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함 비글 호에 박물학자로 승선하여 항해하는 동안 남아메리카의 생물 분포와 과거 이 대륙에 서식하던 생물과 현존하는 생물 사이의 지질학적 관계에 대한 여러 사실들을 알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한 위대한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가장 신비로운 일의 하나인 종(種)의 기원에 대해 약간의 빛을 던져 주는 듯했다.”

　유명한 『종의 기원』 서문에서 다윈은 비글 호 항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종의 기원’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넌지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화려하고 장엄한(?) 문체로 변이와 유전, 생존 경쟁(혹은 투쟁), 자연 선택 등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 나가지만 400쪽(원문 기준)이 넘는 이 책에서 그는 ‘진화evolution’라는 말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의 책 마지막 문장에 이를 암시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 생명은 그 여러 가지 능력과 함께 맨 처음에 소수의 것, 혹은 단 하나의 형태로 불어넣어졌다는 이 견해, 그리고 이 혹성이 확고한 중력의 법칙에 의해 회전하는 동안에 그토록 단순한 발단에서 극히 아름답고, 이와 같이 가장 경탄할 만한 무한한 형태가 생겨나고, 또한 진화되고 있다는 이 견해 속에는 장엄함이 깃들여 있다.”

 

… There is a grandeur in this view of life, with its several powers, having been originally breathed into a few forms or into one ; and that, whilst this planet has gone cycling on according to the fixed law of gravity, from so simple a beginning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and most wonderful have been, and are being, evolved.

　그런데, 위 문장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다윈은 딱히 ‘진화’라는 말을 의식하고 쓰지도 않았습니다. 생명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는 두 가지 견해 중 하나에 비유적인 표현으로만 쓰였을 뿐, 적어도 다윈의 저서에서 ‘진화’라는 말은 안 쓰였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왜 그럴까요?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를 두 가지 이유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당시에 생물학적 용어로 ‘진화’라는 말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다윈이 당시 통속적인 의미에서 쓰인 ‘evolution’이란 말에 담긴 성격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시면 굴드의 『다윈 이후』 1장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본 스터디는 이처럼, ‘진화가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공부하기에 앞서 『종의 기원』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종의 기원』을 통해서 다윈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나아가 다윈의 이론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읽혔는지를 공부해보면 그간 과학적 지식으로, 과학 외적인 지식으로 알려진 ‘진화’ 개념에 대해 더 폭넓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함께 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 일시 : 7월 ~ / 6월 24일 ~ 29일 사이에 사전 모임을 가질 계획입니다.

◆ 텍스트 : 시중에 발매된 『종의 기원』 어느 텍스트나 상관없습니다. 방학 중에는 「5장 - 변이의 법칙」까지 읽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혹시 미리 원서를 구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Charles Darwin, Morse Peckham ed. 《The Origin of Species: A Variorum Text》, Univ. of Pennsylvania Pr. 2006을 추천합니다.

◆ 세미나 방식 : 매주 당 1~2인 발제(에세이 형식) 후 텍스트를 같이 읽는 방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발제와 관련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사항 :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본 스터디는 『종의 기원』 강독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지 진화론을 배우는 걸 우선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참가 시 이 점을 감안해주셨으면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쪽지나 아래의 번호로 연락주세요~

(O1O-95O5-O655)

※ 참고도서 목록 (계속 추가됩니다)

1. 연구서

- Gillian Beer, 남경태 역, 『다윈의 플롯: 빛나는 통찰력으로 밝힌 소설과 진화론의 관계』, 휴머니스트, 2008

- Michael Ruse & Robert J. Richards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ORIGIN OF SPECIES"》, Cambridge Univ. Pr. 2009

- Jonathan Hodge and Gregory Radick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Darwin》, Cambridge Univ. Pr. 2009

-《現代思想2009年4月臨時增刊號 總特集=ダ-ウィン 『種の起源』の系統樹》, 靑土社, 2009

- Stephen Jay Gould, 《The Structure of Evolutionary Theory》, Belknap Pr. 2002

2. 기타

- 리처드 도킨스, 이용철 역, 『눈먼 시계공: 진화론은 세계가 설계되지 않았음을 어떻게 밝혀내는가』, 사이언스북스, 2004

-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역, 『조상 이야기: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까치, 2005

-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이상임 역, 『이기적 유전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 전면개정판, 을유문화사, 2010

-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역, 『확장된 표현형: <이기적 유전자> 그 다음 이야기』, 을유문화사, 2004

- 리처드 도킨스, 김명남 역, 『지상 최대의 쇼』, 김영사,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이명희 옮김, 『풀하우스: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사이언스북스, 2002

-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경문사, 2004

- 스티븐 제이 굴드, 홍욱희·홍동선 역, 『다윈 이후: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 사이언스북스,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9

- 스티븐 제이 굴드, 김명남 옮김, 『여덟 마리 새끼 돼지』, 현암사, 2012

- 에른스트 마이어, 임지원 역, 『진화란 무엇인가: 에른스트 마이어가 들려주는 진화론의 핵심 원리』, 사이언스북스, 2008

- 린 마굴리스 · 도리언 세이건 공저, 황현숙 옮김, 『생명이란 무엇인가?』, 지호, 1999

- 린 마굴리스, 이한음 옮김, 『공생자 행성 – 린 마굴리스가 들려주는 공생 진화의 비밀』, 사이언스북스, 2007

- 재닛 브라운, 이한음 옮김, 『종의기원 이펙트: 인류 탄생의 과학적 분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세종서적, 2012

- 스티브 존스, 김혜원 역, 『진화하는 진화론: 종의 기원 강의』, 김영사, 2008

- 장대익, 『다윈 & 페일리: 진화론도 진화한다』, 김영사, 2006

- 장대익, 『다윈의 식탁 – 진화론의 후예들이 펼치는 생생한 지성의 만찬』, 김영사, 2008

- 김용학 외, 『21세기 다윈혁명 – 우리 사회 지성 19인이 전하는 다윈 혁명의 현장』, 사이언스북스, 2008

- 박성관, 『종의 기원 –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 그린비, 2010

- 최재천, 『호모 심비우스 – 이기적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음, 2011

- 최재천, 『다윈지능 –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 사이언스북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