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11일 서관 대강당엔 향냄새가 가득했다. 문화 콘텐츠 기획 동아리 KUSPA에서 준비한 ‘나의 0번째 장례식’은 단기적인 목표에 치우치지 말고 소중한 것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번 행사에선 죽음에 관한 사진전을 비롯해 유서 쓰기, 입관체험 등 참가학생이 30분 동안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다. 유서를 쓰는 체험관에서 학생들은 고민을 거듭하는 듯 오랫동안 펜을 쥔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처럼 기자 또한 첫 운을 쉽게 뗄 수 없었다. 당장 죽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힘들었던 기억을 회상하거나, 현재와는 다른 삶을 꿈 꿔보게 하는 장소도 마련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강연(이과대 물리14) 씨는 “부모님을 비롯해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유서를 쓴 뒤, 우리는 각자의 장례식에 하객으로 초대됐다. 하객들은 사망명단에 올라온 순서대로 줄을 섰다. 국화 한 송이는 우리의 이름 앞을 지켰다. 단출한 장례식을 마친 우리의 발걸음은 관으로 향했다.

입관체험을 직접 해보니, 몸에 딱 맞는 관과 깜깜한 어둠 속에서 죽음이 가깝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생각났다. 빨리 그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표현을 자주 하지 않았던 친구, 딸, 제자였던 것이 후회됐다. 입관 전, 시청했던 휴먼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내 목소리 잊으면 안 돼. 우리 엄마로 있어 줘서 고마워.” 폐암 말기였던 엄마의 죽음 앞에서 딸이 외친 말이다. 두려움과 후회에 참고 있던 눈물이 흘렀다. 5분이라는 그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관에서 나와 처음 만났던 동료 기자를 바라봤을 때 느꼈던 안도감은 잊지 못한다. 여느 때와 같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나갔지만, 그마저도 소중했던 밤이었다.



김태언 기자  bigword@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9 14:17:32: