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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저는 평소, 예전에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을 보곤 합니다.
사진이 풍경을 100퍼센트 담지는 못하지만, 보고 있으면 그곳에서 느꼈던 추억과 감정만큼은 다시 살아나곤 합니다.
다들 여행 가고 싶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는 다음 여행 때문에, 언제부턴가 여행 사진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꼽으라면,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2018년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다녀온 일본 북해도 여행을 꼽고 싶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에 제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다닐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북해도라는 곳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매력적인 곳이었기 떄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참 전의 여행기를 지금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단조로운 일상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퇴근하고 나면 헬스장에 갔다 와서 게임만 하다 잠드는 저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어졌고, 고민을 하다 올해 2월에 이 게시판에서 연재를 했던 대만 여행기 생각이 났습니다.
저의 필력이 부족하고, 또 저보다 일본 여행, 북해도 여행에 대해 더 잘 아시는 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그곳에서 느낀 경험과 감정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고, 이 여행기가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저로서는 크나큰 행복이 될 것 같습니다.
역시 인트로 쓰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ㅎㅎ
오늘의 BGM은 일본의 원로가수인 키타지마 사부로가 부른 '하코다테의 여자(函館の女)'입니다.
1. 인천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점심무렵이 되어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합니다.
유키미쿠를 보니 일본에 온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여담이지만 하츠네 미쿠를 비롯한 보컬로이드를 개발한 크립톤 퓨처 미디어의 본사가 삿포로에 있습니다.
2. 신치토세공항역에서 사전예약한 홋카이도 레일 패스 7일권을 교환하고, 공항철도를 타고 바로 다음 정거장인 미나미치토세역에서 내린 후, 하코다테로 가는 남행열차를 기다립니다.
기다리면서 연어초밥 에키벤을 사먹었습니다.
먹을 만하긴 했는데 좀 창렬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신치토세 공항 국내선 터미널에 먹을거리가 많더군요.
거기서 점심을 먹는 편이 훨씬 나았을 텐데 저 때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3. 미나미치토세에서 기차를 타고 4시간 가까이 달려 하코다테에 도착합니다.
예전에는 인천에서 하코다테 공항으로 가는 직항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하코다테에 가려면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한 번 더 이동해야 합니다.
하코다테 시내에서는 전차를 타고 다녔는데, 전차 기본요금이 210엔인데 1일권 가격이 600엔이라 세 번 이상 타신다면 1일권을 사는 쪽이 이득입니다.
4. 호텔 체크인을 하자마자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고료카구(五稜郭) 요새였습니다.
고료가쿠는 본래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막부가 서양의 기술을 도입하여 세웠지만, 결국에는 대정봉환에 반대하는 막부 출신 반란군과 신정부군 간의 전장이 되었던 곳입니다.
5. 고료가쿠를 설계한 건축가 다케다 아야사부로의 동상입니다.
얼굴을 만지면 복이 온다나요.
저도 만지고 왔습니다.
6. 요새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공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7. 바로 옆에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고료가쿠. 별 모양이 인상적입니다.
8. 반대편의 풍경입니다. 하코다테 시가지가 내려다 보입니다.
9. 고료가쿠를 둘러보고 나서 향한 곳은 하코다테 공회당이었습니다.
각종 행사 및 회의 장소로 쓰였던 건물이라네요.
오후 7시에 폐관인데, 6시 반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
10. 내부는 이렇습니다. 한 번쯤은 들어가 볼 만 한데 입장료로 300엔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돈을 좀 더 모아 나가사키에 있는 구라바엔을 가도록 합시다.
11. 물론 공회당 2층에서 내려다 본 하코다테 만의 풍경은 좋았습니다.
12. 하코다테 자체는 무로마치 시대에 건설이 된, 북해도에서는 가장 오래된 도시입니다만 개항장으로 개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한 도시입니다.
때문에 외국인이 들어와 세운 교회가 많습니다.
사진은 성 하리스토스 러시아 정교회입니다.
하코다테 공회당 근처에 있는데, 이런 근대 건축물이 모여 있는 하코다테의 구도심을 모토마치(元町)라 합니다.
13. 성공회도 있는데, 이름은 성 요한 교회입니다. 보시다시피 당시에는 공사중이었습니다.
14. 여긴 모토마치 천주교회입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기독교 신자는 모든 종파를 다 합쳐서 1퍼센트 남짓이라고 합니다.
15. 하코다테의 명물을 꼽으라면 '럭키 삐에로'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겠습니다.
시내 곳곳에 분점이 몇 개 있는데, 가장 잘 팔리는 메뉴는 차이니즈 치킨 버거라고 합니다.
점심도 부실하게 먹었는데다가, 기차에서 내린 이후로 거진 3시간 동안 계속 걸었습니다만,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렀습니다.
가격은 단돈 702엔입니다... 가성비 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햄버거와 우롱차의 조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16. 초여름이었는데도 크리스마스 인테리어였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17. 저녁을 먹고 핸드폰 충전을 핑계로 하코다테역 앞 카페에서 빈둥거리다... 9시쯤 되어 하코다테 로프웨이를 타고 하코다테산 전망대에 올라갑니다.
케이블카 덜컹덜컹
18. 이날 안개에 바람이 심해서... 사진 찍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케이블카 안에서 찍은 사진이 더 잘 나왔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폰카메라의 한계이겠거니... 하고 15분 동안 바닷바람+산바람 맞으면서 멍 때리다 내려왔습니다.
19. 전망대에서 내려와 전차 정류장으로 가는데 웬 거울이 있나 했더니 알고 보니 맨홀 뚜껑이었습니다.
하코다테는 오징어로도 유명합니다.
20. 러시아와 교류했던 역사가 길어서인지 관광 안내판에 러시아어가 병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하코다테에는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분교가 있어, 일본에서도 러시아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첫날이라 좀 짧습니다. 날먹하는 기분도 들고요...
여러분의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8 05: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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