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 미용실계의 미스터국밥.

왜 나는 졸업을 하고 나서야 이곳을 알았는가…
우선 저는 평범한 29살 아저씨이고, 미용실 유목민 그 자체입니다. 미용실 예약? 디자이너 선택? 그런 건 하남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이런 성의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저만의 기준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그런 놀부 심보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한 미용실, 한 선생님에게 오래 정착하기는 애진작에 포기했고, 어느 순간 머리를 자를 때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무 기대 없이 자르게 된 제가 있었습니다.
오늘 우연히 가게 된 운스헤어는 저 같은 유목민도 사실은 저만의 오아시스를 찾아 헤메고 있었다는, 그런 깨달음을 주었던 곳이었습니다.

장점
1. 싸다
다운펌+디자인펌(여기선 일반펌으로 취급)+커트까지 해서 저희 동네 대부분의 미용실보다 약간 쌉니다.(가격은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게 엄청 싸지는 않은데, 원장님이 해주신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저렴한 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부담스럽지 않은 미용실 토크
원장님이 고대 앞에서 오래 영업하셔서 그런 건지, 원장님과의 대화가 편안해서 그런 건지 학생들의 관심사 등에 빠삭하십니다. 그래서 억지 대화 같은 것이 전혀 없고요, 일례로 저는 씨파충인데 제 동기들도 모르는 내용까지 알고 계셔서 (어 그럼 6월에 2차 보겠네요, 5과목 다 챙겨요?) 해박하신 지식에 감탄했습니다. 또 아들분이 고딩인데, 저희가 또 입시얘기 하면 할 말이 좀 많은가요. 암튼 초면에 말을 엄청 많이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친절하시기도 하시고요.
그리고 다음 번 자르시는 분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런 부분도 존중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3. 나쁘지 않은 퀄리티, 전문성
미용실 갈 때마다 매뉴얼처럼 읊는 요구사항이 있는데, 생각보다 전부 다 들어주시는 분은 잘 없습니다. 원장님은 딱 들으시더니 바로 아시고, 요구사항을 전부 들어주셔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또 펌을 어떻게 말지, 저는 머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관록이 있었습니다.

안암에 어쩌다 오면 찾게 되는, 때로는 그것을 위해 저를 안암으로 향하게 하는 미스터국밥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저는 운스헤어에서 제 미용실 유목민 생활을 청산할 듯 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3 17: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