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본교에서 일반 동아리가 중앙동아리로 인정받는 건 쉽지 않다. 동아리 중에서 특정 분야에 전문성과 대표성을 띄어야 하고, 이를 인정받는 과정이 까다롭다. 중앙동아리가 점유할 공간이 한정된 것도 중앙동아리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많은 동아리가 중앙동아리 가입을 원한다. 중앙동아리가 되면 △다양한 학과생 모집에 유리하고 △동아리박람회 등을 통한 홍보가 쉬우며 △동아리방이란 자치공간을 갖고 △학생지원부에서 지원금을 받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회칙에선 진입 장벽 높아

중앙동아리가 되려면 동아리연합회(회장=김근우, 동연)에 등록해 동연 회원이 돼야 한다. 가등록은 준회원이 되는 절차로, 10월 31일 개정 전 회칙에 따르면 가등록은 분과 1차 심의와 운영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야했다. 정식등록은 가등록된 정식회원이 되는 과정으로, 동아리대표자회의에서 최종 심의를 거친다. 올해 등록 심사를 거친 동아리들은 모두 개정 이전 회칙을 적용받았다. 가등록의 기준이 높고 ‘분과 적합성’이 모호해 분과 심의에서 부결되는 경우가 많아 중앙동아리로 인준 받으려는 동아리들의 불만이 많았다.

일부 동아리는 분과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아 분과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동아리인 ‘평화나비’는 사회분과 심의에서 분과 특성과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로 가등록이 부결됐다. 2학기에 가등록을 신청한 뇌과학 동아리 ‘뉴런’은 활동 내용에 맞는 마땅한 분과가 없어 심의에서 논란이 됐다. 뉴런 구동준(생명대 생명과학10) 회장은 “뇌과학을 공부하는 동아리 특성상 어느 분과에도 소속되기 어려웠다”며 “그나마 정체성이 비슷하다고 여긴 사회과학분과에 신청했는데 분과심의에서 해당 분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개정된 회칙에 따르면 앞으로 분과 적합성은 각 동아리가 직접 판단하지 않고 동연 운영위원회와 상의 후 결정된다. 운영위원회는 분과별 정체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 동아리 가등록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분과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김근우 회장은 동연 차원에서 현재 분과 구성을 개편하거나 ‘자연과학분과(가칭)’같이 새로운 분과를 만들려는 장기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과 다양성’

중앙동아리 가입의 핵심적인 기준이 되는 ‘대표성’은 동아리 회원들의 과 다양성 문제와 직결되는데, 이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동연 회칙 요건에 따르면 정식 중앙동아리는 3개 단과대 이상의 회원이 필요하지만 이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대표성 문제를 지적받는 경우가 있다. 상반기대표자회의 정식등록 심사에서 환경동아리 ‘KUSEP’은 회칙 요건은 충족했지만, 특정 단과대 학생이 절반을 넘어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중앙동아리가 아닌 동아리의 회장 A씨는 “중앙동아리라는 명칭이 없으면 다양한 학과의 학생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중앙동아리가 된 후에 과 다양성을 확보할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동연 측은 중앙동아리는 본교 동아리의 특정 분야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정식등록 심사 이전까지 동아리원의 전공 다양성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최종 심사에서는 다양한 학과의 학생을 모집하려는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중점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체교과에서 시작한 여자 축구부 ‘FC엘리제’는 체교과 학생의 비중이 컸지만 가등록 기간 동안 다양한 학과 여학생을 모집한 점을 인정받아 정식등록 된 사례이다. 김근우 회장은 대표성 판단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며 “대표자들이 동아리 특성상의 한계나 전공생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동아리의 역사성 중요시해

중앙동아리 정식등록보다 재등록 기준이 낮아 기존 중앙동아리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동아리 정식등록이 대표자들의 질의응답과 심사를 거쳐야 하는 반면, 재등록은 기준과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재등록을 원하는 중앙동아리는 동아리 전문성과 관련 있는 활동과 사업 계획을 2회 이상 기재한 재등록 서약서를 운영위원회에 제출하면 된다. 정식등록 시와 마찬가지로 학과와 학번이 다양한 정회원이 20명 이상이고, 재등록 서약서가 운영위원회 심사에서 통과되면 중앙동아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동연은 재등록이 정식등록만큼 어렵지 않은 것은 중앙동아리가 가진 대표성과 역사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회원 수 같은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해서 몇 십 년의 역사를 가진 동아리가 대표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재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바로 재등록을 취소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연은 2학기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동아리 회복을 돕는다. 동아리가 재건 의지가 없고,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운영위원회가 판단하면 그때서야 제명안건에 회부된다. 전시창작분과 ‘서화회’는 2010년대 초에 인원이 축소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동연과 함께 학생회관 벽화사업을 하면서 회생할 수 있었다. 김근우 동연 회장은 “동연은 대표성을 인정받은 중앙동아리가 활동을 지속해 역사를 지키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동아리가 가진 역사성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asy@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9 14:4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