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도올 선생님과 함께 했던 방송에서도 고백했었는데요.

부끄럽게도 저도 4·3을 잘 몰랐습니다.
어떻게 불러야 했는지도 몰랐고 또 왜 우리가 몰라야 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걸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4·3을 접하고 조금씩 알게 되면서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소환하고 현재로 만들어야 하는 역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알게 해준 '순이삼촌'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한 번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누구 한 사람,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

저와 여기 함께 올라오신 분들, 그러니까 각 도에서 제주를 생각하며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들도 그러셨을 거 같은데요.

저도 처음엔 많이 놀랐고 분노했고 그리고 슬펐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또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자행한 이들은 어떻게 멀쩡히 살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요.

또 상상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피해자와 유족들이 그 세월을 어떻게 감내했는지, 이 제주라는 섬이 그 상상조차 되지 않는 상처를 어떻게 품어왔는지요.

결국 제주만의 일이 아니라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해야 하는 역사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심스럽지만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년 70주년을 계기로 4.3에 대해서 알게 됐고 오늘 각 도에서 오신 여러분들의 고백처럼 미안하다, 죄송하다, 그리고 더 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는 된 거 같기도 합니다.

4.3을 더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또다시는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이들 중 청년 세대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4.3을 몰라서 부끄러웠고 앞으로 더 알고 싶고 우리의 일로 느끼고 싶었던 것처럼요.

그래서 희망은 있는 것 같습니다.
70주년을 넘어 71주년이, 그리고 앞으로 남은 날들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세대가 알아나가고 3세대 유족이 1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4.3의 정신을 기억하는 내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각도 대표 6인과 함께 참여하여
제주4.3에 대한 추념사 낭독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4 00:5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