각들을 하겠지.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지. 독주자는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내고 홀을 빌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입장료로 얻는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무대에 선다는 거지."

친구: "에? 인센티브로 돈을 벌진 못할 망정 적자를 내고서 연주를 한다고요?" 친구는 도무지 무슨 얘기를 듣고 있는건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W는 시원하게 더욱 놀라운 이야기들을 흩어내어 놓았다.

W: "그래. 그렇게라도 자기의 이름을 알리는 거지. 그런 식으로라도 돈을 뿌려서 이곳 저곳 무대에 서기 시작하면 비로소 가끔이나마 잡지사 같은 데서 인터뷰가 오고 그러면서 조금씩 유명세를 타는거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인이 이 꽉 막힌 음악계에서 시작을 할 수가 없어. 돈으로 쏟아 부어야 하는거야. 돈 있는 집이 음악한다는 말은 음악을 배울 때만 적용되는게 아니라 음악으로 먹고 살기 위해 바탕을 다지는 데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지. 괜히 스폰서 한 명 잘 잡으려고 이곳 저곳 뛰어다니고 하는게 아니라니까. 그러니 연습할 시간은 어딨겠니." W의 시큼한 조소는 샐러드만큼이나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묵묵히 샐러드를 오물거리던 S는 연신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S: "언니, 이 샐러드 대박이다. 너무 잘 됐어."

W: "알어. 오늘따라 균형이 훌륭해." 자아도취와 만족감이 활짝 웃는 W의 양볼에 가득 찼다.

'지금까지 내가 돌아다닌 수많은 연주회들은 그렇다면 모두 돈잔치 였던 것인가?' 친구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연주가 정말 돈과 결부되지 않고 진정 음악성 자체로 훌륭한 것인지 판별하는 기준이 알고 싶어졌다.

친구: "그러면 말이죠.. 제가 마린스키 극장까지 비행기 끊어서 갈순 없는거고.. 그렇다고 DVD로 보는건 실황을 절반도 못 따라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저는 어떻게 해야 음악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거죠?"

S와 W는 고개도 들지 않고 제각각 샐러드를 음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친구의 말을 못 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못 들은척 한 건지는 오직 샐러드의 맛이 실제로 얼마나 훌륭했는지 먹어본 사람만이 그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