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과 개발로 얼룩진 삶을 되찾기 위해
대학생, 빈곤의 현장을 마주하다!

2013반빈곤연대활동을 제안드립니다!

  
혹시 밤에 버스를 타고 가며 창밖에 펼쳐진 화려한 도시의 야경에 심취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혹은 높은 전망대에서 꾸물거리는 불빛들을 넋 놓고 보았던 경험이나요. 그 수많은 불빛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 곳곳에서 불을 밝히며 살고 있구나, 게 중에는 밤늦게 야근하는 사람들, 일을 마치고 집에서 가족들과 TV를 보고 있을 사람들, 밤늦게 놀러나온 이들, 정말 수많은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이 도시를 열심히 돌아가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신기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전망대에서 내려와 화려한 도시의 안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멀리서 떨어져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려한 빌딩숲 사이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있고, 그 뒤편에는 한달 40만 원 정도의 돈으로 살아가는 쪽방촌의 기초생활수급자 주민들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고된 노동을 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청소노동자들도 있고, 그녀들이 청소하는 거리에는 집조차 없어 거리에 몸을 눕히는 홈리스도 있습니다. 꼭 이런 사례들이 아니더라도, 전세대란에 월세폭등으로 반지하 자취방을 찾아다녀야 하는 서러움,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의 만연과 불안한 미래, 그 수많은 평범한 삶들은 정겹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빈곤에 얼룩져버린 힘겨운 삶들이기도 합니다.

양극화라는 단어, 빈곤이라는 단어가 이젠 아무 느낌도 없는 일상어가 된 시대, 갑의 횡포를 없애겠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거리 곳곳에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지만, ‘을’에도 끼지 못해 쫓겨나고 버려진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에게 이들은 국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부동산 개발한다고 집과 일터를 부수고 사람들을 쫓아내다가, 자본이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개발을 멈춰버린 공터,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부숴진 마을과 일터에서 철거민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철거민들이 건설자본의 개발을 용인한 구청에 아무리 해결책을 요구해도, 그저 구민들을 무시하고 방치하기만 하는 모습,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철거민들을 쫓아내는 건설자본의 폭력을 신고하면 무시하거나 오히려 철거민을 잡아가는 경찰, 그 사람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가난이 죄인 양 홈리스와 노점상들을 거리에서 쫓아내기에만 바쁜 정부, 부양의무제라는 조항으로 인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보장된 권리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이 100만 명에 이르는 상황은, 행복한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려는 사람들의 희망을 꺾어놓고 있습니다.

2000년대 계속되어왔던 반(反)빈곤연대활동(이하 ‘빈활’)은 도시 곳곳의 가난에 얼룩진 삶들을 찾아가 직접 보고 느끼는 활동입니다. 빈민들의 삶을 우리와 동떨어진 소수의 안타까운 것으로 보고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빈곤이 구조적으로 양산되며 개인의 노력여부와는 별개로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고 있는 양상에 주목합니다. 부자는 아니어도 자기 삶에 만족하며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해고를 당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병들어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감당하면서 갑자기 빈곤의 나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경험, 저소득층 가정에서 빈곤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굴레가 되어 대물림되는 것은 더 이상 운 나쁜 어느 집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경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 ‘극단적 가난’이 아니더라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삶이 안정적 궤도에 오르지 못해 한 달 벌어서 한 달 살기에도 빠듯한 삶을 지속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점점 더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가 일반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빈곤의 문제는 개인적 능력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 주거, 교육, 의료체계 등 우리 사회의 여러 제도와 현실의 문제와 얽혀있습니다. 빈활은 어느샌가 내 삶 가까이에 침투해있는 구조적·보편적 빈곤의 문제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활동입니다.



듣건대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 "임시 야간 숙소”, 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의 이 시는 우리에게,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현실이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빈활대는 5박 6일의 일정을 통해 개발과 이윤에 얼룩진 삶을 되찾을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으로부터 실마리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 여정에 함께할 당신을 기다리며, 2013년 여름 반(反)빈곤연대활동을 제안드립니다!



빈활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 재개발지역 주민들과 함께 주거권 문제를 고민하는 간담회/다큐상영 등 프로그램

- 노점상들의 삶을 체험해보며 그/녀들의 빈곤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

- 쪽방 거주자, 홈리스,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의 삶을 들어보는 실태조사

- 청소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을 체험하고,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고민하는 프로그램

이외에도 재개발지역 마을꾸미기, 마을잔치, 빈곤게임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들!




일시 : 6월 24일(월) ~ 6월 29일(토) 5박6일

장소 : 서울, 수도권 곳곳의 철거지역들을 비롯한 빈곤의 현장들

주최 : 2013여름빈활공동기획단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0 19:5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